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K와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SK 전력의 절반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성근 감독과의 지략 싸움에서 LG 벤치가 밀리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LG 박종훈 감독은 여섯 번의 승부처의 지략 싸움에 밀렸습니다.
첫째, 선발 리즈가 5회말 2개의 장타 포함 3안타를 내주며 동점을 허용하는 동안 벤치에서는 한 번도 마운드에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선두 타자 임훈의 3루타와 조동화의 적시타는 리즈의 실투가 빌미가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5회초 2사 2루에서 박경수의 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한 호수비를 바탕으로 5회말 곧바로 타석에 들어선 임훈은 리즈의 낮은 공을 받아쳐 우중간에 떨어뜨리는 3루타를 기록했는데, ‘호수비 뒤에 호타’라는 야구의 속설을 뒷받침한 것이지 리즈가 실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조동화와 정근우의 적시타는 모두 초구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평소 마운드에 빠른 타이밍에 올라가던 최계훈 투수 코치가 오늘도 마찬가지로 마운드에 빨리 올라가 리즈를 다독거렸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조동화의 초구 적시타가 나온 시점이나 최윤석의 희생 번트가 나온 직후 마운드에 올라갔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셋째, 3:3으로 맞선 7회초 1사 1, 3루의 역전 기회에서 대타로 윤상균을 먼저 기용하고 2사 후 정의윤을 기용한 것입니다. 두 선수의 대타 기용 순서가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체인지업이 주무기인 정우람을 상대로는 공격적인 성향의 윤상균보다는 변화구를 공략할 줄 아는 정의윤이 외야로 희생 플라이를 보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지만, 윤상균이 먼저 나와 체인지업에 두 번의 헛스윙 끝에 삼진으로 물러나고 정의윤이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넷째, 7회말 2사 2루에서 2루타 2개를 기록하며 타격감이 좋은 정근우에게 정면 승부를 지시하다 결승 2루타를 허용한 것입니다. 불펜이 강한 SK를 상대로 경기 종반인 7회말 1점을 내줘 4:3으로 역전당하면 재역전이 어렵다는 점에서 정근우를 고의 사구로 거르고 3타수 무안타로 부진한 박재상과 승부했어야 합니다. 하지만 LG 벤치의 정근우 정면 승부 지시는 역전 결승타로 귀결되었습니다.
여섯째, 9회초 2사 1, 2루의 마지막 기회에서 대타로 김태완을 기용하지 않고 이학준을 그대로 둔 것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일발 장타를 지닌 김태완을 벤치에 앉혀 두고 대주자 전문 선수인 이학준의 올 시즌 첫 타석을 정대현을 상대로 둔 끝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경기는 LG의 완패로 종료되었습니다.
물론 LG의 패배를 박종훈 감독에게만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2경기 연속 4타수 무안타로 도합 16타수 무안타에 그친 이병규, 박용택의 무기력한 중심 타선과 8회말 쐐기점의 빌미가 된 김선규의 2경기 연속 몸에 맞는 공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설령 패하더라도 경기 종반 실점을 최소화하고 득점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며 내일 경기를 위해 분위기 싸움에서 밀리지 말아야 하는데 8회말 2실점과 9회초 무득점은 내일도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LG 타선은 최근 3경기 26이닝 동안 득점한 이닝이 단 3이닝에 불과할 정도로 집중력을 상실했습니다. 오늘 경기의 유일한 위안은 7경기 연속 무피안타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간 임찬규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