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이길 수 없었습니다. 수비의 중심인 센터 라인에서 실책을 비롯한 얼빠진 플레이가 속출하며 동료 야수들이 에이스의 발목을 잡아 넘어뜨린 형편없는 경기였습니다.

4월 23일 이후 잠실 기아전에서 2경기 연속 병살 플레이에서 실책을 범한 박경수는 오늘도 병살 플레이에서 실책을 범하며 3경기 연속 실책과 한 경기 3실책으로 역전패의 주범이 되었습니다. 4:0으로 앞선 4회말 1사 1, 2루에서 박진환의 투수 땅볼을 병살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유격수 박경수는 2루 베이스 커버 아웃과 1루 송구에서 각각 실책을 범하며 역전의 화근을 제공했습니다. 병살 연결 과정에서 키스톤 플레이에 대한 권영철 2루심의 세이프 판정은 오심의 혐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루에 악송구해 2루 주자 강민호의 득점을 허용한 것은 박경수의 명백한 실책입니다. 오지환의 선발 출장 횟수가 감소한 것은 상대 좌투수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수비가 취약해 실책의 우려가 있기 때문인데, 타율은 낮아도 내야를 이끄는 안정적인 수비만큼은 인정받았던 박경수의 3경기 연속 결정적인 실책은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5회말 1실점의 원인을 제공한 것은 포수 조인성입니다. 2사 주자 없이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의 3구 삼진으로 이닝이 종료되어 2이닝 연속 실점을 막을 수 있었던 상황이 스트라이크 아웃 낫아웃으로 이대호의 출루로 이어지며 1실점의 빌미가 되었습니다. 기록상으로는 박현준의 폭투로 남았지만 조인성의 포구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다가 조인성은 2사 1, 2루 강민호의 타석에서 포일로 박현준의 불안감을 부채질했습니다. 결국 김문호의 적시타로 4:3 1점차로 추격당하면서 후반 역전패는 예고된 것과 다름없습니다. 최근 조인성은 포일과 폭투를 자주 범하고 있어 매우 불안합니다.

▲ 26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롯데-LG 경기에서 롯데 전준우가 7회말 1사 만루 상황에서 2타점 2루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7회초 2사 후 내야 안타로 출루한 이택근이 견제사 당한 것도 본 헤드 플레이였습니다. 5회초 이후 2이닝 연속 삼자범퇴 당했으며, 지난 주 LG 타선이 경기 후반 득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무기력했음을 감안하면 모처럼의 출루는 소중한 기회였는데 견제사로 무산되었습니다.

7회말 등판한 필승 계투조의 이동현과 이상열의 난조도 심상치 않습니다. 직구 구위의 저하로 그간 불안했던 이동현은 주무기 포크볼이 밋밋하고 높게 제구되면서 난타당해 패전의 멍에를 썼고, 하필이면 오상민이 불미스러운 일로 방출된 날 유일한 좌완 계투 요원인 이상열은 두 타자를 상대로 모두 적시타를 허용하며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강판되었습니다. 최소한 이동현만큼은 구위가 회복될 수 있도록 2군에서 정비를 하는 편이 나아보입니다. 마무리 김광수를 제외한 필승 계투진의 재편이 요구되는 시점인데, 이동현과 이상열, 그리고 오상민의 대안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7회말 등판한 임찬규는 자책점은 없었지만 8회말 1사 1루에서 강민호의 투수 땅볼을 2루로 송구해 병살로 연결시키지 않고 타자 주자만 아웃 처리했는데, 7회말 대량 실점으로 승패가 갈려 집중력이 저하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난 주말 기아전에서 2경기 연속 번트 수비에 약점을 보인 것을 감안하면 임찬규가 제5의 내야수로서 수비에 약한 것은 아닌지 미심쩍습니다.

LG는 이용규와 나지완이 제외된 기아에 2연패 당하며 상승 모멘텀을 제공하더니, 조성환과 김주찬이 제외된 롯데에 역전패로 상승 모멘텀을 헌납하며 3연패를 기록했습니다. 개막 2주차 한화와의 주말 3연전 싹쓸이로 벌어놓은 +3의 승패 마진도 모두 까먹으며 승률 5할로 내려앉았습니다. 선발 투수는 여전히 안정적이지만 야수들이 공수 모두에서 뒷받침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호투하던 선발 투수들이 야수에 대한 신뢰를 상실해 난조를 보인다면 LG는 시즌 초반 4월에 일찌감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야수들의 위기의식과 분발이 요구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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