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위대한탄생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위대한탄생은 슈퍼스타K와는 다른 '멘토'제를 사용하여 또 다른 재미를 시청자에게 안겨주었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꽤 많은 화제와 관심을 받고 있다. MBC 측에서는 슈퍼스타K의 지상파 아류작이라는 비난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게 되었다.

슈퍼스타K가 아메리칸 아이돌의 영향을 받았다면 위대한탄생은 엑스펙터의 영향을 받았다. 따라서 위대한탄생은 '오디션'이라는 근본만 같을 뿐 슈퍼스타K와는 이미 차별성을 가지고 시작했다. 따라서 슈퍼스타K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벗고 나름의 성과를 이뤄낸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슈퍼스타K2가 뒤로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고 놀라울 만한 시청률 향상과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에 비해서 위대한탄생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시청률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화제성이나 영향력, 체험도에 비추어 볼 때 위대한탄생은 확실히 힘이 빠진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권리세의 미소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 정희주의 성장을 보는 재미도 있었다. 이태권의 자라나는 눈썹은 과연 메이크업인가? 아니면 정말 자라고 있는 것인가? 를 궁금해 하는 재미도 있고, 셰인의 그 뭔가 오묘한 맛을 느끼는 재미도 있었다. 게다가 손진영의 지속적인 부활은 슈퍼스타K2 의 강승윤과 비교해 보면 너무 흥미롭고(둘 다 곱등이 생명력이고 둘 다 전화투표로 살아나고 있는데 누구는 좋은 이미지를, 누구는 나쁜 이미지를 가졌다. 물론 강승윤은 막판에 한방 날리면서 좋은 이미지로 전환됐지만) 마지막으로 백청강의 춤사위를 보는 재미는 정말 최고였다.

이쯤 되면 위대한탄생은 꽤 재밌는 프로그램이 분명한데 이상하게 뒷심이 달린다. 왜 그럴까?

위대한탄생에 대해 얘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누구인가? 아마 백이면 백 '김태원'을 꼽을 것이다. 위대한 탄생은 멘토제를 통해서 차별성을 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멘토에게 상당부분 방송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시작부터 멘토들이 나와서 대화하는 방송이었으며, 멘토에 의존하는 스타일을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알다시피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은 오디션참가자들이어야 한다. 비록 심사위원들이나 멘토들도 같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지만 언제나 중심에는 오디션 참가자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오디션 프로그램으로서의 숨막히는 긴장감이 살아 있게 되는 것이다.

위대한탄생은 그런 점에서 멘토에 쏟아진 관심을 오디션 참가자로 이동시키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발견한 것은 물론 대단한 일이지만, 아직도 위대한탄생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김태원'의 그늘아래 놓여 있다는 느낌은 안타깝다. 마치 참가자들 위에 몇몇 절대자들이 있고 그 절대자들에 의해서 모든 게 결정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디션 참가자 개인에게 쏟아지는 관심보다는 멘토에 쏟아지는 관심이 더 커져 버렸다.

방송이 끝나고 나면 '멘토'끼리의 알력 다툼이나 '멘토'의 성향에 관한 글이 개인 참가자에 대한 글보다 훨씬 많은 것이 그 증거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오디션 참가자가 아닌 '멘토'에게 향했을 때, 마지막 참가자를 가르는 그 긴장되는 여정의 설레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뒤로 갈수록 맥아리를 잃어가고 있는 위대한탄생이 취해야할 자세는 오롯이 참가자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멘토의 비중을 가급적 많이 줄이고 오디션 참가자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돌려야 한다. 다양한 방식,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참가자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참가자들을 더 포장해야 한다. 멘토가 이끌고 온 오디션이지만 결국에는 자기 스스로 서야 하는 것이 또한 오디션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그저 '멘토' 잘 만난 '멘토빨'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윗사람 잘 만나서 득 보는 그런 것은 분명 아닐 테니 말이다.

위대한탄생이 긴 여운을 만들어낼 작품으로 남을지 아니면 그냥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남을지는 이러한 비중 전환에 달려있다. 이미 시즌2를 준비하는 위대한탄생은 분명히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충격을 주고 싶다면 지금이야말로 변해야 할 때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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