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에서는 4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2부>의 비공개 시사회가 있었습니다. 아직 후반작업이 마무리가 된 상태는 아니겠지만 전반적으로 반응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해리 포터 팬 사이트인 '머글넷'에 따르면 영화의 러닝타임은 정확히 두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러닝타임이 짧아서 우려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전작들보다 더 원작에 충실하다네요. 호그와트에서의 전투나 볼드모트 대 해리 포터의 대결 또한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직 몇 달이 남았지만 저도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화가 개봉하길 기다린 적은 처음입니다!

자, 그럼 이제 우린 미국 박스 오피스 결과를 보러 갈까요?

4월 첫 주의 미국 박스 오피스 정상은 <Hop>이 가져갔습니다. 지난주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는 <서커 펀치>를 꺾은 <Diary of a Wimpy Kid : Rodrick Rules>의 몫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 편의 가족영화인 <Hop>이 개봉하면 어떻게 될까 했었는데, 역시 미국다운 결과를 보여주네요. 애니메이션과 실사를 합성한 이 영화는 2위와의 격차를 무려 두 배 이상으로 벌렸습니다. 게다가 현재의 수입은 예측치긴 하지만 <랭고>를 꺾으면서 올해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최고의 데뷔 성적을 올렸습니다. 영락없는 아동취향의 영화로 보이니 참 신통방통하죠?

<Hop>의 주인공 E.B.는 부활절에 달걀을 가지고 온다는 'Easter Bunny'입니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와 달리 가업(?)을 물려받지 않고 할리우드로 가서 록 밴드의 드러머가 되고 싶어합니다. 그리하여 결국 L.A.로 오게 되는데, 프레드가 모는 차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이를 계기로 프레드와 E.B.는 동거를 시작하면서 갖은 해프닝이 연이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프레드 역으로는 <엑스맨>의 사이클롭스로 잘 알려진 제임스 마스덴이 출연하며, 가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 추억의 산통을 깨는 데이빗 핫셀로프도 잠시 보입니다.

<Hop>의 예고편인데... 이걸 보고 웃는 저도 아동취향이군요 ㅋㅋㅋ

2위는 제이크 질렌할의 신작 <소스 코드>입니다. <문>으로 호평을 얻었던 덩컨 존스 감독의 신작이기도 해서 기대가 꽤 컸을 듯한데 <Hop>에게 무릎을 꿇고 말았네요. 수입은 제작비 대비하여 양호한 수준이지만 기대치에는 조금 못 미치는 듯합니다. S.F. 요소를 가미한 미스터리/스릴러로는 유사한 장르인 <리미트리스, 컨트롤러>에도 뒤쳐졌습니다. <문>은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개봉 극장수가 많지 않아 흥행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아쉬움을 <소스 코드>로 날려버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일단 데뷔 성적은 아쉽네요.

<소스 코드>의 주인공 콜터 스티븐스는 눈을 떠보니 난데없이 다른 사람의 육체를 갖게 되었음을 깨닫습니다.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원래 군인인 그는 강제로 어떤 임무에 투입됐습니다. 그 임무란 다름 아닌 '소스 코드'라는 장치를 통해 열차 폭파범을 잡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소스 코드'는 타임머신 + 다른 이의 몸에 영혼을 주입하는 기능이 결합된 것입니다. 그리고 소스 코드에 들어간 사람은 육체의 주인이 겪은 마지막 8분 동안의 삶을 대신하여 살 수 있습니다. 콜터 스티븐스는 이것을 이용하여 8분 동안 반복적으로 임무에 투입되어 범인을 색출하려고 합니다.

사실 이와 유사한 소재를 가진 영화는 몇 편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덴젤 워싱턴이 주연한 <데자뷰>가 있고, 그보다 더 전에 부천국제영화제에 소개가 됐던 <레트로액티브>도 그렇고, <나비효과>도 비슷하죠. 그다지 신선할 게 없는 소재라 덩컨 존스의 신작이라기엔 좀 실망스럽지만, 이런 소재를 그는 또 어떻게 풀어냈을까 하는 궁금증은 생깁니다.

