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LG의 모자와 헬멧의 스폰서 광고는 자사의 3D TV를 홍보하기 위한 '3D로 한판 붙자'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LG의 모자와 헬멧의 스폰서 광고는 별개였는데, 올해는 '3D로 한판 붙자'로 통일되었습니다. 작년 모자에 붙였던 '순두유' 패치에 비해 훨씬 공격적인 광고 문구입니다. 작년 4월 LG가 부드러운 어감의 '순두유' 패치를 붙인 후 성적이 추락했으나 올 시즌 '3D로 한판 붙자' 패치를 붙인 후 5016일 만에 1위에 오른 것이 무관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가전 업계 라이벌 LG와 삼성의 3D 기술을 둘러싼 최근의 '막말 논쟁'까지 감안하면 LG가 어제 삼성과의 홈경기에 자사의 임직원들을 단체 관람시키고 위와 같은 거대 광고 현수막을 내건 것은 당연히 의도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3D TV 논쟁 이전에 LG와 삼성의 야구단 라이벌 의식은 전통적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90년 럭키금성이 MBC 청룡을 인수해 LG 트윈스를 창단한 이래 LG는 삼성과 트레이드한 적이 없습니다. LG가 타 팀과 달리 유독 삼성과의 경기에서는 인센티브를 내건다는 공공연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LG는 5회말까지 3:0으로 앞섰으나 6회초 실책이 겹치며 3:3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LG의 계투진은 결정적인 위기를 넘겨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10회말 주장 박용택의 끝내기 홈런으로 LG가 승리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용택의 홈런 타구는 좌측 담장을 살짝 넘겨 LG 3D TV의 노란색 광고 현수막이 붙은 외야 관중석 출입구에 쏙 들어갔습니다. 마치 축구에서 멋진 중거리슛이 골문에 빨려 들어가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박용택의 홈런 영상은 생중계 중인 케이블 TV에 다양한 각도로 반복해서 리플레이되었습니다. 극적인 끝내기 홈런 타구와 함께 '3D로 한판 붙자' 광고 현수막이 전국의 야구팬에게 각인된 것은 물론입니다. 공격적인 광고 문구로 무장한 LG와 삼성의 3D TV 대결 못지 않게 올 시즌 프로야구 LG가 광고 문구에 걸맞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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