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가 한 달 휴장에 들어갔다. 김건모 재도전의 논란은 김영희 PD에서 신정수 PD로 바뀌고 이소라, 김제동이 사과하고, 김건모가 재도전을 포기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재도전 논란 방송 후 1주일 동안 일어났던 일들이다. 놀랍도록 빠른 대처였다. 그리고 165분의 감동이 시작되었고, 나는 가수다의 진면목을 다시금 볼 수 있게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다시 나는 가수다로 돌아왔고, 음원 시장이 들썩거렸다.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시장에서 나는 가수다의 음원이 잘 팔리자 방송사에게 음원 수익이 간다며 반발한 것이다. 기득권들이 불만을 품고 수많은 시청자와 팬들이 환호하는 이 모습은 혁명과도 비슷한 모습이다. 기득권은 이제 자신들의 권력을 잃게 될 것이고, 시청자들에 의해 새로운 판이 형성될 것이다.

그런 양상은 벌써 SNS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니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사람들은 모이면 나는 가수다에 대한 이야기들로 감동을 다시 되새김질 한다. 나 또한 나는 가수다에서 가수들이 부른 노래들을 하루 종일 듣고 있다. 그 감동은 음악으로 계속되고, 그 음악은 감동을 계속 전달한다. 우리가 감동을 느끼는 이유는 그 안에 진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불의한 세상에서 정의를 찾으려는 최근의 양상은 나는 가수다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가수라면 노래를 잘하는 것이 기본이고, 비주얼은 기타 사항일 텐데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 근 10년간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너도 나도 비주얼을 강조하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안무와 의상을 내보이고, 말초적 감각을 자극하는 아이돌들을 내세워 광적인 팬덤 현상을 이끌어내며 그들로부터 수익을 끌어내었다. 가수는 사람이 아니라 소속사라는 기계 안에 하나의 부속품 정도로 여겨지며 노예 계약 등 이상한 이슈만 계속 형성돼왔다. 노래보다 성형이 먼저이고, 성형보다 섹시한 몸매가 우선으로 간주돼 온 가요계에 근 10년간 노래라는 근본과 정의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가수다는 예능 프로그램이지만 이런 가요계의 불의를 정면으로 돌파하였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를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긴 했지만, 정확하게 청중과 시청자들의 니즈를 파악한 것이고, 이는 현재 가요계를 180도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정의에 호소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재도전이라는 원칙 위반에 대해서 시청자들은 참지 못하였지만, 발 빠르게 대처하였고, 나는 가수다의 핵심인 노래하는 가수를 보여줌으로 다시 시청자의 반응을 끌어냈다.


한 달의 휴식은 어떤 영향을 끼칠까?

PD가 교체되면서 한 달간 휴식이 이어진다. 그 사이에 재정비하여 나는 가수다가 다시 시작될 것이다. 일밤은 나는 가수다로 확실하게 이슈몰이를 할 것이며, 이슈에서 끝나지 않고 가요계의 판을 뒤집고 오디션 프로그램의 의미를 다시 짚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것 같다. 즉, 일밤의 대표 프로그램이 될 것이며 이전의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효자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이렇게 예상하는 이유는 세 가지 요소가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가수와 시청자 그리고 수익이라는 세 가지 측면 때문인데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가수

나는 가수다의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가수의 섭외 여부이다. 현재 나는 가수다에서 김영희 PD가 삼고초려의 섭외력을 가지고 이소라, 김건모, 김범수, 윤도현, 박정현, 정엽, 백지영을 불러들였다. 그리고 최고의 가수인 만큼 그들의 혼신을 다한 무대는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내었고, 어떤 가수든 그 무대에만 서면 가수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시험대이자 명예의 전당 같은 위엄을 주는 곳처럼 여겨졌다.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것만으로 자신의 명예를 높일 수 있고 덤으로 인기와 수익까지 거머쥘 수 있다. 가수이기에 다른 그 무엇보다 가수로서 인정받고 싶은 것이 가수들에겐 가장 큰 로망이자 바람일 것이다. 이런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첫무대부터 모든 가수가 바라는 무대를 만들었기에 앞으로의 가수 섭외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현재는 가수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나는 가수다가 가수들을 선정하는 우위를 점하게 될지도 모른다.

2. 시청자

시청자는 제대로 된 노래에 너무 갈급했다. 그리고 어떤 콘서트에서도 볼 수 없었던 노래를 듣게 되니 그냥 듣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서바이벌이란 원칙을 지키지 않아 시청자들은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 원칙이 중요했던 이유는 재도전에 의해 경쟁력이 완화되어 제대로 된 노래를 듣지 못할까봐하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그 파장으로 인해 김건모는 손을 떨 정도로 긴장감이 있는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시청자들은 그 진심에 다시 감동하게 되었다. 기만과 진심을 기가 막히게 구별하는 시청자들에게 진심이 전해지는 노래는 감동과 그 외의 모든 것을 가져다준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진심이 느껴지는 제대로 된 감동적인 노래. 나는 가수다에서 그것만 지켜준다면 시청자는 계속 늘게 될 것이다.

3. 수익

나는 가수다에서 불린 노래는 음원 차트에서 상위를 차지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수익이 된다는 것이다. 광고도 더 잘 팔릴 것이고, 단가를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슈퍼스타K처럼 PPL로 협찬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고, 음원 수익을 배분하여 수익을 방송사와 가수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돈만이 수익이 아닐 것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저평가되어 있던 자신의 이름이 높게 평가되니 그 또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겠고, 일밤으로서는 죽어가는 일밤에 심폐소생기같은 프로그램이 생겨났으니 일밤 전체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일요일 밤의 영광을 되찾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재 예능 프로그램 중에 해피선데이에 대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과 나는 가수다 뿐이다. 시청자는 비싼 돈을 주고 콘서트에 가서도 못 듣는 노래들을 공중파를 통해 들을 수 있으니 수익이 난 셈이다.

제대로 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고, 그 곳에서 가수가 혼신을 다해 노래를 하면, 시청자는 감동한다. 이 싸이클이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방송사-가수-시청자의 수익은 선순환 구조로 계속 늘어간다. 이 싸이클의 단 하나만 끊어져도 악순환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초반에 논란이 있었던 것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나는 가수다가 뼈아픈 상처를 받긴 했지만, 윤종신의 말처럼 시청자들이 비판한 것은 무조건적인 비난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격려하는 건설적인 비판이었다. 수많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말아먹으며 그렇게 갈망했던 일밤의 킬러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이다. 나는 가수다가 한 달 후 재정비되어 나올 때 어떤 가수가 어떤 노래를 부르고 어떤 감동을 줄지 정말 기대가 된다. 초심을 잃지 않고 기획 의도대로 원칙을 밀고 나가는 나는 가수다가 되길 기대해본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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