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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연일 '위험의 정치화' "중국인 입국금지"보수언론에게 의학 전문가 집단은 대한의협뿐…질본 "최근 해외 유입사례, 현재까지 없다"
송창한 기자 | 승인 2020.02.25 12:32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미래통합당과 주요 보수언론은 연일 정부를 향해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늦장 대응을 한 탓에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코로나 최고 숙주는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 '굴종의 역사적 DNA가 있는 것인가'라는 문구가 신문지면을 채울 만큼 중국인 입국금지 조치를 이견 없는 중론인 것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를 갖춘 주장인지는 의문이다. 

조선일보 2월 25일 <중국인 입국금지 빗발칠 때… 文, 시진핑에 전화해 방한 다짐받기>

24일 대한의사협회는 7번째 중국인 입국금지를 권고했다. 미래통합당과 보수언론은 대한의협의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 권고와 중국인 입국금지 조처를 시행한 나라들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비교적 적다는 것을 근거로 정부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은 칼럼 <한·중·일 지도자의 우한내상>에서 "굴종의 역사적 DNA가 있는 것인가? 경제적 타격이 두려워서인가? 아니면 북한에서의 영향력을 기대해서인가?"라며 "문 정권은 무엇을 얻으려고 온 국민이 그토록 전전긍긍하며 요구해왔던 중국 문(門)을 끝내 열어두면서 정작 우리는 세계로부터 격리당하는 수모를 감내해야 하는가?"라고 썼다.  

김 고문은 "오늘의 사태는 문재인 대통령의 안이함과 오만함에 기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은 중국발 병마와는 별도로 그것을 제때에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 지도력 실종이라는 또 다른 내국(內國) 질병을 앓고 있다"고 했다. 

서지문 고려대 영문학 명예교수는 조선일보 칼럼 <'쪽박조차 깨는' 정부>에서 "정부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발생 이래 이 미지의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면서 진원지인 중국발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라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계의 요구를 거부했다"며 "중국인에게 질병으로부터의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싶어서인가?"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기사 <중국인 입국금지 빗발칠 때… 文, 시진핑에 전화해 방한 다짐받기>에서 "입국금지 대체 왜 안하나"라며 대한의협의 7번 권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기존 후베이성 입국 금지 조치만을 유지한 채 시진핑 주석 방한에만 연연하고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 우경임 논설위원은 칼럼 <"위기에 동맹은 없다">에서 "중국의 우방인 북한, 러시아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국경을 닫아버렸다"며 "우리 정부는 중국에 마스크 보내기 운동을 지원하며 위로했고, 중국으로부터의 입국을 막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4일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은 칼럼 <코로나 최고 숙주는 문재인 정부의 중국 눈치보기다>를 썼고, 동아일보 박제균 논설주간은 칼럼 <정권의 오만이 재앙을 키운다>에서 "중국과 북한 정권에는 비굴할 정도로 수그리는 문재인 청와대는 시선을 국내로 돌리는 순간 고래를 뻣뻣이 쳐든다"며 문재인 정권이 80년대 NL(민족해방) 운동권 좌파이기 때문에 문제라고 했다. 

그러나 감염병 발생 시 특정국에 대한 전면 입국금지 조처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국제보건규칙 등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감염자 밀입국 가능성을 높여 방역망에 구멍을 낼 수 있고, 실효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수언론에서는 대한의협의 주장을 내세워 전문가 의견이 마치 하나로 종결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이미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예방의학회 등 각 의학 전문가 집단에서는 입국금지 실효성에 대해 세계보건기구 등과 같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고,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도 중국인 입국금지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더하고 있다. 

24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31번 환자 이후로 해외 유입 사례가 파악된 것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최근 들어 해외 유입사례가 확인된 것은 현재까지 없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현재 확진자의 75%가 신천지 대구교회와 청도 대남병원 관련자라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 확진자 현황에 따르면 현재까지 중국국적 감염 확진자는 6명이다. 

언론에서도 미래통합당과 보수언론의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겨레는 25일 사설 <'중국 전역 입국금지' 논란, 현시점에 적절치 않다>에서 "매일 확진자가 급증하는 불안 속에 '최대한 감염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주장에 과학적 근거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미래통합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연일 '정부의 늦장 대응으로 사태가 확산됐다'며 중국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근거가 빈약하다"며 "지역사회 감염 대응에 총력을 쏟아야 할 시기,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 이 문제를 과도하게 쟁점화하는 것은 위기에 편승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정 본부장의 브리핑 내용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선 미국의 전면 입국제한 조처를 거론하는데, 설사 우리가 미국과 같은 시기(한국시각 2월 3일)에 시행했다 해도 그 6명 중 1명만 차단할 수 있었던 셈이다. 게다가 이탈리아, 이란 등에서 보듯 '전면 제한' 조처를 한 국가에서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확산이 번지는 단계"라고 지적했다. 즉 "엄밀히 보면, 중국인이나 중국에서 온 외국인과 한국 감염자 폭증 사이의 연관성은 아직 입증된 게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한겨레는 "검역과 자가격리, 자기진단 철저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특정 국가나 지역보다 '사람'에 따라 위험도를 판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전문가들의 말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실효성도 현실가능성도 낮은 주장으로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고 조언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생명 가치 넘어선 '위험의 정치화'>에서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에 대해 반론했다. 

장 교수는 북한·러시아 등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는 이유는 그들의 의료수준과 인프라를 고려할 때 할 수 있는 일이 중국인 입국금지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고 있는 40여개국 중 미국, 일본 등 4~5개국만 선진국일 뿐 나머지는 북한, 러시아, 베트남, 파푸아뉴기니, 피지, 몰디브, 팔라우, 카자흐스탄, 모리셔스, 가봉 같은 나라들"이라고 했다. 

이어 장 교수는 "반면 한국처럼 아직 중국인 입국을 금지지 않고 있는 나라는 벨기에, 영국,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라며 "앞으로 코로나19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이들도 중국인 입국금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오늘까지 선진국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고 했다. 

또 장 교수는 "지금까지 알려진 대량 확산은 중국인이 아니라 한국인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점"이라며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들을 최대한 빨리 찾아내 지역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들을 찾기만 하면 아직 기회의 창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면서 "이런 시기에 위험의 정치화에 몰두하는 이들은 수천명을 모아 정치집회를 열고 한 때 야당의 대선후보로 거론되던 사람은 거기에 숟가락을 얹고 있다. 정권에 대한 맹목적 증오가 생명의 가치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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