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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또 묻게 되는 한국 언론의 방향언론재단 '2019-2020 한국언론' 세미나…전문가들 "품질 강화·언론인 정체성 찾아야"
윤수현 기자 | 승인 2020.01.15 11:40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14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 <2019~2020 한국언론>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 참가자들은 2020년 한국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밝혔다. 참가자들은 ▲저널리즘 품질 강화 ▲집합적 정체성 확립 ▲강자로부터의 상대주의 타파 등을 주장했다.

이날 주제 발표자인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기사의 품질이 높아지면 독자들이 돌아올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박재영 교수는 국내 일간지·아사히신문·더 타임스·뉴욕타임스의 2016년 1면 기사 분석 자료를 예로 들었다. 박재영 교수는 “2016년 조사에 따르면 한국 신문은 ‘완전한 단일 관점’의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 반면 더 타임스와 뉴욕타임스는 복합적 관점의 기사를 작성하고 있다”면서 “뉴욕타임스의 경우 사설과 칼럼은 정파적인데, 기사 자체는 한국언론보다 더 균형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해외 언론의 2016년 1면 기사 분석 자료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박재영 교수는 “방송 역시 마찬가지다. 2018년 한국 지상파·종합편성채널 저녁 종합 뉴스 리포트의 심층성(의문 제기, 평가, 비판점을 제시한 기사)을 보면 30%대”라면서 “반면 일본 NHK는 한국보다 지표가 더 좋다. 한국에선 일본 언론을 우수하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지만, 데이터로 보면 NHK가 한국보다 낫다”고 밝혔다.

박재영 교수는 “현재 한국언론은 ‘단독’ 때문에 기자를 몰아붙이고 있다”면서 “독자는 단독 기사에 별 관심이 없다. 특종과 단독은 기자와 출입처, 그들만의 리그다. 기자와 언론사는 어떻게 차별적인 보도를 할지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재영 교수는 “기사에 재미·의미·정보·지식을 담는 걸 목표로 해야 한다”면서 “기사를 재미있게 쓰면 독자들은 보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해외 방송의 2018년 기사 분석 자료 (사진=한국언론진흥재단)

이원재 한국과학기술원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한국언론이 뉴스 수용자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재 교수는 ‘한겨레 덤벼라 문빠 사건’과 ‘KBS 김경록 PB 자료 유출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원재 교수는 “한겨레와 KBS는 24시간이 지나기 전에 사과했다”면서 “대중의 압력에 언론이 두려워하고 있다. 온라인 양극화는 보편적인 현상인데, 어느 편을 들 수밖에 없다는 도덕적 절충주의가 (언론사에)작용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진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원재 교수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좌와 우로 고정되어 있지 않다. 문제는 언론이 이를 직시하고 있냐는 것”이라면서 “언론이 상대주의의 위험에 빠져있다. 상대주의가 미덕일 수 있는데, 약자가 상대주의를 주장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강자가 상대주의를 주장하면 전체주의”라고 설명했다. 이원재 교수는 “언론사가 약자의 상대주의에 무릎을 꿇었나, 아니면 강자의 상대주의에 무릎을 꿇었나”라면서 “한국언론은 강자의 상대주의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언론인이 ‘집합적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웅 교수는 “현재 한국언론의 현실은 비극적”이라면서 “최근 MBC PD수첩의 검찰 출입 기자단 관행 방송과 관련해 갈등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비극의 고전적 구성 요소를 닮았다. 오래된 전통을 배경으로 사건이 성립되고, 윤리적 딜레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웅 교수는 “비극을 통해 높은 수준을 지향할 수 있는데, 한국언론은 지향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여러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데 전망이 없다. 언론사의 집합적인 원리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준웅 교수는 “언론은 문제에 대해 성찰을 줄 수 있는 윤리적·해석적 지평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언론인’이라는 집합적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언론인은 직역의 이념을 형성해 상징적 자원으로 삼아 스스로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언론사가 각사의 상황에 맞는 윤리강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황용석 교수는 “뉴욕타임스는 구체적인 윤리 가이드를 가지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 이용자 가이드라인, 광고 수주 가이드라인 등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의 경우 윤리강령이 선언적인데, 뉴욕타임스의 경우를 참조해 각사에 포지션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한국 언론사의 ‘위계적 문화’와 ‘전쟁터 프레임’을 문제로 꼽았다. 심인보 기자는 KBS 기자 출신이다. 심인보 기자는 “KBS 재직 시절 선배는 MBC를 두고 적이라고 표현했다. ‘적에 심장에 빨대를 꽂아 빨아먹어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기자의 조직 적응 과정에는 전쟁터 프레임이 있다. 타사와 전쟁을 하기 위해선 위계질서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나온다”고 했다.

심인보 기자는 “그동안 언론은 시장 기여도보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갔다”면서 “독자까지 경쟁에 참여하는 시장이 형성됐다. 그런데 타사와의 경쟁 우위가 초과수익을 보장하지 못하자 기자는 기레기로 변했다. 과거의 물적 토대는 무너지고, 위계적 조직문화만 잔존해있다”고 비판했다. 심인보 기자는 “과거에는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위계적 문화’가 존재한다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명분마저 사라졌다. 협찬을 유치하고 정파적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자가 동원되고 있다”면서 “한국언론의 전체적인 조직문화를 바꿔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KBS의 조국 전 장관 보도 화면 (사진=KBS 방송화면 갈무리)

엄경철 KBS 보도본부 통합 뉴스룸 국장은 “조국 보도와 관련해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이 저널리즘 가치와 충돌했을 때 (시민들은) 저널리즘 가치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 같다”면서 “저널리즘이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행 혁파를 위한 ‘출입처 타파’를 대안으로 던졌다”고 설명했다. 엄경철 국장은 “과거는 출입처에서 제공된 정보를 바탕으로 뉴스를 제작했는데, 지금은 (출입처의 효용성이) 바닥이 났다”면서 “이를 위해선 돈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엄경철 국장은 “다만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두고 회사 내부에 아노미 현상이 있다”면서 “(외부에서 KBS 이야기를 하면) 내부 논쟁이 벌어지고, 정치적 행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출입처 폐지와 관련해 ‘시민 운동가적 발상’이라는 (내부) 비판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80년 이전 영국 경찰과 언론은 하나와 다름없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입처 제도가 폐지됐다. 그 후 경찰과 언론의 사적 관계가 없어졌다. 한국언론에도 이런 게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표창원 의원은 “‘출입처 폐지’를 단일 방송국에서 추진한다고 성공할 수 있겠냐”면서 “언론과 권력기관이 함께 해야 한다. KBS와 엄경철 국장 개인 능력으로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번 <2019~2020 한국언론> 세미나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발제자는 이원재 교수·이준웅 교수·박재영 교수·심인보 기자 등이다. 토론자는 엄경철 KBS 국장·이성규 전 메디아티 이사·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이지상 중앙일보 기자·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황용석 건국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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