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자리에 오르려다 인사청문회에서 '함량미달' 판정을 받고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비위 혐으로 구속되며 사임한 유영구 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의 후임 총재로 내정됐다는 보도로 인해 야구계가 크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자 <일간스포츠>에 따르면 신 전 차관은 KBO 총재 내정설에 대해 "구단주 한 분이 내게 연락해 온 적이 있다. 그래서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 뿐이다. 나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히면서 '그 구단주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결국 프로야구 8개 구단 구단주들 가운데 신 전 차관에 에게 KBO 총재를 제의한 사람이 있기는 있었다는 말이다.

▲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신 전 차관은 이어진 인터뷰에서 “결정은 내가 하는 게 아니지 않나. KBO 총재는 8개 구단 구단주들이 정한다. 원래 KBO 규약에는 총재와 총장 인선에 주무부처(문화부) 승인을 받게 돼 있었다. 내가 차관으로 재임하며 그 규정을 없앴다.(현행 규약은 총재 선임은 주부처에 보고. 총장은 관련 사항 없음)"다고 프로야구계에 총재 추대에 관한 자율성을 부여해 준 것이 자신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정부에서 야구계에 여러 지원을 해 줬다. 유 전 총재,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과 함께 야구 중흥을 위해 여러 일을 했다. 지방자치단체 소유이던 구장을 구단이 25년 장기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부터 야구장 건설 지원 자금으로 스포츠토토 자금 240억원이 들어간다."며 자신이 차관 재직 시절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하는 바를 줄줄이 나열했다.

그는 더 나아가 “야구장을 기웃거린다는 말은 섭섭하다. 프로야구 최대 현안이 시설 문제 아닌가. 차관 재임 시절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을 했다. 나는 현 정권 창출에 관여한 사람이 맞다. 하지만 일을 하려 한 거지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정부가 KBO 총재를 내려 보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신 전 차관은 인터뷰 내내 KBO 총재 추대가 8개 구단주들의 자율의사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스스로는 프로야구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KBO 총재로서 자격도 있고, 시켜주면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KBO 총재 추대를 이미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멘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정리된 내용이다.

이쯤 되니 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유 전 총재의 사임이 신 전 차관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세력이 추진한 모종의 '작업'일 것이라는 루머가 전혀 황당한 소설처럼 느껴지지도 않는다.

12일 오전 또 다른 매체에서는 신 전 차관 외에 또 다른 정치권 인사가 KBO 신임 총재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야구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구회'는 신 전 차관의 내정설이 확산되자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최근 KBO 총재 인선과 관련해 또다시 정치계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며 "한국야구의 백년대계를 세울 중요한 시기에 명패만의 총재는 야구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낙하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야신' 김성근 SK감독 등 야구계 원로들은 아예 노골적인 표현으로 낙하산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고 있다.

이처럼 야구계의 반발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표출되자 화들짝 놀란 문화부에서 낙하산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나섰다.

문화부 관계자는 12일 새 KBO 총재 선출 문제와 관련, "KBO 정관이 바뀌어 정부가 총재 선출에 관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이제는 아니다"라며 야구계가 자율적으로 새 총재를 뽑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KBO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총재 인선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정치권에서 우회적으로 어떤 압력이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이처럼 거의 모든 야구계가 KBO 총재 인선에 있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입장을 한 목소리로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딴 생각을 하고 있는 일부 구단주들의 마인드가 황당하기 그지없다.

프로야구가 올해 650만 관중 동원을 바라볼 만큼 그야말로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한 오늘날 내실 있는 프로야구단 운영을 통해 프로야 전체의 발전을 도모해야하는 이때 권력에 기대서 모기업에 뭔가 떡고물을 안기기를 원하는 쌍팔년도식 마인드를 가진 프로야구 구단주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할 길이 없다.

도대체 그 구단주가 누굴까? 물증은 없으나 심증이 가는 구단과 구단주는 대충 머리 속에 그려진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큰 혜택을 본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고 있는 구단이나 뭔가 이명박 정부에 뭔가 잘못한 일이 많거나 약점을 잡힌 일이 있어 KBO 총재 자리라도 마련해 줌으로써 면피를 할 필요가 있는 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구단이 가장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른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대충 2-3개 구단으로 압축이 된다.

그와 같은 '쌍팔년 스타일'의 마인드를 지닌 구단주가 누구건 야구계 전체의 바람과 목소리를 확실하게 확인했다면 이제부터라도 제 정신을 차려주기를 기대해 본다.

팬들과 야구인들을 무시하는 프로야구단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프로야구단이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면 구단주 역시 존재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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