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한화와의 원정 주말 3연전을 싹쓸이하며 5승 2패로 SK와 공동 선두에 올라섰습니다. LG의 3연전 싹쓸이는 2011 시즌 8개 구단 중 최초입니다.

국내 무대 두 번째 등판만에 주키치가 선발승을 따냈습니다. 3회초 2개의 홈런을 내주며 3실점했지만 이후 2사 1, 2루의 위기에서 추가 실점하지 않고 리드를 지켰으며 6회 1사 후 강판될 때까지 8타자 연속 범타 처리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월 23일 SK와의 문학 시범 경기에서 옆구리 부상을 입고 조기 강판된 뒤, 홈 개막전인 4월 4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했을 때 야수들의 부진으로 승리를 따내지 못했는데 부상 재발 방지를 위한 투구수 제한으로 76개의 투구수로 4.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러나 오늘 경기에서는 89개의 투구를 소화하며 5.1이닝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주키치의 다음 등판은 주말 롯데와의 잠실 3연전 중 하루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100개에 가까운 투구수와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가능할 듯합니다.

▲ ⓒLG트윈스
한화와의 주말 3연전은 리즈, 박현준, 주키치 1, 2, 3선발의 3연속 선발승으로 귀결되었습니다. 과연 LG가 언제 세 명의 선발 투수가 세 경기 연속으로 선발승을 챙긴 바 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까마득합니다. 상대 투수에 따라 널뛰는 타격에 비해 선발 투수는 그야말로 ‘계산 가능한 야구’의 출발점이니 리즈, 박현준, 주키치의 선발승은 향후 LG의 전망이 긍정적임을 암시합니다.

박용택이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6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른 박용택은 오늘도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습니다. 한화 선발 데폴라가 1회초 삼자 범퇴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였지만 2회초 시작하자마자 박용택이 초구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빼앗았습니다. 이후 데폴라는 무너지며 2회초에만 도합 5실점해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습니다. 박용택은 이틀 연속 홈런과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6:3의 불안한 리드가 이어지던 7회초에는 2사 3루에서 7:3으로 달아나는 적시타의 주인공이 되었으며 이어 이진영의 좌월 2루타에 재치 넘치는 홈 슬라이딩으로 태그를 피해 득점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박용택이 주장과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 내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설령 LG가 상승세라 할지라도 주장 박용택이 부진할 경우 팀 분위기가 미묘해질 수 있는데, 박용택의 부활은 LG가 분명한 팀 내 구심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라 고무적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멀티 홈런을 터뜨린 이병규 역시 오늘 2안타 2타점으로 최고참 선수답게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LG는 2사 후 무려 7점을 뽑아내는 응집력을 과시했습니다. 2사 후에는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출루하지 못할 경우 후속 타자나 득점으로 연결될 수 없다는 점과 1아웃만 잡으면 이닝이 종료되어 공수가 교대될 것으로 예상한 상대 팀을 허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4월 3일 두산전 이래 LG의 2사 후 득점 능력은 매 경기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2사 후 다득점은 LG가 상위팀이라는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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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마무리 김광수가 컨디션 점검 차 등판한 9회초에 난조를 보이며 1실점했다는 것입니다. 실점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3연속 볼넷을 내준 과정이 문제입니다. 고동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9:4가 된 후 계속된 무사 만루 위기에서 LG에 강한 강동우가 장타라도 터뜨렸다면 LG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신인급 투수나 중간 투수가 아닌 마무리가 난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옥에 티였습니다. 마무리 김광수의 보다 책임감 있는 투구가 요구됩니다.

LG는 3연전을 모두 쓸어 담아 공동 1위로 도약하며 한화를 단독 최하위로 추락시켰습니다. LG가 힘겹게 4강 싸움을 이어가던 2007년 한화 김인식 감독이 LG에 강한 류현진을 우천 취소 재편성 경기에 표적 등판시켰고, 류현진에게 연패한 LG는 4강 진출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2010년에는 5월 11일부터 시작된 한화와의 청주 3연전에서 첫날 류현진에게 프로 통산 최다인 17개의 삼진을 헌납하며 치욕적으로 패배한 이래, 5월 13일에는 신경현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하는 등 3연패 스윕을 당한 바 있습니다. 청주 3연전 스윕 패배로 LG는 승패 마진이 -4에서 -7까지 밀리며 사실상 5월에 시즌을 접은 바 있습니다. 한대화 감독 역시 작년부터 올 시즌 첫 3연전까지 류현진을 LG에 표적 등판시켜 승수를 쌓게 했음을 감안하면 LG는 이번 대전 3연전 스윕으로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입니다. LG가 작년까지 SK에게 당했듯이 올 시즌 LG가 상위권을 노린다면 상대할 때마다 손쉽게 경기를 풀어나가고 연승을 챙길 상대가 필요합니다. 냉정히 평가하면 한화는 류현진 원 맨 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LG가 올 시즌 한화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는 이번 대전 3연전이 방향성을 제시한 것에 불과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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