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의 유·무선 비율, 즉 집전화·휴대전화 응답 비율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집전화 응답 비율이 45%를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와 이목이 쏠린다. 이번 총선부터 여론조사에서 '안심번호'라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활용이 가능하게 되면서 여론조사 정확도가 이전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몇몇 여론조사가 높은 집전화 응답 비율을 고수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인터넷매체 '로이슈'가 여론조사기관 데일리리서치에 의뢰해 서울 강동구갑 지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성인 726명을 대상으로 지난 4~5일 이틀 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내일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면 누구를 지지하겠나'라는 질문에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 47.5%,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후보 41.0%, 국가혁명배금당 강옥기 후보 1.2%라는 응답이 나왔다.('잘 모르겠다' 4.5%, '지지하는 후보 없음' 5.8%)

'지지하는 후보와 상관없이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질문에는 민주당 진선미 후보 47.9%, 통합당 이수희 후보 42.2%, 국가혁명배당금당 강옥기 후보 0.9%, '없음' 2.6%, '잘 모르겠다'는 응답 6.4%로 조사됐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6%p)

로이슈 4월 6일 기사 <[강동갑 여론조사] 진선미 41.0% vs 이수희 47.5%>

문제는 해당 여론조사의 유선 응답자 비율이 46%(무선 54%)에 달한다는 것이다. 선거여론조사 유·무선 응답 비율과 관련해 공직선거법상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유선 응답 비율은 여론조사 신뢰도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무선 80~90%, 유선 10~20% 정도를 혼합해 조사한다. 무선전화가 일반화된 상황과 함께 20~40대는 유선전화 조사가 이뤄지는 시간에 집에 없는 경우가 많고, 반면 유선전화 조사에서는 보수성향 응답자가 과대 표집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이른바 '샤이 보수'로 불리는 숨겨진 보수 표심을 읽을 데이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조사기관들이 이를 감안한 유·무선 적정 비율을 찾는 것이다.

데일리리서치 '서울특별시 강동구갑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보고서' 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이번 총선에서 대표적으로 유·무선 응답 비율 논란이 제기된 사례는 서울 동작구을 여론조사다. 관심이 뜨거운 지역인 만큼 여러차례 여론조사가 이뤄졌는데 유·무선 응답 비율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중앙일보가 입소스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실시한 이 지역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수진 후보는 46.5%, 통합당 나경원 후보는 36.9%였다. 이후 국민일보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4~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0.9%, 나 후보가 44.1%였다. 국민일보-조원씨앤아이와 같은 기간에 문화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47.2%, 나 후보가 34.3% 였다.

여론조사마다 여러 변수가 작용했을 수 있지만 이후 언론 등에서는 유·무선 응답 비율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랐다. 각 조사의 유선 응답비율을 보면 중앙일보-입소스 조사는 17.0%, 국민일보-조원씨앤아이는 31.0%,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은 9.5%로 조사마다 편차가 컸기 때문이다. 국민일보 의뢰 조사와 문화일보 의뢰 조사는 같은 기간 이뤄졌다는 점에서 편차가 더욱 뚜렷하다.

서울 구로구을, 경기 고양정 지역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KBS-한국리서치가 지난 2~4일 실시한 조사(유선 6%)에선 민주당 윤건영 후보가 50.1%, 통합당 김용태 후보가 27.7%였다. 이어 4~5일 실시된 국민일보-조원씨앤아이 조사(유선 34%)에선 윤 후보가 42.5%, 김 후보가 37.5%였다. SBS-입소스가 지난달 28~30일 조사(유선 20%)한 경기 고양정 지역에서는 민주당 이용우 후보가 49.0%, 통합당 김현아 후보가 31.6%였지만, 4~5일 국민일보-조원씨앤아이 조사(유선 32%)에서는 이 후보 42.2%, 김 후보 46.4%로 집계됐다.

다만 반대의 경우도 있어 이 같은 현상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또 국내 여론조사 전문가(학계·조사업계 등)들 다수가 조사 목적과 방식에 따라 적정 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유·무선 응답비율의 적정비율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2017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연구용역보고서 '유·무선전화 비율 등 바람직한 여론조사 방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공직선거 여론조사의 높은 품질을 위해 유·무선 응답비율을 정할 경우 그 범위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특정할 수 없다'(39.0%)고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서 유·무선 20:80(22.0%), 30:70(16.0%)이 뒤를 이었다.

서울 강동구갑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진선미 후보와 미래통합당 이수희 후보. (사진=진선미, 이수희 후보 페이스북)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기준 유·무선 50:50이 적절하다는 전문가 응답은 9.0%에 불과했고, 이번 총선에서 불거진 유·무선 응답 비율 논란들이 대부분 유선 응답비율 30% 초반대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선 응답비율이 46%인 로이슈-데일리리서치의 강동구갑 여론 조사는 신뢰도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공직선거법에 따라 지난 9일부터 6일간 이번 총선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면서 이른바 '깜깜이 선거기간 최후의 여론조사'가 여론 관심을 끄는 가운데 유선 응답 비율을 높인 여론조사 결과들이 등장하면서 신뢰도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기사에 언급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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