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시작하기 전만 해도, 2011년 대한민국 가요계의, 아니 연예계 전체에 걸쳐 가장 주목받았던 이름은 단연 아이유였습니다. 아이돌 같지만 아이돌 같지 않은, 완성된 가수라고 하기엔 아직도 발전 도상에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대형 여자 솔로가수의 등장은 2010년의 끄트머리에서부터 시작하여 2011년 초반의 모든 차트를 곡만 바꾸며 그녀의 이름으로 도배하는 저력을 보여 주었죠. 아이돌 세상의 마지막을 경고하며 지금 가요계를 호령하는 나가수의 위력은 어찌보면 아이유의 활약에서 이미 예고되었던 셈이에요.

이런 그녀의 놀랄만한 성공에는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며 인지도와 실력을 쌓아온 준비 단계 덕분입니다. 발라드에서 시작해서 아이돌 같은 댄스 음악으로, 그리면서도 라디오를 위시한 무대를 통해 목소리의 호소력을 전달하는 그녀의 노력은 1단계 과정. 즉 가수로서의 아이유를 알리기 위한 착실하면서도 효과적인 토대 만들기였어요. 아이유는 이 시간 동안 그 어떤 또래가수보다도 많은 라이브를 소화했고,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자신의 식으로 해석하는 재능을 보이면서 천천히 대중들의 귀를 납득시키며 열정을 쏟았습니다.

다소 실망스러웠던 영웅호걸의 종영에 이어 다소 무리다 싶은 키스 엔 크라이에서 피겨 선수로 도전을 시도하고, 아이돌의 전유물이었던 음악 프로그램의 MC로 선을 보이기도 합니다. 드림하이에선 연기자로서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었고, 각종 뮤직비디오에서 게스트로 출연하며 관심을 끌기도 하죠. 새로운 CF 스타로 등극한 그녀를 각종 광고에서 만나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되었습니다. 음반 활동을 마무리한 지금이야말로 스타로서의 아이유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죠.

폭발적이었던 2단계의 가수로서의 활약에 비하면 확실한 성공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드림하이에서 연기력을 호평받기도 했고 무난한 진행으로 음악방송 MC의 자질을 검증 받고 있기는 하지만, 후반부부터 확연하게 아이유를 간판으로 활용했던 영웅호걸은 실망스러운 종영을 맞이했고, 김연아를 타이틀로 하며 후속작으로 내세운 키스 앤 크라이의 성적도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탁구 선수로 변신하는 귀여운 컨셉의 S오일 동영상이 주초에 공개되었지만 그 기발함과 설득력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아이유 열풍이 불었던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죠. 케이윌의 뮤직비디오 출연 이후 같은 소속사 써니힐의 뮤비에서 잠깐 등장한다는 얼굴마담을 하기도 했지만 그 파급력 역시 미미했었구요.

사실 그녀의 3단 변신이 끝은 아닙니다. 지금의 스타로서 자리잡기 과정 역시도 아이유라는 스타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하는가를 결정하는 국면은 아니죠.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며 부진한 시청률, 점점 떨어지는 관심을 질책하며 비난하면서 채찍질하기 보다는 천천히, 그리고 서서히 가다듬어지고 성장하는 것을 느긋하게 기대하면 그만이니까요. 다만 다른 어떤 과정과도 비교하기 힘든 그녀만의 새로운 길을 어떻게 개척해나가냐를 지켜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 여고생 가수가 걷고 있는 길은 무수히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스타들이 참고할 만한 출구 전략이 될 수도 있고, 다른 어린 솔로 가수들에게는 확실한 롤 모델 역할을 할 수도 있거든요. 여러모로 아이유는 아직까지도 주목해야 할, 그리고 관심을 가져야 할 2011년의 가장 중요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중문화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즐거움. 성장하는 스타를 보는 기대와 설렘. 아이유의 3단 변신은 그 모든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거든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