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게 됐다.

소속팀이던 성남시청팀이 스포츠와는 상관없는 정치놀음에 희생되며 해체되면서 정상적인 훈련과 대회 출전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 선수생활에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인 아닌지 걱정했었는데 러시아에서 러브콜이 오면서 원하던 선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다니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가 고정적으로 칼럼을 게재하는 인터넷매체에 안현수의 위대한 귀환을 기대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하면서 필자가 가진 생각은 칼럼 내용과 같이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활동을 하면서 선수로서의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장래에 자신이 원하는 지도자로서의 삶 또는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삶도 준비하고, 한편으로는 한국 쇼트트랙의 맏형으로서 종종 묵직한 메시지를 국내에 전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도 그렇게 되기를 기원한다.

▲ 안현수 선수ⓒ연합뉴스
하지만 안현수의 러시아행을 지켜보며 한 가지 갖게 되는 아쉬움은 왜 안현수의 거취에 관한 모든 입장 표명은 아버지인 안기원 씨를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이다.

최근 보도된 어떤 언론의 보도에서도 안현수가 직접 인터뷰한 내용은 없이 오로지 아버지인 안기원 씨를 통한 입장표명 뿐이었다.

물론 안기원 씨가 아들인 안현수의 아버지이면서 사실상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고국을 떠나 머나먼 이국땅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한 중요한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언론이나 팬들에게 선수 본인이 직접 기자회견이나 특정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의 입장을 밝히는 과정을 갖지 않은 점은 안현수가 한국 스포츠계에서 가져왔던 위상을 생각해 본다면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자세다.

안현수는 올해 26살이다. 실업팀에 입단해 활동했던 엄연한 성인으로 스스로의 거취에 관해 직접 밝힐 수 있는 나이이고 또 그래야 하는 시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모든 입장표명을 아버지에게 일임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러워 보이지 않는 자세다.

'피겨여왕' 김연아는 이제 21살이다. 하지만 올댓스포츠의 이사로서 대표이사인 어머니 박미희 씨의 활동이나 언행과는 별도로 나름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끔 그런 부분이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성인으로서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갖는 김연아의 자세는 성인 선수로서 분명 바람직스러운 자세다.

안현수의 러시아 진출이 기정사실이 됐고, 그에 대한 보도를 접한 모든 이들은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갈 것이란 사실 외에도 러시아에 진출하게 된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가 파벌싸움으로 얼룩졌던 빙상연맹이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과 안현수가 러시아 국적으로 귀화, 러시아 대표선수로 2014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과 메달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입장이 순수하게 안현수 본인의 입장인지는 알 수 없다. 그 이유는 모든 입장표명이 아버지의 입을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안기원 씨의 말 중에 안현수 본인은 원치 않는 내용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람의 말이라는 것이 한 사람만 거쳐도 본래의 의미와는 다른 말로 변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안현수는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입장표명은 스스로 하는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자신의 뜻을 명확히 전달하고 불필요한 억측이나 소문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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