누구나 한 번쯤의 운동회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을 것입니다. 청군, 백군으로 나뉘어 줄다리기도 하고, 기마전도 하고, 콩주머니로 박 터트리는 게임 정도는 아마 지금도 많은 학교, 학생들이 즐기는 시합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 중에서도 운동회의 백미, 메인 이벤트를 꼽는다면 바로 계주 릴레이일 것입니다. 각 팀에서 가장 빠른 선수들이 나와 바통을 이어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하는 계주 시합은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을 변형해서 장애물 릴레이, 쪽지에 적힌 미션을 수행하는 릴레이도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이렇게 계주 경기가 속한 종목, 육상은 어렸을 때부터 우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종목입니다. 걷는 것은 경보, 뛰는 것은 달리기, 점프하는 것은 멀리뛰기, 높이뛰기, 기구를 이용해 던지는 것은 투포환, 창던지기 등 인간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동작을 스포츠로 체계화시킨 종목이기에 '기초 종목'으로도 통하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축구와 통틀어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으로 꼽히는 것은 가장 기본적으로 할 줄 아는 동작을 수행하면서도 한계를 넘기 위한 선수들의 굵은 땀이 보는 이들을 자극시키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탄력적인 몸매와 엄청난 스피드로 세계 기록을 잇달아 갈아치운 우사인 볼트, 중장거리를 뛰다 마라톤에 뒤늦게 뛰어들고는 세계 기록을 역시 연속적으로 갈아치웠던 마라톤 스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더 높이 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면서 결국 목표를 이루고야 마는 미녀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 등을 보면 그렇습니다. '세계 기록'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이런 육상 선수들의 모습이 아름답고 존경스럽게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 세계육상선수권이 열리는 대구 스타디움
이런 육상 종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 그것도 세계 최고 육상 스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회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열립니다. 두 달 뒤,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8월 27일-9월 4일)가 그 무대입니다. 총 212개국 6천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하고, 전 세계 65억 명이 TV로 대회를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회는 단일 종목 역대 최다 규모, 최다 수준의 대회가 열려 육상의 묘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올림픽만큼이나 육상 선수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대회인 만큼 이번 대회에 주요 스타 선수들이 모두 나설 것으로 기대됩니다.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 타이슨 게이, 아사파 파웰이 대결을 펼칠 육상 100m는 벌써부터 어떤 선수가 우승을 할지 기대가 되는 종목입니다. 또한 대구 국제육상에 두 번 나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던 장대높이뛰기 스타 옐레나 이신바예바, 110m 허들 아시아 스타 류시앙, 베를린 세계육상대회에서 2연패에 성공한 뒤 춤 세레모니를 펼쳐 화제가 됐던 여자 높이뛰기 미녀스타 블랑카 블라시치, 장거리의 황제 케네니사 베켈레 등도 이미 참가 의사를 밝혀 대구에서 스타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자메이카의 단거리 대결, 에티오피아와 케냐의 중장거리 대결이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서 이 대결에서 이기기 위한 각 팀 멤버가 어떻게 꾸려질지도 흥미롭게 지켜볼 부분입니다.

▲ 우사인 볼트
이렇게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는 자리인 만큼 세계 기록이 얼마나 작성될지도 관심사입니다. 지금까지 세계선수권에서 한 대회에 가장 많은 세계 기록이 나왔던 대회는 1993년 슈트트가르트 대회의 3개입니다. 최근 세계 기록 작성이 다소 뜸해지는 감이 있는 추세기는 하지만 기존 기록에 버금가는 기록이 중소 규모 대회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한계를 극복하고 최고 자리에 우뚝 서는 선수의 모습을 우리나라 대구에서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참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현재 여자 트랙 경기 가운데서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작성한 기록이 세계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도 3개나 됩니다)

육상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흥미롭지만 '육상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한민국이 이번 대회를 통해 정말로 새롭게 거듭나는 모습을 보여줄지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합니다. 세계선수권 유치에 성공한 뒤 야심차게 메달 획득 프로젝트를 가동했다가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고 위기를 맞았던 한국 육상은 최근 계주,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작성하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새로운 희망을 확인하는 등 비교적 괜찮은 기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메달은 어려워도 10개 종목에서 10명의 선수가 결선에 진출하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운 한국 육상의 이번 대회 선전은 대회 흥행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꼭 지켜봐야 할 요소인 게 사실입니다.

▲ 대구세계육상선수권 공식 마스코트 살비(Salbi)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3대 스포츠 메가 이벤트'로 꼽히는 세계육상선수권을 서울,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서 치르는 것도 주목해야 할 부분입니다. 그동안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뿐 아니라 동,하계 유니버시아드, 동,하계 아시안게임, 각 종목 세계선수권, F1 등 다양한 국제 대회를 유치한 바 있었고, 대부분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단일 종목 세계선수권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대회를 지방에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물론 경주에서 세계태권도선수권이 열리고, 창원에서 사격, 울산에서 양궁, 평창에서 다양한 겨울스포츠 종목 세계선수권 등이 치러지기는 했습니다만, 규모 면에서는 당연히 육상 세계선수권이 가장 큽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체육사(史)에도 길이 남을 수 있는 이번 대회를 잘 치러내 성공을 거둔다면 대구 뿐 아니라 지방 도시도 큰 대회를 잘 치러낼 수 있는 자신감을 심는 계기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볼만한 내용, 보고 싶은 장면들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육상 붐이 일고, 그러면서 우리나라 기초 종목의 뿌리를 탄탄하게 하는 데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이 될 수 있을지, 많은 팬들은 대회 개막을 손꼽아 기다릴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