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연장의 여파일지 모른다. 로열패밀리가 후반에 들어와 철통같던 짜임새가 느슨해짐을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각각의 캐릭터들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지배해야 할 작가의 감정이입이 눈에 띄게 포착되어 어쩐지 김인숙 편이 되어달라고 통사정하는 모습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작가의 감정이 무너지면서 공회장과 김인숙의 JK 지주사 쟁탈전이 논리를 잃고 막장식으로 전개되고 말았다.

김인숙이 JK 메디컬 주식양도를 하라는 내용증명을 공회장에게 보냄으로써 둘 사이에 더 이상의 위선은 없게 됐다. 그리고 공회장과 김인숙의 서릿발 같은 설전도 두 배우의 힘과 상황을 소름 돋을 정도로 잘 표현됐다. 그러나 로열패밀리답지 않다고 해야 할지, 원작의 힘을 빌지 못한 탓인지 JK 지주사를 놓고 벌이는 한판 승부의 방법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회장은 김인숙을 불륜으로 마녀심판을 하려고 하고, 똑같이 김인숙도 도청자료를 가지고 공회장의 도덕성에 상처를 주어 해결하려고 했다.

과연 그것으로 족한 것일까? 아니 가능이나 할지 모를 일이다. 일반 서민의 상식으로 재벌가의 의식구조를 전혀 이해할 수 없겠지만 아무리 별세계의 일이라 할지라도 이 방법은 납득할 수 없다. 첩들의 전쟁도 아니고 최고의 재벌의 운명을 다투는 싸움에 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 허무한 것은 결국 그것은 없던 일로 합시다가 된다는 점이다.

전지전능 엄집사의 무리수

동의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공회장은 김인숙을 해결할 방법으로 한지훈과 키스하는 동영상을 활용키로 했다. 그 자리에는 공회장과 장남 조동진과 조현진 그리고 김변호와 엄집사만 있었다. 만약에 누군가 이 저질스러운 공작을 방해한다면 김인숙을 돕는 내부의 적은 너무나 명확해진다. 물론 막판에 한지훈이 둘째며느리까지 공회장의 적으로 공개할 정도니까 마지막 남은 엄집사까지도 정체를 드러낼 작정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20년을 완벽하게 은폐해온 노력이 허사가 될 무리수였다.

공회장과 김인숙의 일차공방전은 시간벌기?

한지훈의 갈등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브였다. 한지훈과 조니는 과거 케세라세라 사건의 피해자이면서 그로 인해 아주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었다. 기억도 없을 어린나이에 고아원에서 자라야 했던 한지훈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대단히 크다. 그래서 김인숙이 공회장에게 선전포고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엄마 곁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가한 모습이 개연성을 갖는다. 동시에 죽은 조니에게 한지훈이 갖는 정서적 동질감은 쌍둥이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커보였다. 그래서 조니의 행적을 뒤쫓는 한지훈이 김인숙의 아킬레스를 찌를까 두려울 정도였다.

그러나 김인숙이 조니를 죽이지 않았다는 엄집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이상하다 싶더니 결국 안가 폭력사건에 때맞춰 등장해주었다. 조금 전에 김인숙이 따로 갈 길 갈 것이란 말한 것이 쑥스러워졌다. 그렇지만 김인숙의 수호천사답게 둘째며느리를 최종무기로 대동하고 다시 공회장 앞에 나타났다. 어마어마한 핵폭탄이라도 들고 나와 공회장의 무릎을 꿇린 것이 아니라 휴전협정의 제안을 위해서다.

그래서 휴전하게 되면 다행이다. 재벌가의 명운이 달린 싸움이 고작 여론몰이에 의한 해결이 아니어서도 다행이다. 그렇지만 또 그렇게 된다고 하면 결국 공회장과 김인숙의 일차 공방전은 시간끌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한다. 2회를 연장의 딜레마가 드러난 것일지.

허무한 일차 공방전의 결말이었다. 그나마 단지 시간벌기만은 아니었다는 것이 작가의 양심을 믿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어쨌거나 공회장과 김인숙 모두 벼랑 끝 운운하면 살벌한 분위기와는 달리 공수표를 날린 셈이 됐지만 그로 인해서 둘째며느리까지 모습을 드러내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하는 발전은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엄집사뿐이다. 안가에 난입하는 무리수까지 저지른 엄집사가 무사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회장이 엄집사의 마지막을 암시하는 말을 남긴 것이 뇌리에 남기 때문이다. 쇠고랑을 차거나 관에 들어가지 않고는 JK를 나가지 못한다는 무시무시한 말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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