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기획됐을 당시를 회상해 보자. 기억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이 기획에 비난을 던졌다. 도대체가 최고 수준의 가수들을 데려다 놓고 '순위경쟁'을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의견이었다. 이 기획은 가수가 지닌 명성에 누를 끼칠 것이 분명하며, 오히려 가수에게 안 좋은 일이 될 거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가요제작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난 이후, 음원차트를 장악한 '나는 가수다'가 결국 가요계를 탈나게 할 것이라면서 우려를 보냈다. 그들은 '예능'이라는 최고의 홍보 수단을 지닌 '나가수'의 음원들이 음원차트를 장악하면 열심히 노력해서 만든 새로운 가수들의 음원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의 주장을 100%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팔릴 만한 뻔한 음악들만 만들어왔으면서 무슨 소리냐는 반박에 마땅히 대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능'이 음원홍보의 가장 큰 장이 된 마당에서 그들의 우려가 아예 무가치한 것도 아니다.

이렇듯 '나는 가수다'는 프로그램이 가져올 부작용들로 인해 많은 걱정을 불러일으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우려는 전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매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제 1차 경연에서 '나가수'의 가수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들고 나와 시청자를 즐겁게 해 주었다. '가창력'이라는 기준으로 오직 '가창력' 뽐내기 테스트로 흘러 버릴 수 있었던 우려를 깨고, '나는 가수다'가 보여줄 수 있는 음악적 범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다는 것을 증명한 방송이기도 했다.

시작은 임재범이었다. 황제로 불리우는 그의 귀환은 '나는 가수다'의 질을 한 단계 높였다. 그리고 그는 엄청난 크기의 대형북과 독창적인 '호랑이폭풍창법'으로 완전히 새로운 버젼의 락을 보여주었다. 그가 보여준 무대는 대한민국 사람 어느 누구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충격적이고 동시에 새로운 무대였다. '나는 가수다'가 아니었다면 그의 목소리를 방송에서 듣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겠지만, 이 정도의 무대를 접할 기회 자체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임재범 이후로도 음악적 변화는 계속됐다. 정통 발라드의 김연우와 콘트라베이스를 접목했던 BMK, 저번 공연 때 잼베에 이어서 아날로그 키보드의 사운드를 선사해준 윤도현, R&B소울을 제대로 보여준 김범수, 기타 5대가 만들어준 중창 사운드에 한국에서 쉽게 접할 수도 없이 어둡고 음산했던 보컬을 가미한 이소라, 한 편의 뮤지컬처럼, 음의 이동만으로도 드라마를 만들어낸 박정현까지... 나는 가수다가 보여준 음악의 폭은 무한할 정도로 넓었다.

아마 '나는 가수다'가 아니었다면, 어떤 이들은 대형 북소리가 주는 매력을 한 번도 느끼지 못했을지 모르고,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이 얼마나 달콤한지를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어쩌면 아날로그 키보드라는 장치가 있는지 그리고 '보컬'이 아닌 그 '악기'가 음악의 절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모르고 살아갔을 것이다. 너무나 어두워서 끔찍하게 응어리진 이소라 같은 보컬이 있다는 것도 그리고 그런 장르의 음악이 가지고 있는 매력도 느끼지 못하고 죽었을지 모른다. '나는 가수다'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문화가 죽을 때는 똑같은 문화만이 존재할 때이다. 문화가 단일화되고 획일화되는 순간 문화는 힘을 잃고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시대, 이 시점에서 갑자기 다양한 음악들이 또아리를 틀며 어떻게든 세상에 머리를 내밀려하는 것에는 그 이유가 있다. 이미 대한민국의 가요계는 고사 직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이 살아남겠다고 직접 움직인 것이다.

그리고 '나는 가수다'의 가수들은 음악이 얼마나 다양한 것으로 가득 차 있는지를 손수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너무나 획일화되어서 하나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 음악계에 실은 너무나 다양하고 뛰어난 음악이 함께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나는 가수다'가 뛰어난 가수들의 명예에 흠집을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상처받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더욱 빛날 뿐이다. 그들이 경연에서 떨어진다한들 누구도 그들의 실력을 폄하하거나 그들의 실력을 비웃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경외하고 감탄하고 사랑할 것이다.

누군가는 '나는 가수다'의 음원이 가요계를 힘들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청중들은 대한민국의 음악계가 진정으로 강하고 단단하고 넓고 풍성한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제 깨달았을 것이고, 더욱더 다양한 음악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음악계의 다양함을 이끌고, 다시 이것은 감추어져 있던 대한민국 음악계의 힘을 끄집어 낼 것이다.

'나는 가수다'는 그래서 신화다. 이미 이 곳에서 공연하고 있는 '가수'들과 공연되고 있는 '음악'들과 보조하고 있는 모든 '제작진'들은 신화를 쓰고 있다.

대한민국의 그 역사 깊은 음악계를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는... 그리고 얼마 뒤에 조금 더 다양하고 넓은 살아 숨쉬는 음악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는... 바로 그 신화이다.

나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계속 찬양하고 숭배하고 고마워할 것이다. 단지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가수'들의 건강이다. 그들의 건강이 너무 악화되지 않을 수 있도록, 필요하면 잠시 쉴 수 있도록 그들이 배려받았으면 좋겠다. 그들의 음악을 오래 듣는 것이야말로 우리에겐 큰 축복이기 때문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 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