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코로나19 위기 국면이 장기화되며 어린이집, 초등학교 돌봄교사들이 장시간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 있지만 월급의 일부를 다시 뱉어내는 '페이백'까지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10일 KBS1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나와 초등학교 돌봄전담사, 유치원 방과후전담사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안 소장은 “돌봄전담교사분들은 대부분 시간제로 근무한다"며 "처음에는 3~4시간 근무했는데 코로나19로 최대 6시간까지 업무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급여는 그대로 주고있거나 다시 가져가는 페이백까지 경험하고 있다”고 밝혔다.

8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어린이집 ‘페이백’ 실태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보육지부 관계자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초반에는 감염 위협으로 아이들을 초등학교에 보내지 않던 부모들이 코로나가 장기화되자 어쩔 수 없이 맡기면서 돌봄서비스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는 기존 교사들도 긴급돌봄에 참여해야한다고 하지만, 교사와 돌봄전담사 사이에 업무 분담을 두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안 소장은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어린이집의 경우, 긴급돌봄업무에 종사하는 이들의 급여를 일부 다시 가져가는 일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안 소장은 “긴급 돌봄에 종사하는 이들의 업무가 3~4배 더 힘들어졌는데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원생들이 줄었다며 돈을 가져가고 있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육교사 응답자 중 31.1%가 페이백을 경험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지난 1~6일 전국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페이백을 했다는 응답률이 31.1%로 나타났다. 코로나가 확산된 2~3월에 페이백을 경험한 보육교사는 12.9%(131명)에 달했고 이 중 55.8%(73명)는 코로나19 확산 뒤 갑자기 페이백을 하게 됐다고 답했다. 경남 어린이집에 근무하는 한 보육교사의 경우, 60만원을 어린이집이 다시 가져가 실제 통장에 100만원 정도 남았다는 사례를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휴원에 들어간 어린이집에 긴급 보육 비용을 지원하고 있지만, 보육교사의 월급을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몰래 반납하게 하는 일종의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안 소장은 “어려울 때 어린이집 교사들에게 협조해달라면서 벼룩의 간을 빼먹고 있다”며 “영유아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행복해야 아이들도 제대로 보호받을텐데 장시간, 저임금, 심지어 페이백까지, 어린이집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안 소장은 “긴급돌봄 수요는 4배 늘고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돌봄 전담사들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안 소장은 무급에서 유급으로 전환된 가족돌봄휴가 정책을 소개했다. 가족돌봄휴가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무급이었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한시적으로 유급 지원을 하고 있다. 정부는 9만명을 예상했지만 벌써 6만명이 신청한 상태이며 매일 2천명 이상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지원금은 부모 1인당 하루 5만원으로 10일간 최대 50만원이 지원된다. 맞벌이 부부는 최대 100만원, 한부모 가정도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안진걸 소장은 “무급에서 유급으로 진전된 변화는 고맙지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유치원, 초등학교는 40여일 간 쉬는데 부모의 10일 휴가는 너무 짧으며 1일 5만원은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해 금액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9일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 연합 등은 청와대 분수 앞에서 ‘코로나19사태, 사각지대 없는 노동복지정책 지금 당장!’ 기자회견을 열었다. 가족돌봄휴가 10일로 코로나19 장기화 사태에 대응하기에 턱없이 모자르며 부부가 100만원으로 어떻게 한 달을 살 수 있겠냐는 주장이다. 이들은 ‘유급돌봄휴가·유급병가휴가·상병수당 도입, 저소득층 배제 없는 긴급지원 확대, 소득보장·고용안전망 강화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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