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칸영화제에 참석한 김기덕 감독은 <아리랑>을 일컬어 "나의 자화상 같은 영화다.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묻는다"라고 했습니다. 아울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영화계에 가지고 있는 섭섭한 감정과 회한을 비판적으로 쏟아냈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작년 연말에 불거졌던 장훈 감독과의 일화가 <아리랑>으로 재차 수면 위에 떠오르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그 글을 쓴 이후로 관계자분들까지 오셔서 비공개로 김기덕 감독과 장훈 감독의 사건과 관련한 사연을 말씀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밝힐 수는 없지만 달갑지 않은 일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허나 장훈 감독에게 실망했을지언정 여전히 가열찬 비판을 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만약 동일한 상황에 처했을 때 과연 신의를 지키고자 김기덕 감독의 곁에 남았을 것이라고 100% 장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욕심을 채우고 싶다면 김기덕 감독에게 솔직하게 의사를 밝히고 허락을 득하는 쪽을 택했을 겁니다.
각설하고, 일각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을 두고 나라 망신 운운한다는 것은 다소 유감스럽습니다. 이를테면 왜 굳이 칸영화제까지 가서 좋지도 않은 일을 떠벌리냐는 것이겠죠. 그 의견에 일정 부분 공감은 합니다만, 한편으론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합니다. 김기덕 감독도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뼈저리게 절감한 바가 있겠죠. 다시 말해 내부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을 듯하니 칸영화제라는 큰 행사에서 <아리랑>을 통해 공개적으로 넋두리를 쏟아낸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사실이 그렇다면 한국영화계의 현실도 척박하기 그지없겠군요.
다만 이번 일로 인해 김기덕 감독을 필요 이상으로 숭고한 희생자로 포장하거나, 반대로 장훈 감독을 위시한 인물들과 한국영화계 전체를 집중적으로 비난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지나친 과열양상을 띄고 감정적으로 임한다면 그 무엇도 해결될 리가 없으니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을 만든 보람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신경써야 할 부분은 이 일로 인해 김기덕 감독의 입지가 국내에서 더 좁아지지는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당장 <아리랑>만 해도 칸영화제에서 수상하면 모를까, 이대로는 국내 개봉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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