소스코드의 예고편입니다.

3위로 데뷔한 <인시디어스>는 <쏘우>를 연출했던 제임스 왕의 신작 공포영화입니다. 아무래도 전작의 영향 덕분에 그의 신작을 기다린 팬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약 1,350만 불의 수입을 올리며 3위를 차지했으니 이름값은 한 셈이군요. 제임스 왕의 이전작 중에서 <데드 사일런스, 데스 센텐스>보다는 높은 수입이지만 <쏘우>에는 역시 미치지 못했습니다.

<인시디어스>는 악령이 깃든 집이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이 소재는 2위의 시간여행만큼이나 흔합니다만, <인시디어스>에는 약간의 반전 아닌 반전이 있습니다. 조쉬와 르네이는 세 명의 자녀를 가진 행복한 가정의 부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상한 현상이 줄을 잇기 시작합니다. 급기야 집에 악령이 깃들었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을 부르는데, 알고 보니 악령이 깃든 것은 집이 아니라 그들의 아들이었습니다.

<인시디어스>의 예고편입니다.

지난주에 1위로 데뷔한 <Diary of a Wimpy Kid : Rodrick Rules>는 신작 세 편에 밀려 4위로 하락했습니다. 드랍율은 -57% 육박하여 높은 편입니다만 상영 2주차에도 1천만 불을 넘어섰습니다. 동기간의 성적을 전작과 비교하면 조금 앞서기도 했습니다. 남은 것은 전작의 총 수입인 약 6,400만 불을 돌파하는 것이겠군요. 그래야 또 속편을 만들겠죠?

5위는 1위로 데뷔한 후 상영 3주차에 접어든 <리미트리스>입니다. 관객의 반응이 괜찮은 것 같더니 역시나 꾸준하게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작비도 낮아서 어느새 두 배 이상의 수입을 벌었습니다. 브래들리 쿠퍼에겐 다행한 일이군요.

<리미트리스>와 함께 개봉했던 <The Lincoln Lawyer>는 6위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 영화 또한 반응이 괜찮은 편입니다만 <리미트리스>와 비교하면 흥행수입은 떨어지는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작비도 조금 더 높은 편이라 아직 모두 회수하지 못하고 있네요. 이번 주가 지나가면 <The Lincoln Lawyer>도 자연스레 제작비를 넘어서게 됩니다.

아... 잭 스나이더의 팬에게는 비극적인 소식입니다. 지난주에 <Diary of...>에 밀려 2위로 만족했던 <써커 펀치>가 일주일 만에 자그마치 다섯 계단이나 미끄러지면서 7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순위도 다섯 계단이나 떨어졌지만 수입의 드랍율도 -70%에 육박하고 있는 상태라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일단 관객과 평단의 반응, 그리고 예고편을 봐서는 다분히 매니악한 영화임은 틀림없습니다. 취향을 타도 너무 탈 것 같아서 지금의 결과는 일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호감이 가는 영상이라 기대를 하고 있긴 합니다만 역시 대중성을 확보하는 건 무리였나 봅니다.

8위의 애니메이션 <랭고>는 이제 슬슬 한계치에 다다랐습니다. 드랍율도 -50%를 넘어서고 있으면서 총 수입은 제작비와의 간극을 그다지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흥행수입을 합하면 현재 약 2억 8백만 불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목요일에 국내개봉을 앞둔 <황당한 외계인 폴>이 9위입니다. 기대치에는 조금 모자라지만 곧 제작비를 돌파할 것으로 보여 그럭저럭 준수한 성적이라며 위로해도 되겠습니다. 해외에서도 엇비슷한 수입을 기록하고 있는 중입니다.

<월드 인베이젼>은 이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운명입니다. 지난주에 350만 불을 보태면서 현재 약 7,800만 불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북미에서의 수입은 아쉽지만 해외에서 선전을 하면서 전 세계 흥행수입이 1억 5천만 불을 넘었습니다. 재미있게도 현재 개봉한 국가들 중에서는 미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흥행수입이 가장 높습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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