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내 수사-기소권 분리 방침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언론에서는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논의보다 '윤석열 대 추미애' 대립 구도가 부각되고 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에게 기소권이 부여돼 있고, 수사-기소 검사 분리 시 검찰의 재판 대응력이 약화되고 기관장 내부 결재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수사검사가 기소까지 하는 기존 현실에 있어 공판만을 담당하는 검사를 별도로 두는 검찰 관행에서도 같은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침과 관련,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을 부각하기보다 '공판중심주의' 구현을 위한 분석보도가 필요해 보인다.

중앙일보 17일 <윤석열, 부산 검사들 만난 자리서 대놓고 추미애 반박>

16일 중앙일보는 <윤석열 "수사·기소 분리될 수 없다" 추미애에 정면반박> 기사를 통해 윤 총장이 13일 부산지검 비공개 직원간담회에서 "수사는 소추(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이고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검사의 일이다.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을 보도했다. 추 법무장관이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침을 내놓으면서 윤 총장의 입에 시선이 쏠리던 시점이다.

중앙일보가 이날 윤 총장 강연 발언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직접심리주의,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등을 강조했다고 한다. 윤 총장은 "판사가 심리했으면 그 사람이 판결을 선고해야 한다. 검찰도 수사를 했으면 그 사람이 주문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고 한다. 판사가 직접 사건 당사자, 관련자 진술을 듣고 증거들을 심리해 판결하는 '직접심리주의' 원칙이 검찰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인용보도가 쏟아졌다. 주로 '정면 반박', '정면 충돌', '불협화음', '직격탄', '또 입장차' 등 법무부와 검찰 간 대립각을 부각하는 보도들이 대다수다. 보수언론에서는 추 장관의 방침이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추가기소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추 장관 수사-기소 분리 방침에 대해 13일 조선일보는 사설 <추 장관의 막무가내 수사 방해, 어디까지 갈 건가>에서 "선거 공작을 수사 검사들이 밝혀내도 기소 검사들이 뭉갤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썼다.

17일 중앙일보는 사설 <'무법 장관'의 길로 폭주하는 추미애 법무장관>에서 "윤 총장이 울산시장 사건에 대한 기소를 강행하자 추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 카드를 꺼냈다"며 "울산 건 추가 수사나 정권이 관련된 다른 사건 수사에 얼마든지 보호막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다. 억지, 궤변, 몰상식, 몰염치의 폭주를 멈추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12일 법무부 관계자는 "추 장관의 발언은 수사 결과를 제3자가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검찰 직접 수사의 영역에서도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고 방점은 수사에 대한 검토에 있는 것"이라고 언론에 밝혔다. 법무부는 13일 '분권형 형사사법절차 추진 배경에 대한 설명' 보도자료를 내 추가 설명을 내놨다.

법무부는 “수사의 중립성과 객관성에 대한 논란이 많았고, 재판 과정에서 증거와 법리 문제가 제기되어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라며 “전임 검찰총장도 ‘수사에 착수하는 사람은 결론을 못 내리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리’라고 했듯이 상당수 검사들이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추 장관이 하루 아침에 갑자기 제의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추 장관이 '현재 검찰에서 직접 수사중인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제도 개선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으나, 위 특정사건에 대해서는 이 제도가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16일 <추미애 '수사-기소 분리' 주장이 논란 빚는 세 가지 지점>에서 ▲검사에게 기소권을 부여한 형사소송법 충돌 ▲ 재판에서의 범죄 대응력 약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 간 의견충돌 발생 시 내부 결재 의존도 상승 등의 우려를 전했다. 형사소송법보다 하위인 법무부 훈령 등으로 검사의 공소권을 제약하면 위법 논란이 불가피하고, 수사 검사가 공소유지도 잘 하며,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 간 의견 충돌은 결국 내부 결재 시스템에서 결론를 내는 방식으로 가게된다는 것이다.

또 한겨레는 소수의견으로 학자, 검찰 내부의 찬성 의견도 함께 전했다. ▲형사소송법에서 수사와 기소를 한 명의 검사가 해야한다는 법 규정은 없고 ▲인지 사건의 경우에도 재판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을 챙기는 일)이 어려워지면 공판부 검사가 대신했다 ▲기소심의위원회, 전문자문단, 인권수사자문관 등 여러 제도 도입했지만 검찰 수사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검찰이 유지하고 있는 공판검사 제도의 한계도 존재한다. 현재 수사검사는 수사와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내부 결재를 통해 기소여부가 확정된다. 그런데 검찰은 공판 검사를 별도로 두어 공판만을 담당하게 하고 있다. 검찰 주요 인지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의 직관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공판검사 제도는 사건 수 등 현실적 한계로 공판검사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공판검사는 수사과정과 검찰의 기소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채 재판만을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우려들과 같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수사검사가 직관을 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아니면 공판검사의 권한을 강화해야 공판중심주의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