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꺼내들고 거리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왕두령을 제거하기 위해 나서는 천둥의 모습이 반갑기만 합니다. 드라마의 2/3를 방황이라 불러도 좋을 시간을 보낸 후 본격적으로 아래적이 되는 천둥의 변화는 <짝패>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가치들을 쏟아내는 시간이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짝패의 애꿎은 운명, 그들의 대립을 예고하나?
아래적이 되기로 작정한 천둥의 변화는 의외로 급격하게 진행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상단을 꾸려서 중국으로 나선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는 아래적이 되려는 그의 전략일 뿐이었습니다. 평생을 사랑해왔던 동녀와의 관계도 칼로 무를 베듯 조금의 흔들림이 없습니다.
만약 천둥이 동녀에 대한 사랑이 없었다면 그녀를 이용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상단을 이용해 아래적을 활용하면 좀 더 효과적으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둥이 동녀에게 정을 떼는 행위는 그만큼 동녀에 대한 사랑이 깊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귀동은 천둥과의 약속대로 홀로 강포수를 데리고 아래적을 만나러 갔습니다. 자신의 말처럼 강포수를 아래적에 넘기고 오는 길에 천둥을 만난 귀동. 그들은 서로의 앞날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아래적이 되면 응징의 대상이 될 수밖에는 없는 공권력. 그런 권력에 몸담고 있는 귀동이 그 곳에 없다면 천둥으로서는 좀 더 마음 편하게 아래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 테니 말이지요.
더럽고 부패한 그 곳에서 나와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천둥의 말에 귀동은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비록 그 곳이 더럽고 지저분한 인간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썩지는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은 그 더러운 곳에서 백성들을 위한 포도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합니다.
천둥이 아래적이라는 이름으로 백성들을 위한 일을 하듯 귀동도 포교라는 이름으로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 합니다. 그들이 서로 다른 지점에서 총을 겨눠야 하는 상대이기는 하지만 목표가 같다는 점은 아이러니하기도 합니다.
태어나자마자 엇갈려 버린 운명처럼 같은 뜻을 품고도 서로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시대가 낳은 아픔일 겁니다. 품성이나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비슷한 천상 짝패인 그들이 환경에 의해 전혀 다른 지점에서 같은 뜻을 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요.
'정의'를 주제로 한 책이 가장 사랑 받는 사회. 소외된 이들에게 애정을 보인 인물에 대해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는 사회. 이런 사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방적으로 가진 자들만을 대변하고 그들을 위해 국민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사회는 이미 생명력이 다한 사회입니다.
소수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다수를 노예처럼 부리려 하는 사회에서는 불만이 고조될 수밖에는 없고 그런 불안은 사회를 위태롭게 만듭니다. 자신들만을 위한 성을 쌓아 자신들만을 위한 삶을 꿈꾸는 권력자들은 다수의 대중을 적으로 몰아가면서도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알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런 만용과 탐욕이 함께 버물려진 가진 자들만을 위한 사회는 모두가 불행해지는 사회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공정함과 정의라는 단어가 사어가 되고 불법과 편법만이 통용되는 사회는 서로를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 뿐입니다. 이런 부패한 사회는 <짝패>에서 저잣거리 사람들이 아래적에게 환호하고 부패한 포졸들과 왈자 패들을 처단하는 모습처럼 대중의 분노만을 이끌 뿐입니다.
장꼭지가 껄떡의 움막을 찾아 나누던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잊고 살았던 것들을 깨닫게 해줍니다. 아래적의 일원으로 나눔 공양을 하는 껄떡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자신보다 못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삶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이야기합니다. 조금은 작위적인 설정이기는 하지만 청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동생과 시각장애를 가진 형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보다 못한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위해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는 껄떡의 모습은 현대 사회의 각박함을 꼬집는 듯했습니다.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짝패. 서로 전혀 다른 지점에서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는 그들이 과연 벼랑 끝에서 마주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긋나기 시작한 그들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순간 서로에게 총을 겨눠야 하는 운명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그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짝패>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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