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방송된 각 방송사 간판 일요 예능의 시청률을 보자. 나는 가수다 15.1%, 해피선데이 20%, 런닝맨 10.8%(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 '피 튀기는 전쟁터'라고 불리는 일요 예능의 시청률 전쟁터에서 꿋꿋이 정상에 서있는 해피선데이와 그 뒤를 바짝 추격하는 나가수, 그리고 추락하는 런닝맨이 보인다. 사실 꾸준히 이 정도의 시청률을 보였으니 추락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그렇다. 그 때는 MBC가 너무 안 돼서 상대적으로 잘 돼 보였을 뿐이지.

런닝맨을 보면 느끼는 거지만, 참 재미있다. 예능에서 신인이라 부를 수 있는 몇몇과 군제대(소집해제)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몇몇, 그리고 이제 전성기가 지난 몇몇과 예능의 신 "유재석"이 보여주는 이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오합지졸이라 생각되어 재미가 있을까하는 걱정을 했지만, 정교하다라고까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각자의 캐릭터와 액션들, 월요 커플이나 여자 밝히는 왕코형님이나 기세 넘치는 중기나 귀여운 꾹이나 모함하는 광수 등 `훅`이 있다고 표현되는 상황들이 자주 연출된다. 재미있다. 그들이 토크할 때 가끔 무한도전을 보는 듯한 견고함까지 보이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런닝맨의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서 두 자릿수 초반에 머물러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확연하게 보인다. 제목은 '1박2일'에는 있고 '런닝맨'에는 없는 것이지만, 조금 더 넓게 보자면 '다른 예능'에는 있고 '런닝맨'에는 없는 것이다. 런닝맨에는 언뜻 훑어봐도 보이는 인기가 없는, 혹은 인기가 그저 그럴만한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천편일률적 게임 반복

일반적으로 런닝맨은 게스트 혹은 1:8 게임 같은 멤버내에서의 적을 '추적' 후 이기는 사람 혹은 팀에게 런닝볼을 주고 몇 가지 게임을 거친 뒤 런닝볼이 적은 출연자에게 불리하게 벌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실 '추적'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흥미가 있었으나 끝없는 반복으로 지겨움을 주고 있고, 이전에 이미 무한도전에서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여드름 브레이크', '꼬리잡기' 등의 추격전으로 치열한 두뇌싸움과 눈치작전이 큰 인기와 호평을 받은 바 있어 어떻게 보면 진부하기까지 하다. 무한도전의 추격전처럼 스릴과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극적 상황이 연출되는 것도 비슷하게 반복되어 지루하다. 이름이 아무리 '런닝맨'이라지만, 새로운 포맷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더 심한 것은 그 다음에 이어지는 게임들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체제가 정립되고 소재의 다양성과 참신성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시청자들에게 쌍팔년도식, 천편일률적 게임의 반복은 재미와 만족을 주지 못한다. 시청률 30%에 가깝게 인기를 끌었던 '패밀리가 떴다'도 천편일률적인 포맷을 반복하다가 인기가 없어져 막을 내렸다는 것을 되새겨보길 바란다.

'패밀리가 떴다'나 '1박2일'이나 여행을 다니며 여러 가지 게임을 하는 방식은 똑같은데, 패떴은 망하고 1박2일은 계속 흥하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 1박2일의 경우 '여행'이라는 소재 안에서도 다양성을 갖는다. 진부하게 반복되는 게임도 더러 있지만, 목적지에 도달하며 미션 수행, 멤버들 간의 대결, 복불복 형식의 다변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등 그 틀안에서도 끝없이 다양성을 고민하고 보여준 1박2일처럼 런닝맨도 '달리는' 속에서도 추적 뿐 아니라 소재의 다양성과 참신성을 고민해야한다.

1박2일 소재의 다양성과 관련해 이전 글 ☞1박2일 VS 무한도전에서 언급한 바 있다.


'벌'이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1박2일이 하는 족구를 시청자들이 스릴 있게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스태프 80명 입수"라는 엄청난 벌칙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못 먹는 그들의 처절한 배고픔을 공감하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 복불복을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도 같다. 어떻게 보면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 볼 수 있는 가수들의 무대에 미치도록 집중해서 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뒤에 1등과 7등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전자와 후자는 아주 긍정적이다. 전자는 그로 인해 큰 재미를 주고, 후자는 그로 인해 큰 감동을 준다. 더 넓게 보면 전자는 한국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관광 특수가 일게 하는 공익의 효과까지 줄 수 있으며, 후자는 가창력 있는 가수의 재조명으로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이라는 어떻게 보면 新예술의 시대까지 열고 있다.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에 대해서는 이전 글 ☞나는 가수다의 서바이벌이 정당화되는 이유에서 언급한 바 있다.

런닝맨의 벌은 대부분 미니스커트를 입고 거리 활보하기다. 글쎄. 단순히 웃을 수 있는 벌이긴 하지만, 그 정도의 벌을 면하기 위해 저들이 그토록 열심히 뛰는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극적이고 강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고, 착한 예능이 재미없는 것도 아니지만,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벌에 이러한 상황들을 집중해서 볼 필요가 없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냥저냥 저렇게 하는구나 하는 느낌. 리얼버라이어티의 강점은 바로 이러한 동기부여에서 온다.


런닝맨에는 '감동'이 없다

"예능은 그냥 예능일 뿐이다. 감동이나 뭘 얻고자 하기 시작하면 예능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웃기면 되는 것이다."라고 몇년 전 무릎팍도사에 나와 말했던 이경규가 지금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 등으로 폭풍 감동을 주고 대상을 받은 MC가 되어 있다. 무한도전 같은 경우 그들의 '도전'으로 수많은 감동을 낳고 그러한 감동은 팬들이 멤버들을 가족이라 생각할 만큼 끈끈한 유대로 묶어주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말할 필요도 없고, 1박2일의 외국인 노동자 특집, 놀러와의 세시봉 특집, 승승장구 등의 토크 프로그램에서 인생의 진솔한 감동이야기 등 감동은 지금 예능의 키워드이자 대세가 되어 있다.

단순히 웃기는 예능도 좋다. 허나 런닝맨은 라디오 스타처럼 그냥 넋 놓고 웃을 수 있는 포맷이 아니다. 억지 감동은 역겹지만, 조금은 대세를 따라 출연자들이 노력하고 뭔가 이루어가는 과정을 보여 '감동'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아쉬운 예능이다. 출연진들 재미있고, 근성도 보이고, 참신을 위해 많은 노력도 보이는데 결과로 잘 나타나지 않는 참 아쉬운 예능이다. 일요 예능의 최강자인 해피선데이와 신흥 강자인 나는 가수다라는 쟁쟁한 프로그램 사이에서, 더 새롭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다. 영웅호걸처럼 빨리 폐지하지 말고.


'소통'을 통한 미디어의 확장공사를 그리는 블로그(mediaparadiso.com) 운영.
한 때는 가수를, 한 때는 기자를 꿈꾸다 현재는 '법'을 배우고 싶어 공부중.
"내가 짱이다"라고 생각하며 사는 청년. 일단 소재지는 충북 제천. 트위터(@Dongsung_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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