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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시대, '셀럽' 발언의 윤리[culture critic] 유명세가 주는 권한에 대한 자각과 책임
윤광은 | 승인 2020.04.03 07:12

[미디어스=윤광은 칼럼] 요즘 ‘셀러브리티’는 동네 이장만큼 흔해졌다. 하위문화와 SNS, 특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 발달했다. 각각의 분야에서 인지도를 쌓은 종사자들, 나름대로 재주와 간판, 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유명세를 얻는 데 장벽이 무너졌다. 연예인과 운동선수 같은 전통적 유명인은 물론, TV 한 번 타지 못한 ‘보통 사람’들이 ‘셀럽’이 된다.

셀러브리티들이 논란을 일으키는 순간도 늘었다. SNS에서 사생활을 과감하게 공개하거나 기행을 벌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주제에 발언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엔 코로나 19, 'N번방 사건' 등 사회적 이슈가 겹쳤다. 인스타그램에서 발언을 해 주목받고 논란을 부른 유명인들이 있었다. 꼭 최근이 아니라도 이런 사람들은 꾸준히 있다. 어떤 ‘셀럽’들은 갈수록 깊어지는 정파 간 대결구도, 젠더 문제에 대한 진영 논리에 올라타 스피커를 켜고는 한다.

트위터가 유행하던 10년 전부터 이런 현상은 있었다. 트위터를 이용한 유명인들의 사회적 발언은 지금보다 성황이었던 것도 같다. 다만 트위터는 단문의 텍스트에 특화된 미디어다. 많은 팔로워를 모은 트위터 유저가 있다면, 트윗이 많이 공유되는 ‘일반인’, 파워 트위터리안 정도의 지위를 얻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사진과 영상, 이미지에 특화된 미디어다. 팔로워들과 생생하게 소통할 수 있고, 비주얼한 콘텐츠를 전시하는 속성 상, 이미지 전시에 기반을 둔 ‘셀럽’ 양산 기능, 유사 방송국의 기능이 더 강하다. 대중적 미디어를 타지 않는 이들, 각각의 하위문화에 몸을 담은 이들이기 때문에 여론의 영향도 잘 받지 않는다. 이들이 일으키는 구설수는 인터넷 뉴스 등으로 전파되며 오히려 유명세를 보태주는 효과를 낸다.

인스타그램 로고 이미지

유명세를 상용화하는 인프라가 형성된 상황, 유명세를 사회적 발언에 사용하고 다시금 유명세를 불리는 상황, 이들의 발언에 대한 사회적 피드백도 잘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저 많은 ‘셀럽’ 들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인 발언의 윤리, 사회 참여의 윤리가 필요하다.

먼저 짚고 갈 건 유명인이라고 사회적 발언이 억압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한국은 오래전부터 유명인들의 사회적 발언이 터부시 돼 왔다. 사회 참여는 보장되어야 하고, 누구나 표현의 자유가 있다. 마이크를 쥘 수 있는 유명한 사람들조차 공적인 주제에 입을 다무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면, 정치적인 것, 사회적인 것에 대한 발언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되는 말이 되어서 보통 사람들의 삶에서 더 괴리될지 모른다. 지금 각종 '셀럽'들이 중구난방 과격한 표현으로 떠드는 모습은 그동안 공개된 영역에서 억압되어 온 유명인들의 자기표현이 뉴미디어라는 해방구를 만나 억압의 반작용으로 표출되는 성격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사회 문제는 그 나름의 맥락과 개념, 사실관계로 구성된다. 사회 문제를 알아가기 위해서라도 말할 분위기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배경지식을 갖추지 않은 채 "다 안다"는 듯 말하면 안 된다. 이건 말하기의 기본이고, 유명인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더구나 유명인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목소리를 퍼트리기 쉬운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사회에 관해 허심하게, 그러나 정직하게 발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말하기 전에 사실관계를 점검하고, 모르는 것에 관해선 토론을 요청하고, 아는 것에 관해 주장하는 것이다. 관심을 받을 목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정제된 방식으로 말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다. 한국사회의 큰 경향은 '명예훼손 고소의 유행'이다. 모 유명인이 악플러들을 대거 고소하겠다 엄포하는 뉴스는 새롭지 않다. 유명인들은 유명한 만큼 신상에 대한 비평이나 허위 사실 유포, 악플에 부딪히기도 쉽다. 이런 행동을 고소하는 게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발언을 감행한 상태에서 거기에 대한 여론을 고소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공적 주제에 자발적으로 발언을 했다면 그에 따르는 평판을 감수할 책임이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 닿는 발언권에 필연적으로 붙는 반대급부다. 한국은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형사 소송으로 처벌하며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는 나라다. 이건 특정한 표현을 국가가 처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명예훼손 고소는 표현의 자유와 대립관계에 있다.

방송인 서유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아무리 자신의 발언에 대한 피드백이라 해도 단순한 모욕과 악성 루머 등을 뱉고 퍼트리는 것까지 참을 수는 없을 것이다. 요는 고소할 대상을 가려서 고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방송인 서유리는 과거 악플러들을 고소할 때 악플 수준을 사례로 적시한 후 “제가 이번에 회사로 넘긴 악성 게시글들은 모두 이 정도 수준입니다. 아무나 고소하지 않습니다.”라고 알려준 적이 있다. 이런 구분 없이 불특정 다수를 싸잡아 고소를 들먹이면, 그 인물이 연루된 쟁점에 관해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다. 인물의 행적에 대한 비판은 그의 명예에 대한 비판과 쉽게 스미고 겹친다는 점을 생각해도 그렇다.

유명인이 인스타 라이브를 켜고 이것저것에 대해 오피니언 리더처럼 말하는 건 표현의 자유가 그에게 준 권리다. 자신은 단호한 말투로 쉽게 논란을 일으키면서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논란은 고소로 종식하겠다는 건 표현의 자유를 독점하겠다는 발상이다. 어떤 주제에 관해 생각을 밝히기 위해 '말'을 뱉었다면, 최선을 다해 입장을 부연하고 오해를 교정하거나 논쟁을 이어가며 '말'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고소는 맨 나중의 수단으로 고려하는 것이 맞다.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은 일반화할 수 없는 상투적 명제라고 생각한다. 다만, 특정한 권한에 대해서 특정한 책임이 따르는 건 분명하다. 쉽게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이다 보니, 유명세가 주는 권한에 대한 자각, 유명세의 윤리에 대한 고민 역시 쉽게 방기되고 있다.

윤광은  https://brunch.co.kr/@mcwanna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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