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들이 회사 조직 개편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조직 개편 결과가 회사·구성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6일 중앙일보는 회사를 지면 제작을 전담으로 하는 ‘중앙일보A’와 디지털 담당인 ‘중앙일보M’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중앙일보노동조합은 16일 발행한 중앙노보에서 조합원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중앙일보 구성원 대다수는 이번 조직 개편에 반대 뜻을 나타냈다. 또 신문제작 법인인 ‘중앙일보A’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중앙일보 노동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사진=중앙노보 갈무리)

이번 법인 분할 계획에 반대하는 조합원은 72.8%(적극 반대 43.1%, 반대 29.7%)에 달했다. 찬성 입장은 8.2%(적극 찬성 2.9%, 찬성 5.3%)에 불과했다. 보통은 19%다. 법인 분할 우려 지점은 ▲고용 안정성 등 처우 악화 47.4% ▲매체 영향력 악화 18.2% ▲지속 가능성 악화 15.8% ▲근무 강도 악화 13.9% 순이었다. 현재의 법인 분할 계획이 매체 지속성과 구성원 처우에 악영향을 줄 거란 평가다.

법인 분할 등 구조개편이 진행될 경우 퇴사를 고려하겠다는 구성원은 35.4%(적극 고려 12.9%, 고려 22.5%)였다. 고려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8.8%(전혀 고려 안함 13.5%, 고려 안함 15.3%), 보통은 35.9%였다. ‘이직 제안이 오면 퇴사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68.9%(적극 고려 41.1%, 고려 27.8%)가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구성원들은 신문제작을 담당하는 ‘중앙일보A’에 거부감을 보였다. 중앙일보A는 중앙일보 지면 제작을 전담으로 하는 법인이다. “중앙일보A 발령을 지망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82.7%(전혀 고려 안함 72.7%, 고려 안함 10%)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노보는 “이직이 많지 않은 회사의 전통과는 달리 최근에는 조직원들이 ‘딴생각’을 많이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노동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사진=중앙노보 갈무리)

중앙일보 구성원들은 “혁신을 명분으로 노동 유연화를 추진하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디지털 퇴보의 한걸음이 될 것”, “결국 법인 분할 후 노조 축소, 구조조정으로 갈 것”, “1등신문 되나 싶더니 이제 신문사 문 닫을 시간이 다가오는 듯”, “사측은 우리를 호구로 생각하고 있다”, “혁신이란 미명하에 기자를 갈아 넣는 현재의 구조를 납득할 사람이 있나” 등의 평가를 내놨다.

구성원들은 사측이 구조개편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노보는 “사측은 중앙일보A로 간 구성원에게 수당 상향 조정, 평가 가산점, 임금피크제 제외 등의 혜택을 준다고 설명했다”면서 “그렇지만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불신 어린 시선도 나온다. 그간 조직개편 등을 앞두고 사측이 한 약속이 어겨지는 것을 수 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앙노보는 “수익 모델도 여전히 깜깜이”라면서 “설명회에선 중앙일보M도 별도의 광고조직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설명만 이뤄졌다. 당분간 중앙일보M은 중앙일보A가 지급하는 콘텐츠 공급료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콘텐츠 공급료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조합원은 “향후 고용 안정성, 임금 등 노동자로서의 처우가 회사의 경영 논리에 철저히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구성원들은 중앙일보M과 중앙일보A의 내부경쟁을 우려하고 있었다. 중앙일보A 소속 에디터와 중앙일보M 기자들이 같은 사안을 놓고 기사를 쓰는 경우, 중앙일보M 기사가 지면에 담기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중앙노보는 “일선 출입처에선 신문 지면을 바탕으로 해당 기자를 평가하는 방식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면서 “지면에서 멀어진 기자는 취재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기자는 중앙노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문이든 디지털이든 기사를 쓰는 기자인데, 같은 사안을 취재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편집국과 뉴스룸의 간부들이 이런 평가를 신경쓰기 시작하면 불과 며칠 전까지 같이 일하던 선·후배들이 경쟁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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