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규정 가운데 아마도 가장 복잡한 룰이라 할 "보크"로 야구가 시끌시끌합니다. 뜨거운 야구 인기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반응부터, 심판들의 자질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한화 구단에 대한 동정 여론까지, 또 한편으로는 상대팀 LG에 대한 비난과 KBO의 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공정하고 정확한 판정을 하는 것이 당연한 심판. 더구나 승부가 결정될 수 있는 시점인 경기 끝자락, 한 점차 승부에 나온 오심, 잘못된 판정이 어떤 식으로도 보상 받을 수 없는 상처가 되어버린 상황, 어찌됐던 최대 피해자는 야구팬들입니다.

소란함이 가득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한화의 점잖은 대응과 사후약방문식의 KBO 대응이 묘하게 교차되는 순간이기도 한데요. 보크와 오심, 그리고 지난밤의 이야기는 자세히 하지 않겠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고 있고, 저마다 그 상황에 대한 제 각각의 판단을 하고 있으니 말이죠. 다양한 견해와 여러 비난들이 넘쳐나는 가운데 상황을 지켜보며 일단 생각을 정리했고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보크라는 야구룰 가운데 가장 복잡한 부분에 대한 접근이 철저하게 이뤄지길 바란다는 생각!

심판들조차 판정에서 늘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는 보크의 문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확실하고 정확하게 정립되길 바랍니다. 야구의 룰을 아예 바꾼다면 모를까, 엄연하게 심판들이 지켜야 할 선이 정해져 있고, 그 안에 "보크"도 있는 것. 팬들까지 알아보는 상황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건 분명한 문제라는 거죠. 분명하게 알고, 정확하게 적용시켜야 한다는 겁니다.

새로 야구를 접하게 된 많은 팬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크에 대한 여러 지식을 얻었다고 합니다. 어려운 룰, 맞습니다. 사실 누군가가 이 룰에 대해 묻는다면 그 모든 보크의 경우들을 다 설명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들의 이야기이지, 그라운드에 가깝게 서 있는, 그라운드에서 유일한 중립자인 심판에게 그것이 어려워선 안 될 겁니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이들에게 "보크"의 경우에 대한 새로운 자각이 다시금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런 노력과 고민이 이번 사태를 통해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그것이 오심으로 인한 아쉬움과 상처가 해결되진 않겠습니다만, 실수를 통해 나아진다면 그 실수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바탕으로 가치를 둘 수 있을 테니 말이죠.

그러기 위해선 KBO를 포함한 관련된 모든 이들의 진심어린 반성과 자각, 그리고 노력이 함께해야 합니다. 반드시!

두 번째, 비디오판독 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으로 해결?

한화의 대응은 신사적이었습니다. 억울하게 놓친 경기에 대해 가장 강력한 항의수단인 제소까지 이르지 않은 것을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엔 제소한 팀에 따르는 불이익에 대한 생각도 있었겠지만, KBO나 심판들에게 최악의 상황은 막아준 거라 볼 수 있죠.-

하지만, 그 대안으로 내놓은 건 바로 보크에 대한 비디오 판독 요구였습니다. 어제 같은 상황에서,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순간의 판정에 미심쩍은 상황이 연출된다면 그것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는 강할 겁니다.

거기에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실수를 기계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한편, 이와 같은 보완책으로 판정 자체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다는 생각, 그 의도와 의미에는 어떤 이의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 앞에서 하나, 둘 비디오 판독이 허락된다면 경기시간은 자꾸 늘어나고, 심판의 판정범위는 갈수록 줄어들지 않을까요? 지금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 비난을 받고, 다시금 반복하지 않기 위한 심판들의 노력이 더 중요한 순간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미국에서 펼쳐지는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는 지난해부터 비디오 판독의 범위를 늘렸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비디오 판독의 범위와 심판의 오심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조명되기도 했는데요.

야구에서 가장 큰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심판"일 터. 심판이 경기를 바꿔서는 안 되겠지만, 심판의 권위와 오심도 경기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야구의 역사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참 어려운 문제지만 고민할 부분도 분명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비디오 판독의 요구가 높아지는 만큼 그것에 의존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더라는 거. 그런 요구와 기대에는 심판들의 판정에 그 수준과 권위, 믿음이 더해져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지난밤의 오심처럼, 너무나 명백하고 그래서 더 화가 나는 상황들이 이어진다면, 결국 심판들의 판정엔 믿음이 없어질 수밖에 없죠. 그럼 결국 그 빈자리에 "비디오 판독"이란 요소가 대신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커져만 가고 반박할 논리는 줄어듭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의 자리를 만들어갈 심판의 역할은 더더욱 중요하겠죠? 야구 고유의 맛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쉽게 비디오 판독을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으실 수 있겠지만... 글쎄요. 야구를 재미있게 하는 요소들엔 볼과 스트라이크의 미묘한 차이, 가끔씩 나오는 애매한 상황들에 대한 논란과 변수들도 있습니다. 오심과는 다른 부분으로 이것들이 없어지는 야구가 과연 어떤 야구일지는 잘 모르겠군요. -뭐, 당장 생각할 수 있는 문제로는 잦은 판정 시비와 시간이 늘어지는 효과, 그리고 다른 판정들에 대한 논란까지도 예상됩니다만.-

사람이 하는 경기이며, 사람이 보는 경기이기에, 사람이 우선으로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서로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요소가 최우선이란 점은 말할 필요도 없겠죠?

덧.
이 이야기를 쓰며 한편으론 작은 걱정을 합니다. 자칫 비디오 판정 도입에 대한 불만이 경기 판정에 대한 옹호처럼 보일까봐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판정에 대해선 아쉽고, 불쾌하며, 화도 납니다. 심판들의 판정수준이 높아지고, 경기 진행의 수준을 올리는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싶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비디오 판독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을 뿐, 그 비디오 판독과 오심에 대한 부분은 별도로 받아들여 주시길.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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