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기대감과 관심 속에서 치러졌던 2010-11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FC 바르셀로나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당초 스페인과 잉글랜드 챔피언 간의 자존심 대결로 상당한 관심을 끌었지만 현존하는, 아니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완벽한 전력을 자랑하는 FC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비교적 싱겁게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바르셀로나는 자신들이 추구해 온 패스 축구, 점유율 축구 스타일을 앞세워 경기를 지배하며 '완벽한 우승'을 이뤄냈습니다. 그야말로 5월 마지막 주말 밤, 2010-11 시즌 마지막 경기를 '뷰티풀 풋볼'로 완벽하게 장식하며 유럽 정상 정복에 다시 성공한 FC 바르셀로나였습니다.

▲ FC 바르셀로나 (사진: 김지한)
29일 새벽(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FC 바르셀로나는 페드로 로드리게스, 리오넬 메시, 다비드 비야의 연속골을 앞세워 웨인 루니가 한 골을 만회하는데 그친 맨유를 3-1로 제압하고 통산 4번째로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골을 넣어야 할 선수들이 모두 골을 넣은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전반 10분 이후 경기 자체를 완전히 주도하면서 간결하고 정교한 패스를 활용한 다양한 공격 패턴을 선보이며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비력을 자랑하는 맨유 수비진을 무력화시킨 모습들 자체가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중원에서 경기 전체를 완벽하게 컨트롤한 사비, 이니에스타에서 시작해 페드로, 비야, 메시 등 공격수들의 완벽한 마무리로 이어진 공격력은 정말 '판타스틱'이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때로는 1대1 상황에서 발빠른 개인기로 상대를 가볍게 넘어서기도 했고, 그동안 리그에서는 아껴왔던 중거리 슛으로 2골을 뽑아내는 등 보다 다양화시킨 공격력으로 맨유를 뒤흔들었습니다.

반면 맨유는 전반 초반에만 투지 넘치는 플레이와 기대할 만 한 공격력을 선보였을 뿐 시즌 중후반 이후 폭발했던 공격과 중원 능력 면에서 다소 미흡한 모습을 보여주며 사실상 완패하고 말았습니다. 박지성이 활발한 활동량을 보이며 분전하기는 했지만 맨유 선수들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떨어지고 골을 허용한 뒤 다소 자제력을 잃으며 자멸했습니다. 2년 전 패배를 만회하고 싶어 했던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1-3으로 패배가 굳어지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덜덜 떠는 모습을 보여주며 또 한 번 굴욕감을 맛봤습니다.

물론 세계 클럽 랭킹에서도 1,2위를 다투는 팀들의 대결이기는 했지만 바르셀로나의 절대적인 우위가 제대로 느껴졌던 경기였습니다. 오랜 경력과 관록을 자랑하는 퍼거슨 감독이 제시한 전술, 전략조차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을 만큼 바르셀로나 선수들의 기술력, 패스 축구를 바탕으로 한 전술 운영 능력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 정도였습니다. 탄탄한 스쿼드, 그리고 이를 잘 활용할 줄 아는 감독의 능력과 선수의 경기력이 모두 잘 어우러진 바르셀로나의 완벽한 전력은 왜 이 팀이 지상 최고의 팀인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줬습니다. 한국 시각으로 새벽에 열리기는 했어도, 또 박지성이 뛴 맨유가 져서 아쉬움이 남기는 해도, 바르셀로나가 공격, 미드필더, 수비 모든 면에서 보여준 최고의 경기력은 분명히 '축구란 이런 것이다'라는 걸 가르쳐주는 듯 했고 색다른 즐거움과 만족감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뒤, FC 바르셀로나는 더욱 탄탄해진 스쿼드와 전력으로 2차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하며 구단 역사상 최고 전성기를 달렸습니다. 세밀한 패스와 기민한 움직임, 높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공격력 등으로 현대 축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스스로 제시하며 유럽 뿐 아니라 지구상 최고 축구팀으로 거듭난 바르셀로나가 됐습니다. 퍼거슨, 무리뉴 등 당대 최고 전략가들조차도 넘어서지 못했던 가운데서 이 최강 팀을 깨기 위한 명문 팀들의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올 2011-12 프리 시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뷰티풀 풋볼'을 추구하는 바르셀로나의 기세등등한 분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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