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무한도전 탄탄대로 가요제의 라인업이 구축되었다. 대단한 뮤지션들과 무한도전 맴버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이번 탄탄대로 가요제는 다시 한번 강변북로 가요제의 영화를 재현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그냥 당연한 것이고, 우리는 요 안에서 어떤 팀들이 멋진 한 방을 날려 줄지 기대하면서 즐길 준비만 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 과연 어떤 팀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특히 기대되는 몇 팀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 파리지앵X2

일단 이 팀이 가장 기대되는 이유는 하나이다. 도저히 어떤 음악이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재형은 음악적으로 정말 훌륭한 뮤지션이다. 특히 베이시스에서 보여준 음악들은 우울하면서도 깊이 있었으며 클래식을 바탕으로 한 장엄한 구성들은 말 그대로 고급스러운 가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베이시스의 음악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꼭 구해서 들어보길 바란다. 아마 입이 딱 벌어질 것이다.) 그만큼 고전적이면서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음악을 하는 정재형이 정형돈을 만났다.

정형돈은 무지하게 낮은 음역대로 유명하다. 그러나 과연 노래를 못하는가? 또 그렇게만 보지도 않는다. 음역대에 대한 문제가 있을 뿐이지 그래도 노래는 살짝 평균 이하 수준은 된다. Isn't she lovely 를 부를 때 보여주지 않았던가? 거기다가 랩핑능력을 가지고 있으며(뚱스), 마성의 고음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장착하였다. 이 정도면 정형돈이 대세인 이유가 있다.

이 둘이 만나서 어떤 작품을 만들 것인가? 일단 탄탄대로 가요제가 여름을 겨냥하여 댄스 위주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정통 발라드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지금까지처럼 빠른 노래 위주라면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정도의 미디엄 템포일 가능성이 높긴 하다. 그러나 정재형의 넓은 음악 폭을 생각하면 영화음악같이 구성이 복잡한 음악이 나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형돈'의 노래를 가지고 말이다.

일단 탄탄대로 가요제가 장난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강변북로 가요제가 이미 그것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뮤지션들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이 팀은 '정재형'이 '정형돈'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에 따라서 그 작품의 성향이 만들어질 것이다.

중요한 건 하여간 지금으로서는 정말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음악을 하겠다는 걸까?

- 바닷길

난 요즘 길이 불쌍하다. 솔직히 말해서 길은 분명히 무한도전 멤버들 중에서 무언가를 책임지는 비중이 너무 약하다. 일단 몸으로 하는 것에서 몸을 사리는 경향(?)을 보였고, 무리수를 던져서 재미를 주지도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좀 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인다. 오해 때문에 열심히 안 한다고 욕을 먹더니, 열심히 해서 건초염에 걸리자 이참에 빠지라고 말하는 악플들을 보면서 길에 대한 연민이 생겼다. 사실 길이 좀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프로그램내에서 충분히 필요한 역할은 하고 있다. 수많은 도전으로 어느새 다들 능력자가 되어 버린 것 같은 멤버들 사이에서 덜 떨어지는 길이 있었기 때문에 '유재석의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었고 '같이 걸을까.'의 감동이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

실제 전진이 무한도전에 처음 참가했을 당시에는 전진도 길 못지않은 욕을 먹었다. 그러나 몸 쓰는 것에 워낙 능하고, '와'라는 노래가 다른 이유로 뜨면서 그에 대한 비난이 서서히 줄었으며, '쾌남'으로 준 웃음 한 방이 그를 호감형으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1박 2일에서도 이수근이 오랫동안 자리를 못 잡았었고, 무한도전의 정형돈 또한 힘든 시기를 겪은 바 있듯 길에게 필요한 건 어떤 계기가 아닐까 싶다.

탄탄대로 가요제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길은 중저음의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이 목소리는 보통 '두텁고 강한' 소울 풍의 목소리와 합쳐져서 리쌍 음악에 담긴 깊은 감정을 고조시킨다. 그는 탑 프로듀서이면서 정말 탁월한 보컬리스트이다.

바다는 가창력이라면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아이돌계의 원조 보컬리스트이다. 옥주현과 보컬선호도 조사에서는 항상 바다가 이기곤 했다. 그 이유는 옥주현보다 바다가 노래를 잘 부른다기보다는 바다의 목소리 자체가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강하고 높은 피치를 가지고 있는 청량한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암 쏘 매에~~~~드!” 가 이미 귓가에서 들리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바다의 초음파 같은 소리에 뇌의 한 부분을 점령당한 것이 분명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청량하고 강하며 날선 창과 같다.

이런 바다와 길의 만남은 중저음의 허스키와 고음의 청량함이 결합된 아주 독특한 조합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알리, 정인, BMK'등 확실한 소울과 두터움이 있는 보컬들과 함께 했던 길의 보컬이 바다 같은 보컬과 어우러졌을 때, 난 그 결과물이 재미를 떠나서 그냥 궁금하고 기대된다.

특히 바다는 무한도전의 매력둥이다. 무한도전을 보는 이들 모두 바다를 사랑한다. 어쩌면 바다 덕분에 길의 이미지가 좀 좋아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바닷길의 무대는 여러 면에서 재밌을 것이 분명하다.

- 10cm - 3cm

아마 많은 분들이 익히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10cm 의 음악에는 그 특유의 찌질함이라는 것이 있다. 아메리카노가 대중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잘 모르는 분들도 있긴 하겠지만 '그게 아니고'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그들 음악 내부에 심어져 있는 찌질함과 B급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들은 이 찌질한 B급 감성을 상당히 고급스럽게 음악에 싣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음악은 단순한 B급 감성 이상의 사람의 어딘가를 콕 쑤시는 마력이 있는 것이다.

하하도 찌질하다. 하하의 보컬은 '쌔~~'라는 후렴구로 희화화되어 있지만, 그의 허스키한 목소리 안에서는 B급의 정서가 특히 약간 한 서린 분위기가 확실하게 녹아 들어가 있다. 그래서 그가 무한도전에서 부른 '서울의 달'은 비록 장난기 가득해 보이지만 노래만 따로 들어보면 굉장히 물컹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며, 그가 부른 '술병'이라는 노래도 그가 가지고 있는 정서가 얼마나 찌질하고 B급정서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결합은 그런 점에서 강하다. 난 이들이 확실하게 찌질한 B급정서의 음악을 가져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장르가 무엇이 됐건 설령 빠른 템포의 음악이더라도 이들의 음악 안에는 분명한 정서가 실려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부를 노래의 가사이다. 굉장히 B급 냄새가 물씬 풍기는 찌질함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가사이지 않을까?

영계백숙이 훌륭한 작품이었던 것은 단순한 멜로디와 후렴구 덕도 있지만 그 근본에는 확실한 가사가 있었다. 난 이들의 노래의 가사와 이들의 찌질한 감성이 얼마나 잘 어우러질지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 것이 사실이다.

이상이 내가 기대하고 있는 탄탄대로 가요제의 라인업이다. 물론 이외에도 노홍철과 싸이의 조합, 박명수와 지드래곤 조합 등 궁금한 조합은 많다. 어쩌면 기대되지 않는 집단이 없다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탄탄대로 가요제는 확실히 성공할 것이다. 그리고 음원들은 음원 차트를 휩쓸 것이다. 그러니 난 이들이 정말 좋은 음악을 들고 나타나 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식의 콜라보레이션(공동작업)은 분명 문화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2년 전 '바베큐', '냉면', '영계백숙' 등으로 나를 환희에 차게 해 주었던 무한도전이, 이번에는 또 어떤 음악으로 축복을 내려줄지 기대해 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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