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과 7일 열린 A매치 평가전은 한국 축구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분위기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경기에서 이기고 여러 내용이 좋았던 것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졌던 한국 축구의 기를 살리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기 때문입니다. 승부 조작, 내부 갈등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던 가운데서도 두 경기를 찾은 8만여 팬들은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한국 축구의 신바람 나는 미래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한국 축구, 그리고 '국가대표의 젖줄' K리그는 팬들로부터 얻은 자신감을 계기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월드컵, 아시안컵 같은 큰 대회가 당장 열리지 않음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나타난 것은 고무적입니다. 큰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만 열기가 뜨겁고 많은 관중이 찾던 예전과는 분명히 달랐습니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도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 신뢰를 갖고 있는 팬들이 많다는 증거였으며, 여전히 많은 팬들이 한국 축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본 선수들은 신명나는 플레이로 화답하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고, 기대했던 이상의 성과를 내며 팬들의 성원을 얻었습니다. 특히 K리그 출신 선수들은 최선을 다 하는 플레이로 팀 승리에 큰 공을 세우며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마치 월드컵 때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이들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뛰었고, 원하는 결과도 냈습니다.

▲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꽉 들어찬 전주월드컵경기장
이번 승부조작 사태에 국가대표 선수가 연루됐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국 축구, K리그를 살려야겠다는 의지 하나만으로, 대표하는 선수들로서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응원을 먹고 사는 이들 입장에서는 이번 경기 승리가 절실했고, 어느 때보다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뛰었습니다. 이에 팬들은 큰 박수와 응원을 보냈고, 어느 A매치보다도 '대박'을 내며 흥겨운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제 이 열기를 K리그로 이어가게 하는 일이 큰 과제로 남았습니다. 승부조작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프로축구 K리그는 A매치 휴식기동안 정비를 한 뒤, 11일 다시 시작합니다. 그 사이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10여 명의 선수를 기소하고, 포항 모 선수의 승부조작 가담 사례를 적발하는 등 진척된 사항도 있었습니다. 12라운드가 끝난 뒤에는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K리그 16개 전 구단 선수, 감독, 직원이 한 자리에 모여 워크샵을 갖고 '승부조작, 부정행위 근절'을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부정행위의 뿌리를 완전히 뽑기 위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하고, 선수, 코칭스태프의 의지가 대단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의지만 갖고, A매치 열기에 도취돼 있기만 하면 곤란합니다. 정말로 팬들이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는 프로축구 K리그가 돼야 합니다. 잠깐 방심한 사이, 문제는 또 다른 어떤 곳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때는 정말 팬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며, 등을 돌릴 것입니다. 그나마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기에 팬들은 K리그를 다시 응원하고, 관심을 갖고, 경기장을 찾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에 K리그에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는 제대로 화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등도 이 같은 팬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완전히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상황이 어려워도 경기는 이어집니다. K리그 12라운드에서 '신뢰로 보답하겠다'는 대전 시티즌 선수들의 메시지처럼 행동으로 모든 걸 보여주며 신뢰로 거듭나는 K리그, 한국 축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프로축구 K리그가 살아야 한국 축구도 살기 때문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