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기분 좋게 6월 A매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상승 무드를 탔습니다. 조광래호는 세르비아, 가나 등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 15, 16위의 만만치 않은 팀을 상대로 연달아 2-1 승리를 거두며 A매치 3연승을 이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유럽,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강한 팀을 맞이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를 챙긴 것이 성과 중의 성과였습니다.

이번 A매치 2연전에서 조광래 축구대표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사실상 첫 출발선에서 자신이 앞으로 보여줄 축구 철학, 나아갈 방향을 제대로 보여주며 앞날을 기대하게 했습니다. 짧고 정교하게 이어지는 패스플레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중원, 공격진의 날카로운 공격력 등 이번 2연전을 통해 어느 정도 자리잡는 모습을 보이며 합격점을 받을 만했습니다. 무엇보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는 마지막까지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기어이 승리를 쟁취하는 한국 축구 특유의 투혼까지 살리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과제도 확인하기는 했지만 브라질월드컵이라는 목표를 향해 시작하는 시점에서 여러 가지로 많은 성과를 얻은 두 차례 평가전이었습니다.

▲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나란히 골을 넣은 구자철, 지동원 ⓒ연합뉴스
조광래호는 아시안컵을 통해 얻은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번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기 위한 시험을 해봤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스트 박지성, 이영표 키우기'였습니다. 박지성, 이영표의 빈자리를 어느 선수가 메우느냐에 따라 대표팀의 세대교체, 나아가 전력 구상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2,3월 터키,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정통 측면 자원을 실험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2연전에서는 어떤 특정한 포지션에 얽매이는 것보다는 선수들이 갖고 있는 특징, 장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에게 기회를 줬습니다. 여기에서 떠오른 선수가 바로 지동원, 김영권이었습니다. 정통 스트라이커, 중앙 수비 출신인 이 선수들을 조광래 감독은 측면 자원으로 돌리는 모험을 감행했습니다. 많이 경험해보지 않은 포지션인 만큼 이에 대한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동원, 김영권은 감독의 의도를 100% 간파하며 맹활약을 펼쳤습니다. 지동원은 가나전에서 박주영, 이청용, 김정우 등과 쉴 새 없이 포지션을 바꾸고 움직이면서 상대 수비를 뒤흔드는 플레이로 위협적인 공격력을 선보였습니다.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패스플레이, 감각적인 볼 컨트롤은 상대 수비진의 혀를 내두르게 했고, 침투 플레이는 기존 측면 자원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기에 1골-1도움이라는 '눈에 보이는' 활약까지 더하면서 차세대 에이스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김영권 역시 세르비아전에서 기본적인 수비 능력 뿐 아니라 활발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한 측면 공격 플레이로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결국 후반에 쐐기골까지 작렬, 강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틀을 깨는 감독의 선수 기용, 그리고 그러한 의도를 완벽하게 소화한 선수들 덕분에 신나는 축구의 묘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중원에서의 다양한 움직임, 그리고 골결정력 향상 부분도 그렇습니다. 기존에 한국 축구는 측면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단조로운 패턴 때문에 상대가 이를 간파했을 경우 이렇다 할 뚜렷한 공격 해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조광래호 출범 이후, 중원에서의 다양한 움직임, 패스플레이를 통한 창조적인 전술 운영으로 많은 골을 뽑아내면서 완전히 달라진 축구 스타일을 갖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시안컵 6경기에서 13골을 뽑아내고,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8골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득점력만 봐도 조광래호 축구가 얼마나 한국 축구를 많이 바꿨는지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 바탕에는 기성용, 김정우, 이용래, 윤빛가람 등 중원 미드필더들의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기술이 있고, 감각이 있는 이 선수들이 유기적인 호흡을 통해 매 경기마다 중원 장악에 큰 힘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전보다 안정된 팀의 면모를 갖추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팀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것이 이 정도인데, 완성도가 한층 높아진 미래에는 어떤 축구를 보여줄 지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분명히 조광래 감독은 이전 외국인 감독들조차 하지 못한 것들을 하나하나 바꿔 나가면서 한국 축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스스로 달라진 면모를 보여주며 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을 바라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팀을 리빌딩하고 있는 조광래 감독, 그리고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 선수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만 놓고 보면 인정해야 할 부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대되는 측면이 많습니다. 1년도 안 된 시간에 많은 것을 바꾼 조광래호, 앞으로 보여줄 새로운 축구, 그리고 만화 축구의 완성된 모습은 어느 정도 수준일지 정말 기대되고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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