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근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해 대학생 지지 발언을 한 박대용 춘천MBC 기자에 대한 경위 파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대용 춘천MBC 기자는 지난 7일 밤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주변에서 열린 반값 등록금 집회에 ‘날라리 선배 부대’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박대용 기자는 허재현 한겨레 기자와 함께 반값 등록금 투쟁을 하고 있는 대학생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 박대용 춘천MBC 기자가 7일 밤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해 대학생들을 향해 헌법21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디어몽구 동영상 화면 캡처
박 기자는 또,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헌법 21조를 대학생들 앞에서 읽으며 대학생들을 격려했다.

그러나 이후, 서울MBC 한 관계자는 김재형 춘천MBC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대용 기자가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것과 관련해 “진상을 파악하라”고 말했다. 이후 김재형 사장은 춘천MBC 보도팀장을 통해 해당 내용을 전달했고, 보도팀장은 8일 밤 박대용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참석 여부 등 경위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쪽에서 먼저 박대용 기자의 집회 참석에 대해 서울MBC에 항의했고, 이후 MBC가 춘천MBC에 진상 파악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만 정확하게 확인은 되지 않고 있다.

“기자로서 간 것이 아닌, 대학생들의 선배로서 간 것”

박대용 춘천MBC 기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경찰이 서울MBC에 압력을 행사한 것 같다”며 “서울MBC가 춘천MBC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력을 가했고, 이후 ‘진상을 파악하라’는 춘천MBC 사장 지시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 (회사에)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인에 대한 압력이라고 본다”며 “기자 입장에서 등록금 집회에 간 것이 아닌 선배 입장에서 ‘날라리 선배 부대’ 일원으로 간 것”이라며 “(엄연히) 서울MBC와 춘천MBC는 다른 회사인데 어떻게 회사를 뛰어 넘어 이를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7일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서 한대련 대학생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주장하며 촛불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박대용 기자에 대한 경위 파악 이후의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 춘천MBC 노동조합은 추후라도 박 기자에 대한 징계 움직임 등이 보일 경우 강하게 항의하고 대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창식 전국언론노동조합 춘천MBC 지부장은 “반값 등록금 집회에 참석한 것에 대해 경위를 파악했다는 것만으로도 언론사 기자에 대한 압박이고 압력 행사”라며 “현재 (경위 파악) 이후 진행 상황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집회 발언에 대해 문제 삼았다는 것은 언론인에 대한 사찰로, 경위 파악 이상의 압박이 가해진다고 한다면 노조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 관계 차원에서 춘천MBC 쪽에서 전화 한 것”

이와 관련해,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박대용 기자가 트위터를 이용하면서 워낙 여러 매체에 거론되고 있고 바깥에서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춘천MBC 보도팀 차원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본인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한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MBC 관계자가 춘천MBC 쪽에 전화를 걸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확인한 바로는 없다”고 말했다.

이진숙 국장은 아울러 “MBC 기자나 PD 등 직원들은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는 일반 시민들과는 달리 이해가 충돌되는 부분에 어떤식으로는 개입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취재 제작 가이드 라인’을 지킬 필요가 있다”며 “MBC는 이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노조가 가수 김흥국씨에 대해 문제를 삼은 것처럼, 기자든 PD든 프로그램 진행자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 아래 포괄적으로 점검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트위터에는 서울MBC의 행보를 비난하는 동시에 박대용 기자의 행동에 지지를 표하는 트위터 이용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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