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로 맞선 11회말 2사 1, 2루에서 오윤의 타구가 중견수 이대형의 글러브에 닿았으나 제대로 포구가 되지 않아 끝내기 안타가 되어 LG가 패했지만, 전진 수비로 인해 타구를 아웃 처리하지 못한 이대형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패전의 멍에를 쓴 임찬규를 탓하기도 어렵습니다. 오윤에 앞서 2사 2루에서, 어제 임찬규에게 스탠딩 삼진을 당하며 마지막 타자가 된 알드리지를 상대로 정면 승부하지 않고 고의 사구를 선택한 박종훈 감독의 결정도 아쉬움은 남지만 근본적인 패인은 결코 아닙니다.

LG의 패인은 중반 이후 집중력을 완전히 상실한 야수들에 있습니다. 7회말부터 9회말까지 LG의 야수들은 매 이닝 실책을 범하며 패배를 자초했습니다. 7회말에는 1사 1, 2루에서 강정호의 타구를 3루수 정성훈이 어렵사리 포구했지만 1루에 악송구하는 바람에 2루 주자가 득점, 5:2로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습니다. 3루가 아닌 2루에 주자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굳이 1루에 송구할 필요가 없었는데, 무리한 송구가 화근이 된 것입니다.

▲ 6회말 LG 중견수 이대형이 넥센 첫타자 강병식의 타구를 놓치고 있다. ⓒ연합뉴스
8회초 정성훈이 대타 윤진호로 교체되며 LG는 공격과 수비 양쪽에서 모두 취약해졌습니다. 윤진호가 정성훈보다 타격이 취약한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1점이 소중한 연장에 돌입했을 때 더욱 무겁게 작용했습니다. 게다가 윤진호가 유격수로 들어가며 유격수였던 박경수가 2루수로, 2루수였던 서동욱이 3루수로 포지션이 변경되며 두 선수는 모두 결정적인 실책을 범했습니다. 5월 6일 대구 삼성전 관전평에서 선수들의 잦은 포지션 변경이 혼란을 야기해 실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오늘 경기에서는 경기 중 포지션 변경이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정성훈의 교체는 대대적인 내야 포지션 변경과 연속 실책, 그리고 역전패라는 도미노 현상을 야기했습니다. 정성훈의 교체 이유가 부상 때문인지 7회말 실책으로 인한 문책성인지 알 수 없으나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내야수들의 실책이 속출한 가운데 5:4로 앞선 9회말 2사 3루 송지만 타석 볼 카운트 2-2에서 조인성이 김선규의 몸쪽 볼을 포구하지 못하고 뒤로 빠뜨리며 동점을 헌납한 순간, 분위기는 넥센으로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내야수들의 연이은 실책에 안방마님 조인성마저 흔들린 것입니다. 그나마 7회말과 8회말 2사 후 이병규의 호수비만이 돋보였을 뿐입니다.

야수들의 중반 이후 집중력이 저하된 것은 수비에서뿐만 아닙니다. 타격에서도 중반 이후 완전히 침묵했습니다. 4회초 2사 1루에서 정의윤의 우중간 적시 2루타 이후 LG 타자들은 11회초가 종료될 때까지 7.1이닝 동안 단 한 타자도 안타를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5회초 등판한 윤지웅과 6회초 등판해 8회초까지 투구한 이태양이 승리 계투조가 아니라 추격조의 신인 투수들이었음을 감안하면 LG 타자들이 얼마나 타석에서 집중력을 상실한 것인지 알 수 있습니다. LG의 최대 약점이 마무리를 비롯한 계투진임을 감안하면 중반 이후 쐐기점을 뽑는 것이 필수적인데, 5월 10일 잠실 한화전 7회말 7득점이후 5월 11일부터 오늘 경기까지 4경기 연속으로 LG 타선은 5회말 이후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투수들이 아무리 잘 던져도 타자들이 점수를 뽑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것이 야구의 속성임을 감안하면 LG 타자들의 집중력 상실은 뼈아픕니다.

▲ 7회초 1사 1루 LG 이택근의 2루수 앞 병살타 때 넥센 유격수 강정호가 1루주자 정의윤을 포스아웃시킨 뒤 1루로 송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지고 보면 투수들도 잘 한 것은 없습니다. 선발 김광삼을 비롯한 LG 투수들은 1, 4, 5, 6, 7, 8, 9, 11회말에 걸쳐 8번이나 선두 타자를 출루시켰고 그 중에서 5이닝이 실점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상대 선두 타자가 출루할 경우 야수들, 특히 내야수들의 긴장감과 피로도는 커지기 마련인데, 투수들이 안타와 볼넷으로 넥센의 선두 타자를 손쉽게 출루시킨 것이 내야수들의 연이은 실책으로 귀결된 것은 아닌지 성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선이 침묵을 지킨 지난 4경기 동안 투수들의 힘으로 LG는 2승 2패를 해왔는데, 이제는 타자들이 분발할 때입니다. 이진영의 부상 공백을 우려했지만 정의윤은 LG 타자들 중 유일하게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9번 타순에 배치된 서동욱은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하위 타순은 제몫을 다한 셈입니다. 그러나 이병규, 박용택, 조인성의 중심 타선은 도합 14타수 1안타로 침묵을 지키며 팀 패배에 원인을 제공했습니다. 올 시즌 LG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다음 경기에서 승리로 추슬렀다는 것입니다. 내일 경기에서 타자들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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