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프로야구에서 각 팀 당 7경기를 치른 현재 LG가 5승 2패로 공동 1위를 달려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리즈, 박현준, 주키치로 이어지는 안정된 선발진과 이병규, 박용택의 중심 타선 부활이 원동력입니다.

올 시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8명의 신인 중 한 명인 LG 임찬규는 3경기에 등판, 조용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접전 상황 등판이 아니고 소화한 이닝 수가 2이닝 밖에 되지 않지만 작은 약점도 헤집고 파고드는 프로 무대임을 감안하면 3경기 연속 무실점은 예사로운 일은 아닙니다.

임찬규가 등판한 3경기의 내용을 뜯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4월 2일 개막전에서 LG가 0:4로 뒤진 8회말 무사 1루에서 데뷔 첫 등판한 임찬규는 두산의 간판 김동주를 상대로 볼 카운트를 2-0으로 유리하게 이끈 뒤 투수 땅볼 병살타를 유도했으며 이어 김재환을 2구만에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습니다. 5개의 투구가 모두 스트라이크로 공격적인 성향이 돋보였습니다.

▲ 임찬규(LG) 선수ⓒ연합뉴스
4월 4일 SK와의 홈 개막전에서 임찬규는 LG가 3:1로 뒤진 7회초 2사 후 등판, 박재홍과 풀 카운트 접전 끝에 3루 땅볼로 처리했습니다. 7회말 LG 타선이 4득점하며 역전한 뒤 선배 투수들의 난조로 재역전당해 승리 투수 요건이 날아갔지만, 만일 계투진이 7회말 역전 점수를 그대로 지켰다면 임찬규는 홈 개막전을 데뷔 첫 승으로 장식했을 것입니다.

4월 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LG가 11:1로 앞선 7회말 2사 후 등판, 가장 많은 19개의 투구 수를 기록했으나 0.2이닝 밖에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8회말 2개의 볼넷을 내주고 강판되었기 때문입니다. 임찬규를 구원한 신정락이 1사 1, 2루에서 후속 타자를 범타 처리하지 않았다면 임찬규의 평균 자책점은 크게 치솟았을 수도 있습니다.

최근 LG는 예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선발진이 탄탄합니다. 리즈, 박현준, 주키치에 곧 복귀할 에이스 봉중근까지 감안하면 임찬규가 당장 선발진에 포함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그렇다고 필승 계투진에 포함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습니다. 2008년 정찬헌과 2009년 최동환이 각각 신인으로서 시즌 초반 인상적인 투구로 곧바로 필승 계투진에 포함된 뒤 혹사로 인한 부상과 제구력 난조 등으로 군에 입대했음을 떠올리면 신인 임찬규를 섣불리 필승 계투진으로 등판시키는 것은 무리입니다.

구종이 다양하지 않아 직구 위주로 투구하는데다 제구가 기복이 있으니 2군에서 정기적으로 등판시키며 새로운 구질과 투구 폼을 익히는 것도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팬들 입장에서 시원시원하게 던지는 유망주를 그라운드에서 지켜보는 것이 즐겁겠지만, 1군에서 승부가 갈린 경기에만 부정기적으로 등판하다 보면 실전 감각이 무뎌질 우려가 있습니다. 시즌 초반 성적에 여유가 있을 때 임찬규를 2군에서 숙성시킨 뒤 시즌 중반 투수진에 누수가 생겨 지원군이 필요할 때 1군에 올리는 것 또한 고려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2군에서 일정한 등판 간격과 투구수를 지켜주며 선발 투수 수업을 쌓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최근 몇 년 간 투수 유망주들을 다수 스카우트했으나 성과가 없었던 LG가 과연 유망주 임찬규를 어떻게 육성할지 주목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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