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자체로 경이롭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렇게 다양한 소재와 포멧을 가지고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은 프로그램 자체가 정말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이 이번에 아주 제대로 된 사고를 쳤다. 지금 당장 사람들을 모아서 실제로 해도 너무나 재밌을만한 게임을 창조해낸 것이다. 이 게임은 프로그램을 넘어서 수많은 MT나 OT, 동아리 모임, 야유회 등에서 바로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룰이 단순하면서도 긴장감이 넘친다. 이 게임은 마치 복불복 + 마피아 + 잡기놀이를 합친 것과 같은 재미와 스릴을 안겨준다.

게임의 룰은 이렇다.

1. 보스를 뽑는다. - 보스는 '가위 바위 보'를 갖는다.
2. 팀원들은 가위 바위 보 중 하나만을 가질 수 있다.
(이때 미리 상의는 불가하며 모든 팀원을 고른 후에 팀원의 패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게임시에는 랜덤으로 뽑는 것이 더욱 좋을 것으로 보인다.)
3. 상대방과 접촉시에 자신이 가진 '가위 바위 보'를 가지고 게임이 진행된다.
4. 게임에서 이긴 경우 상대방의 '가위 바위 보'와 자신의 것을 교환할 수 있다.
5. 보스가 죽으면 게임은 끝난다.

이 게임의 특징은 우선 단순하다는 것에 있다.

가위 바위 보는 누가 봐도 단순한 게임 방식이다. 따라서 큰 설명 없이 모든 이들이 쉽게 이기고 지는 경우를 파악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엄청난 심리전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보스를 잡으면 바로 게임이 끝나기 때문에 보스를 찾아야 하고, 상대방의 패가 무엇인지를 예측해야 한다. 따라서 게임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교란해야 하고 이 교란 작전을 간파하느냐 그러지 못하느냐가 게임의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마치 '마피아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친 듯이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우리네 모습을 떠올리게 해준다. '마피아 게임'의 긴장감에 빠져 봤다면 이 게임의 긴장감 역시 못지않을 것을 짐작할 것이다.

세 번째로 몸을 움직여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한다기보다는 앞마당에라도 나가서 서로 대치도 하고 도망도 좀 치면서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더욱 재미지다. 원래 사람은 몸을 움직여야 더 신나는 법이다.

네 번째로 마지막 한방이 있을 수 있다. 지고 있던 팀이 보스를 잘 찾아내서 이기면 한방에 게임을 역전할 수도 있다. 이런 마지막 한방 찬스가 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그 긴장감의 끈이 느슨해지지 않는다.

무한도전 제작진들이 만들어 낸 이 단순한 게임이 이렇게 긴장감 있는 게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무한도전 맴버들의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제 어떠한 미션이 주어지더라도 그것을 가장 긴장감 있고 재밌게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이 단순한 게임이 이렇게 긴박감 있고 재밌는 게임으로 완성될 줄은 아마 제작진도 몰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어떤 것을 해도 '무모한 도전'이 아닌 진짜 '무한도전'이 되어버린 이들의 능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자, 이제 게임의 새로운 장이 시작됐다. MT에서 술 먹이는 게임을 하는 데 지쳤다면, 맨날 컴퓨터 앞에만 앉아서 게임하는 것에 지쳤다면, 이제는 나가서 이 게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이 '무도 묵찌빠' 게임이 마치 3.6.9가 그랬던 것처럼, 손병호 게임이 그랬던 것처럼 대한민국 게임계를 다시 한번 뒤흔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무한도전은 이렇다. 제작진은 새로운 아이템을 던지고 출연자는 그 아이템을 극대화한다. 이 두 집단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프로그램은 언제나 일정 퀄리티 이상의 재미를 시청자들에게 준다. 그것이 무한도전이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이유이고, 무한도전이 10년을 넘어 30년, 50년까지도 장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이유이다. 매번 경이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이들에게 깊은 존경을 아니 보낼 수가 없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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