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야구장에 대한 논의나 고민은 어느덧 시들해진 상황,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근본적 대책이라 할 건 없습니다. 4월 16일, 8시 16분. 선언된 서스펜디드 경기는 무려 12년 만에 만난 경험이었고, 경기도중 암흑은 처음이었죠.
그것도 경기도중 정전으로 이번 사태의 비주얼은 매우 강력했기에, 방송으로 보신 분들도 뜨악, 하셨을 터. 어둑해진 야구장에서 완벽한 암전을 이룬 상황, 그것도 기습번트의 결과가 긴박했던 상황에서 꺼졌다는 점, 이 어이없는 사태는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는 시점에서 써보는 3번째, 마지막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는 수필이나 이야기, 소설에 관점에서 접근한 "놀러가면 안될 야구장"이었죠.두 번째 포스팅은 "대구구장 조명사고, 차라리 고맙다"라는 제목으로 야간경기 위주의 문제점과 새구장 이야기를 다뤘죠. 마지막을 장식하는 오늘의 포스팅은 "야구중계를 하다가 정전이 된다면"편으로 3부작 특집 포스팅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경기장 자체의 어둠으로 인한 검은화면은 아마 대부분의 스포츠PD에겐 드문 경험일텐데요. 모르겠습니다만, 처음에는 경기장 전원이 꺼졌다는 생각보다 중계차의 문제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은 정도, 회사에 들어와서 중계 그림을 받아서 다시 보니, 정말 마치 방송사고와도 같은 느낌이 강하더군요.
사실, 이런 불가항력적 사태 앞에서 중계팀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어두움 속에 아무런 상황도 없이 이어지는 시간은 무한처럼 길게만 느껴지고, 경기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진 방송을 마칠 수도 없죠.
이전까지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보여주는 것 정도가 유일한 대안,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거.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없고, 할 말도 없어지는 중계진. 그나마 경기장에 조금씩 불이 들어와 그림을 보여줄 수는 있지만..
선수들이 없는 빈 경기장을 보여주는 건, 참 못할 노릇입니다. 광고나 PR 같은 것들로 한 번씩 쉬어가는 것이 전부입니다.
말로 하는 하이라이트는 그 재미나 가치가 떨어지고, 상황에 대한 파악 자체가 힘든 가운데 말로 설명드리긴 더욱 더 어려운 노릇, 위기란 표현으로도 부족한 것이 바로 이런 중계 도중에 펼쳐지는 경기 중단 상황입니다.
특히, 라디오 야구 중계의 경우는 비가 오면 경기가 중단되기에 한 번씩 이런 경험이 있고, 어느 정도 대비도 합니다만... 경기초반도 아닌 막판에 이런 상황이 닥친다면, 그것도 현장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다면, 그 곤란함과 어려움이란 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란 거.
TV의 경우, 중계차는 자체 전력으로 해결이 됩니다만, 라디오는 기본적으로 경기장 전원을 쓰기에 아예 묵음이 나올 수도 있겠군요. -물론, 그런 경우에도 바로 대체 전력이 공급되는 시스템이 있긴 합니다만.. 순간적인 사고는 막을 수 없을 듯.-
중계 스텝들의 어려움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경우들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 그 고충이 더해지는데요. 라디오 중계가 예정된 오늘, 야구장 가는 발걸음이 왠지 불안하고 불편한 건 괜한 기우겠습니다만..
이런 걱정과 고민까지 함께해야하는 우리의 야구 상황, 중계 여건에 답답함을 감출 길 없습니다. 다시 못할 경험을, 다행히 야구장에 놀러가서 했기에 다행이란 생각을 여러 번 반복하면서.. 만약, 저런 상황을 일하며 맞이했다면.. 어찌했을까, 생각해보면 끔찍해지네요.
그날 중계한 스텝들, 모두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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