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발족한 프로야구 선수협회가 느닷없는 뇌물스캔들에 휘말렸다.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은 15일 '프로야구 초상권 로비' 의혹과 관련, 게임업체로부터 거액의 금품 로비를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한국 프로야구선수협회 권시형 사무총장을 체포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야구게임 '슬러거'의 개발사인 와이즈캣이 선수협에 소속된 현역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 사용에 관한 독점계약을 따내기 위해 로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뇌물스캔들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 권시형 사무총장ⓒ연합뉴스
앞서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지난달 25일 온라인 야구게임 개발사 와이즈캣 등 5곳의 경리장부와 계좌를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은 최근 와이즈캣이 로비를 위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잡았으며, 이 과정에서 와이즈캣은 브로커 이모씨를 통해 선수협의 권 총장에게 지난 2009년 말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선수들과 사진 등을 독점사용하게 해주는 댓가로 40억원에 이르는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일부 인정했지만, 그 대가성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배임수재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5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와는 별개로 지난해 10월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는 브로커 이씨가 권 총장에게 사기를 당했다며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고소를 했지만 돌연 취하한 것으로 알려져 두 사람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는 정황은 충분히 짐작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배경을 되짚어 보자면 지난해 게임업계에서 큰 이슈가 된 한국야구위원회와 선수협, 그리고 대표적인 게임업체 사이에서 벌어졌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사용권과 초상권을 둘러싼 분쟁이 이번 사건의 불씨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브로커 이씨가 선수협 권 총장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009년 말은 국내 양대 야구게임인 CJ인터넷의 '마구마구'와 네오위즈게임즈의 '슬러거' 사이에서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한 초상권 분쟁이 시작된 시기다.

본래 선수들의 초상권은 선수협회가, 구단의 이름과 로고 등의 사용권은 KBO가 소유하고 있었으나 2006년 선수협이 5년간 초상권을 KBO에 위임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11월 마구마구 측과 KBOP(KBO 마케팅 자회사)가 선수 초상권 독점 사용계약을 체결한 것이 한 언론사의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자 마구마구 측이 독점계약을 근거로 슬러거의 초상권 관련 라이선스 중지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에 위기감을 느낀 슬러거 측은 "경쟁게임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초상권의 주체인 선수협이 KBOP가 독점계약을 체결할 당시 본 협회(선수협)와 아무런 협의없이 진행했다는 등의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나서는 한편 마구마구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법적대응에 나서면서 게임업체들간의 프로야구 초상권 전쟁은 불이 붙었다.

하지만 CJ E&M(전 CJ인터넷)이 초상권과 구단 라이선스 사용권을 재판매하기로 협약을 맺어 업체 간 경쟁은 일단락됐고, 지난해 말 선수협과 KBO 간 계약이 만료된 이후 NHN이 지난 1월 선수협과 5년간 초상권에 관한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뇌물스캔들에 연루된 회사인 '슬러거'의 개발사 와이즈캣은 지난해 10월 6일 NHN에 인수됐다.

결국 게임업계의 프로야구 초상권 전쟁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프로야구 선수들의 초상권 사용이 불가능해질 것을 우려한 '슬러거'의 개발사 와이즈캣이 브로커 이씨를 내세워 선수협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고, 선수협의 로비 창구는 권시형 사무총장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권 총장은 와이즈캣의 로비자금을 받아가며 초상권 독점계약 문제를 법정으로 끌고갔지만 이후 CJ E&M이 초상권과 구단 라이선스 사용권을 재판매하기로 협약을 맺어 업체 간 갈등요인이 사라지자 와이즈캣과 권 총장 사이에 돈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면서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 아니냐는 것이 이번 사건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다.

일반 이번 사건은 그 동안 선수협의 얼굴로서 도덕적으로 매우 청렴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권시형 사무총장이 로비대상이었고 실제로 업체의 로비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

권 총장이 게임업체에서 받았다는 돈의 규모로 볼때 이와 같은 수십억대의 돈을 권 총장 혼자 개인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면 그 돈이 흘러간 경로를 파헤치다 보면 또 어떤 비리가 튀어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그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미칠지도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만약 권 총장이 업체로부터 받은 로비자금을 정관계나 언론 등 사안에 대한 정책이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누군가에게 전달했거나 또는 KBO를 위시한 프로야구계 어딘가에 뿌리고 다녔다면 이는 심각한 수준의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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