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점수만 놓고 보면 완승이지만 내용을 파고들면 LG가 4득점하며 8:0으로 벌린 7회말 이전까지는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는 양상이었습니다. 야수들이 공수 양면에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LG는 2회말부터 6회말까지 5이닝 연속 선두 타자가 출루했습니다. 하지만 득점에 성공한 것은 2회말과 4회말뿐이었습니다. LG가 강팀이 되려면 선두 타자가 출루하는 이닝에서 최소한 절반 이상 득점에 성공해야 하는데, 6회말까지는 공격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수비에서는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한 차례 씩 있었습니다. 5회초에는 1사 1루에서 병살타로 연결시킬 수 있는 땅볼 타구를 김태완이 놓치는 바람에 타자 주자만을 아웃 처리하는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2사 2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습니다. 7회초에는 선두 타자 이대호의 평범한 땅볼을 정성훈이 1루에 악송구하는 바람에 무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 ⓒLG트윈스
하지만 선발 주키치는 야수들의 공수에서의 매끄럽지 못한 플레이를 모두 일축할 만큼 훌륭한 투구로 승리를 따냈습니다. 7이닝 5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2승째를 따낸 것입니다. 5회초 2사 2루의 위기에서는 정보명을 삼진 처리했고, 7회초 무사 1, 2루에서는 세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하며 진루조차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LG는 주키치의 호투에 힘입어 롯데를 대파하고 삼성에 패한 두산을 끌어내리며 2위로 복귀했습니다. LG의 호조는 무엇보다 리즈, 박현준, 주키치로 이어지는 1, 2, 3선발이 안정적으로 가동되기 때문입니다.

정의윤의 공수 활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0의 불안한 리드를 이어가던 4회말 무사 1, 2루에서 이병규가 주자들을 진루시키지 못하고 범타로 물러났고, 하위 타순으로 내려가면서 득점에 실패할 경우 분위기가 롯데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의윤의 우전 적시타로 2:0으로 벌렸고, 이후 이택근과 조인성의 타점으로 추가 득점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정의윤은 5회초에는 선두 타자 강민호의 타구를 깔끔한 펜스 플레이로 연결해 2루에서 아웃시켰습니다. 전준우의 안타와 김태완의 실책성 수비가 이어졌음을 감안하면 강민호의 타구에 대한 정의윤의 보살은 실점을 막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연이은 실책으로 정의윤을 2군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현재 LG의 20대 프랜차이즈 우타자 중 정의윤만큼 검증된 타자는 없다는 점과 훌륭한 타자는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점에서 정의윤은 1군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입니다.

어제 삼성전에 선발 출장하지 못했던 박용택은 다시 4번 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했습니다. 박용택은 4월 13일 삼성전에서 끝내기 홈런 포함 5타수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는데, 다음날인 4월 14일 상대 선발이 좌투수 차우찬이라고 벤치에 앉힌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날 LG는 9안타 5사사구를 얻고도 윤상균의 솔로 홈런 외에는 득점에 실패하며 많은 잔루를 남기고 패했는데, 클러치 능력이 뛰어난 4번 타자를 벤치에 앉혔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박종훈 감독이 4월 8일 한화전에서 류현진을 잡기 위해 정면 승부 카드로 1선발 리즈를 뽑아든 것처럼, 타선 역시 상대 선발의 좌우 여부와 무관하게 4번 타자라면 고정적으로 출장시켜 정면 승부해야 합니다. 그것도 타격감이 좋은 상태라면 두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택근이 돌아와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LG 타선은 무게감이 달랐습니다. 이택근은 4회말 1사 1, 3루에서 2루수 땅볼로 타점을 기록했는데, 동일한 상황에서 서동욱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볼넷과 안타도 나란히 얻으며 존재감을 부각시킨 이택근이 부상 없이 올 시즌 내내 LG 타선을 이끌어야 합니다.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은 롯데를 3연패로 빠뜨리며 첫 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는데,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의 현실적인 목표를 준플레이오프 진출로 설정한다면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롯데를 끌어내려야함은 물론입니다. 비슷한 전력을 지닌 상대팀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따내며 승차를 벌리는 것이야 말로 확실하게 상위권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김광삼과 이용훈이 맞대결하는 내일 경기는 중간 계투 싸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필승 계투진의 이상열, 이동현, 김광수가 이틀 휴식을 취했으니 내일 경기는 조기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강 싸움의 라이벌이 될 롯데와의 첫 3연전에서 최소 2승 1패 이상을 거두기를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