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스포츠의 대명사 농구, 프로농구 출범 이후 우리 농구의 인기는 사실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끝없을 것 같은 침체기에 빠진 우리 농구, 방송에서도 사실상 버림받은 콘텐츠라 할 수 있을 정도죠.

새로 프로농구계를 이끌어갈 KBL 신임총재 한선교 위원은 150만 관중 시대와 함께 공중파와의 접점을 늘리겠다는 각오를 밝혔는데요. 챔피언 결정전도 전 경기 공중파 중계가 힘든 것, 우리 KBL의 현실입니다.

어느 리그나 어려움은 있고 여러 요소들로 위기를 겪곤 합니다. 미국 프로농구 NBA도 전설적인 스타 마이클 조던의 은퇴 이후 농구의 인기가 점차 하락했으니 말이죠. 하지만, NBA의 경우는 조던의 부재 이후 차세대 스타 만들기에 주력했고, 그 결과는 2010-11 시즌의 성공적인 마무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는 볼거리가 늘었고, 포스트시즌 중계방송도 마이클 조던 시대를 넘어서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다시금 우리 프로농구를 돌이켜봅니다. 이상민까지 떠난 코트에선 이제 선수가 아닌 감독이 스타로 주목받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지도자로 변신해 맞붙은 허재와 강동희의 빅 매치, 올 가을부터는 문경은 SK 감독대행도 합류하고, 이상민도 지도자로 코드에 돌아온다 합니다. 2010년대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여러 선수들이 코트를 누비지만, 아직 우리 농구의 스타는 1990년대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요?

이런 현상은 이달 26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릴 “AGAIN 1995 농구 고연전(연고전)”같은 오프시즌 농구 행사에서도 느껴집니다. 미디어의 주도적 기획과 양쪽 학교의 협조로 이뤄진 이번 라이벌전은 사실 프로농구 시즌 경기보다 더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요.

전희철과 김병철, 문경은, 우지원, 김훈, 김택훈 등 이름만 들어도 농구팬들의 가슴을 뛰게 할 스타들이 코트에 나선다니... 그리고 이 라이벌 매치의 현장과 그 훈련과정 등을 케이블 채널을 통해 주간물로 방송까지 한다니, 대단합니다.

방송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종목 가운데 하나인 농구, 하지만 지금 농구는 방송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습니다. 현재 리그보다 과거의 스타들이 펼치는 이벤트 경기가 오히려 더 주목받고 선택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것이 현재 농구의 주소입니다. 1990년대의 인기를 그리워하기도 이젠 부끄러울 지경이죠. 20년도 지난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20년 전보다 못한 것이 우리 농구의 현실이죠.

여러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 방송과의 접점과 연고 지역에서의 인기에 대한 고민들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시점에 놓인 프로농구. 그런데 정작 리그와 관련한 소식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한 지역구단의 연고이전설입니다.

지난 시즌, 지역 연고의 구단들이 챔피언결정전을 서울에서 치르면서 지역 연고제의 바탕부터 흔들렸던 우리 프로농구. '지역연고 활성화'를 최대 화두로 삼았던 출범 당시의 각오를 무색하게 만들었던 전임 총재의 작품(?)인데요. 이제는 지역 구단의 수도권 이전까지 벌어지게 생긴 마당에 과연 방송이나 언론의 좋은 평가와 긍정적 접점이 생길런지 의문만 가득합니다.

공중파로부터 선택받지 못하고, 스포츠 케이블 채널에도 겨울철 "할 것" 없는 기간만 중계되던 프로농구. 지역의 공중파들의 중계로 연고팬들의 관심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절반의 구단이 수도권에 위치한다면 그마저도 줄어들게 생겼다는 것입니다.

단순하게 수도권 중심적인 사고로 시장이 더 넓어지고 접근성은 편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프로농구의 위기가 방송 중계의 외면으로 심화되고 회복하기 힘들어졌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일 텐데 말입니다.

좋은 인상을 주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바르게 리그를 이끌어가도 여러 가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할 터. 연고이전과 같은 치명적인 오점을 안고 리그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면 그건 여러 노력을 한방에 무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겁니다. 당연히 연고이전을 한 구단의 모기업에도 그런 여파는 상당할 겁니다. 다른 종목, 다른 리그의 경우를 보면 소문만으로도 불매 운동이 일어나고, 결과에 따른 엄청난 비난이 있었음을 잘 아실 겁니다.

방송과 언론에 농구와 무관한 계절인 여름에도 농구 이야기가 나와서 좋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추구하는 농구중계의 횟수와 공중파의 중계라는 결과와는 오히려 멀어지지 않을까요? 방송에 대한 오픈 마인드를 가진 KBL행정부가 출범하기에 엮어서 말씀드리는 바, 지금의 노력에 그런 사태가 얼마나 해로운지는 잘 아시겠죠?

물론 방송에 대한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좋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바탕엔 "연고의식"과 연고팬들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중요합니다. 연고의식이란 부분과 지역에서의 농구 인기란 점에서 그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있는 게 바로 지역방송이었다는 거. 그 개념과 가치, 그리고 그것의 숭고함과 의미를 지키려 노력하는 게 지역방송의 농구중계입니다.

매년 각 지역에서 지역구단의 농구를 담당해온 PD들이 잘 알고 있는데 지금의 어이없는 일을 꾸미는 분들께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 위험함에 대해, 특히, 연고이전을 꿈꾸는 구단이 있다면 그 발상이 얼마나 모기업와 리그 전체에 치명적인지도 같이 말씀드리고 싶군요.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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