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원정 기아전 2연승을 기록하던 LG가 선발 주키치의 난조와 기아 선발 윤석민에 막힌 타선으로 인해 완패했습니다.

▲ LG 선발투수 주키치가 3회말2사 주자 2루 상황에서 차일목의 평범한 땅볼을 아웃시키지 못하고 에러하자 당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5월 15일 목동 넥센전에서 1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는 등 주키치는 백업 포수 심광호와 호흡을 맞출 때 호투하곤 했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한 심광호의 약점이 두드러지면서 1회말부터 흔들렸습니다. 1회말 선두 타자 이용규에게 10구까지 끌려가는 승부 끝에 내야 안타를 허용했는데, 타구를 직선타로 자신이 직접 아웃 처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주키치는 아쉬웠을 것입니다. 이후 김선빈에게 볼 카운트 0-3로 몰린 뒤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잡는 과정에서 이용규에게 2루와 3루 연속 도루를 내줬는데 도루 저지 능력이 취약한 심광호의 약점을 파고든 것으로 주키치로서는 거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후 이범호와 나지완에게 연속 적시타를 허용, 2:0이 되며 초반 분위기는 기아로 넘어갔습니다.

3회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범호와 최희섭의 연속 안타로 1사 2, 3루가 된 뒤 나지완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상대 선발이 윤석민이며 2:0으로 뒤졌고 볼 카운트가 1-3으로 불리했음을 감안하면 스트라이크로 승부하기보다 만루를 채우고 김주형과의 승부를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이후 차일목의 땅볼 타구에 서동욱의 악송구로 5:0으로 벌어지며 승부가 완전히 갈렸는데 주키치의 1루 베이스 커버도 늦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민과 대등한 투수전을 벌일 것으로 기대했던 주키치가 3이닝 7피안타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LG는 패했는데 주키치는 최근 한 경기를 호투하면 다음 경기에서 부진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오늘 최규순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일관성이 없기는 했지만 (게다가 6회초 1사 2루에서 서동욱의 타구를 아웃으로 판정한 원현식 1루심의 판정은 명백한 오심입니다. 최근 KBO 심판들의 잦은 오심은 프로야구 흥행에 암적인 존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기아전에서는 이용규, 김선빈의 테이블 세터에 고전하면서 2경기에 등판 모두 대량 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된 것은 복기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재 LG의 선발진은 박현준 - 리즈 - 주키치에 의해 꾸려지고 있는데 세 선수 모두 기복이 심하며 리그에서 한 시즌을 선발 투수로서 소화한 경험이 없다는 점은 상위권을 달리는 LG의 불안 요인 중 하나입니다.

LG는 오늘 경기에서도 윤석민에게 승리를 헌납함으로써 올 시즌 LG전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0.67로 완전히 묶이고 있습니다. 6회초 선두 타자로 나와 우익수 방면으로 뜬 타구에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해 2루타를 만들며 윤석민 상대 13이닝 무득점에 종지부를 찍도록 기여한 윤진호가 아니었다면 LG는 윤석민에게 15이닝 무득점을 기록할 뻔 했습니다. 승패가 갈린 뒤 세 번째 투수로 6회말 등판해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깔끔히 막아내며 중간 투수의 추가 투입을 막은 이대환도 선전했습니다. 패배가 확정적인 경기라 신 연봉 제도에 의해 고과에 반영되는 비율이 미미하지만 동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대환의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주 한화와 기아로 이어지는 6연전은 4승 2패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상승세의 한화와 연승의 기아를 만나 3승 3패도 쉽지 않을 듯했지만 모두 위닝 시리즈로 이끈 것은 훌륭합니다. 한화전과 기아전 모두 2연승을 선취한 상태에서 스윕을 노려볼 만한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에 패배하면서 싹쓸이에 실패해 아쉽지만 야수진에 부상 선수가 속출한 상황에서 백업 멤버들의 활약으로 이 정도의 승수를 쌓은 것은 분명 고무적입니다. 최근 4위 삼성과 5위 롯데의 승차가 벌어지며 상위권과 하위권이 고착화되는 것은 LG에 유리한 흐름입니다. 다음 주에도 삼성 및 SK전으로 이어지는 험로이지만 순간순간 변화하는 순위나 매일 매일의 승패에 연연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차분한 팀 운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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