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귀동이 의적이 될 기세였다. 평소에도 썩은 포도청에 염증을 느껴온 귀동은 옥에 갇혀 있는 천둥을 풀어내와 마침 포졸들과 습진 중인 공포교와 대련을 통해 마음 속 분노를 풀어냈다. 일방적으로 공포교를 몰아붙이던 끝에 바닥에 쓰러진 선배 공포교를 향해 분노의 일갈을 날렸고, 그 한 마디가 짝패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답답함과 혼란스러움을 잠시 잊고 작가를 용서하고 다시 기대를 걸게 했다. 그러나 18회에도 여전히 전개에 의문이 가는 부분이 많아 짝패 폐인들에게 찬물을 끼얹었다.

역사상 짝패보다 주연의 의미가 축소된 드라마는 없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32부작에서 18부가 끝났다면 더는 주연들을 드라마 외곽에 둘 수 없는 시점이 됐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완만하지만 주연들의 행보가 조금은 바빠졌다. 그렇지만 너무 서두른 탓인지 작가의 기억상실이 또 다시 눈에 띄었다. 또한 상황의 개연성도 김운경 작가답지 않게 허술한 부분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공포교에게 넘기기 위해 끌고 가다가 습격을 받은 왕두령의 졸개들을 도와준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칼을 맞지 않은 다른 한 명이 부축해서 갈 수도 있는데, 굳이 천둥이가 공포교 있는 곳까지 간 것은 분명 과잉친절이다. 그런 과잉친절의 이유는 곧 이은 공포교와의 악연 만들기를 위한 다분히 억지스러운 설정이었다. 애초에 잘못 끼운 단추가 위에 가서 맞을 수 없듯이 공포교와의 악연 만들기는 계속된 무리수의 반복이었다.

첫째, 천둥은 겨우 닷 냥을 달라는 공포교의 요구를 강직하게 거절해 옥살이까지 하게 되는데, 이런 모습은 평소의 천둥과 달랐다. 천둥은 여각의 행수로 관리들에게 인정(뇌물)을 쓰는데 익숙한 인물이었다. 닳고 닳은 여각행수의 태도라고 볼 수 없는 느닷없는 강직함이었다. 이것이 만약 복선이라면 아주 불안하고 한편으로 불쾌한 복선이 될 것이다. 둘째는 공포교의 태도다. 5만 냥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보고 푼돈을 탐하는 것은 오랫동안 비리로 물들은 자라고 볼 수 없다.

무릇 탐관오리들은 돈과 권력에 약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5만 냥을 통째로 욕심냈다면 모를까 닷 냥으로 엮기에는 동기의 설득력이 너무 떨어진다. 오히려 천둥이 자진해서 닷 냥을 놓고 간다고 하더라도 오히려 거절하면서 훗날 더 큰 떡고물을 기대하는 것이 공포교 부류의 인간들이 갖는 공통적인 습성이다. 그런데 5만 냥을 두고 닷 냥 때문에 옥살이를 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너무 맞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해 천둥이 생각을 고쳐먹게 되는 계기가 된다면 천하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 일이다.

이것이 천둥이 사람만들기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세상의 탁류에 나름의 자괴를 가진 공포교를 하루아침에 푼돈에 환장하는 조무래기로 전락시켰기 때문에 과연 손익에 맞는 것일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귀동을 찾아 풀러날 것이면 애초에 옥에 갇힐 때부터 찾았어야 할 일이다. 아니 그 전에 여각에 알려 동녀를 통해서라도 한뎃잠을 피하는 것이 여각 행수쯤이나 되는 사람의 처신일 것이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단 한 가지 다음날 귀동이 공포교를 때려눕히는 데까지 진행시키기 위한 몰아가기 식 전개였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 때문에 작가는 또 다시 천둥의 캐릭터에 대한 기억을 잃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동이 공포교를 때려눕히고 “개자식!”이라고 분노에 찬 말 한 마디를 한 것이 속을 시원하게 해주긴 했다. 원래대로라면 그 대사는 귀동이 아니라 천둥이가 했어야 하겠지만 누가 하더라도 짝패를 시청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고 있을 부분이라 조금 아쉬워도 다음 주를 기대하게 한 공로를 세웠다. 거기다가 귀동과 천둥이 바뀐 아들이라는 점을 알고 막순을 찾아 추궁하면서 분노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정체되었던 출생의 문제가 어떻게든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될 것이기에 뭔가 침체된 분위기를 바꿔줄 기대 또한 가능해졌다.

짝패는 스토리와 캐릭터가 널을 뛰는 문제를 안고 있다. 그래서 18회를 보면서 문득 이러다가 천둥과 귀동이 둘 모두가 의적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도 나쁘지는 않은 방향이다. 아니 오히려 그쪽이 더 흥미로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막순이의 만행으로 운명이 갈린 두 친구가 쫓고 쫓기는 것보다 더 복잡한 갈등과 화해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도 같다. 말도 안 되는 추측일지 모르지만 18회 동안 아니 10회 이후 지금까지 짝패의 진행은 어떤 상상도 가능한 상황으로 가고 있다.

어쨌든 김대감이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이상 그 긴장감만으로도 주연들, 특히 천둥과 귀동의 행보는 좀 더 깊숙이 드라마 중심으로 이동하게 될 것이다. 속는 셈 치고 또 다음 주를 기대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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