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은 다들 즐겁게 즐기셨는지요? 주말의 개막전이 즐거웠기에 더더욱 기대를 모으는 2011 프로야구, 저는 주말동안 광주원정을 다녀왔는데요. 오늘은 그 여러 가지 이야기들 가운데 시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광주원정에 대한 이야기꺼리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것들이 있는데요. 바쁜, 그러나 보람있는 개막 중계를 마치고 다녀온 뒤 쓰는 개막전 후기 3부작!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이어지는 2개의 포스팅은 중계방송과 낙후한 구장, 광주의 음식에 대한 것들입니다.

프로야구 시구, 특히나 개막전 시구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차례 했습니다. 그동안 시구를 했던 이들의 입체적인(?) 분석을 다음 포스팅을 2년전 쯤[개막전, 또다른 재미 시구]란 제목으로 쓰기도 했죠.

여러 개념시구들이 넘치는 최근, 올 개막전 시구-시타에서 시타만큼은 부산이 최고였죠!

영화배우 안성기와 KBS 아나운서 박은영 씨가 각각 시구와 시타를 맡았는데, 박은영 아나는 시타에서 공을 맞혀냈다는. 인천에서는 SK의 올해 추진목표인 에듀 스포테인먼트를 상징하는 뜻깊은 시구를 펼쳤는데요. 한철원 씨(54년생)와 문현숙 씨(58년생)는 2011년 남인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각각 졸업한 만학도 부부였다는 거.

무엇보다 2011시즌 개막전 최고의 시구라면 아무래도 잠실의 두산 원년스타들이 장식한 시구였습니다. 30년이 된 프로야구를 추억하듯, 원년 우승팀 OB의 멤버들이 한가득 모인 잠실, 1982년 프로야구의 최고 스타였던 박철순씨의 시구는 TV화면으로도 뭉클함이 전해졌습니다.

공을 받는 김경문 현 두산감독의 모습에서도 그 짠함은 더해졌고, 구장을 찾은 모든 팬들의 박수는 더욱 뜨겁게 느껴졌는데요. 올드스타의 시구와 시타 같은 장면은 최근 올스타전에서 몇번 볼 수 있었지만, 분명 그 가치가 깊고 의미가 있습니다.

이렇듯 대부분의 구장에서 시구는 아주 뜻 깊거나, 혹은 즐겁게 펼쳐졌는데요. 유독, 광주구장의 시구는 그렇지 못했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리고 조금의 아쉬움을 말해봅니다.

공식개막전이었던 광주에서의 개막경기 시구자는 강운태 광주시장, 시구자의 이름에 많은 팬들은 아쉬워 했는데요. 광주 개막전에서는 공식 개막 행사가 다 끝나고도 그 기대되지 않는 시구를 기다리며 10여분 가까이 멍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개막 행사때문에 경기가 늦어졌다고 하는데, 개막 행사는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이는 시점, 왠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했죠. 늦어진 경기에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올라선 광주시장, 이미 관중석에는 형식적인 작은 박수만이 흘렀는데요.
거기에다 마이크를 잡고 또 한마디 하시기 시작합니다. 뭐, 새로운 야구장 이야기로 박수도 한번 받으시긴 했습니다만... 개막전의 분위기를 급격하게 떨어뜨리는 시구로는 아주 손색없는 시간이었단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개막전 시구자 가운데 정치인으론 대구시장이 최고, 한국시리즈 시구자 가운데 가장 많은 건 광주시장입니다. -뭐 아무래도 1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만큼이나 홈 개막이 많았던 대구였고, 10번의 우승만큼 한국시리즈를 많이 치른 광주였으니.-

하지만 대구와 광주, 가장 노후하고 몹쓸 구장을 연고로 한 도시라는 거. 그곳 시장들의 공약이 늘 새로운 구장을 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첫 삽은 소원하다는 거. 부끄럽지 않은가 모르겠습니다. 그곳에 모인 팬들-아니 시장들의 입장에서는 유권자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의 불편함이 말이죠.

아마도 대구에서 개막전이 있었다면 유력한 시구 대상자 가운데 한명인 대구시장에게도 그렇고, 이번 개막전 시구자인 광주시장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구라는 건 박수를 한껏 받으며 할 만한 영광스러운 기회라는 걸, 그 기회라는 건 더 소중하고,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는 겁니다.

10여분이나 늦어진 공식 개막에 시구자 입장, 그리고 야구를 기다리는 팬들의 바램과는 무관하게 이어진 엉뚱한 시구자의 한 말씀, 개념시구라는 건 힐과 짧은 치마를 입어 비난당하는 연예인들에게만 필요한 상식은 아닌가 봅니다.

야구의 분위기가 뜨거워 다행스럽게 넘어간 듯한 광주에서의 시구, 다시금 생각해도 기분 좋은 야구의 시작에 유일한 결함이었던 거 같습니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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