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회 짝패는 종합선물세트처럼 아주 푸짐했다. 게다가 기존 인물들도 차고 넘치는 판에 쇠돌의 짝으로 덴년이까지 등장해 종합선물세트에 부록까지 붙은 격이 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심 스토리의 진전은 더뎠고, 쇠돌이 장가보내기로 인한 큰년이의 더 이상 감출 수 없는 속내가 폭발하는 볼거리는 쫀득한 재미를 선사했다. 그렇다보니 시청하는 입장에서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결정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상황이 됐다.


짝패의 주제의식 살려낸 장꼭지의 각성

워낙 많은 에피소드가 미로처럼 엮여있기는 했지만 주제 의식을 조금이나마 진전시킨 것은 장꼭지의 각성이다. 거지패 우두머리에서 좀도둑으로 살다가 아들의 죽음으로 의적이 되고자 하는 장꼭지의 변신은 사실 천둥에게 진작에 일어났어야 할 자각이었다. 그러나 강포수 말마따나 10년 전의 천둥은 어디로 갔는지 장꼭지의 부상도 전후 사정을 알아보기도 전에 다짜고짜 강포수를 비난하기에 급급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장꼭지의 각성은 어쩌면 천둥이 의적이 되는 과정보다 훨씬 더 의미가 있다. 단지 아들의 복수심에서 시작한 것이 그에게는 비로소 자신의 삶을 관조하게 한 것이다. 장꼭지는 혈혈단신 단총에 의지해 왈짜패의 본거지에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훌륭하게 거사를 치렀다. 강포수에게 업혀와 치료를 받으며 다시 아래적에 끼워달라고 할 때 장꼭지의 말은 불과 하루 이틀 사이지만 크게 달라져 있었다.

아들의 원수로 시작해서 아들의 한을 풀고 싶다는 말이 장꼭지의 입에 나왔고, 그와 함께 10년 전 민란 때 그저 도망치며 재물만 탐했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 말을 들은 강포수는 “노형은 이미 아래적이오”라고 장꼭지를 동료로 인정했다. 이렇게 장꼭지가 아래적에 합류하게 되는 것은 단지 주제의 진전만이 아닌 반가운 변화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아래적에 대한 에피소드가 좀 더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그것도 상당히 즐거운 장면들까지 곁들이게 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된장녀에서 아래적 사칭으로 민폐녀 된 동녀, 그러나...

그리고 강포수에게는 영 적대적인 천둥이에게 영향을 끼칠 주요 인물로 장꼭지의 역할이 기대된다는 점이다. 반면 동녀는 한양에서 큰 상단을 운영할 정도고 부자가 됐지만 아비의 원한에 대해서는 덮어두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저자에서 발견한 현감을 발견하고는 복수를 계획하게 된다. 하인에게 단총을 구해오게 해서 깊은 밤 현감의 집에 복면을 하고 등장해 총을 겨누고 자신을 아래적이라고 한다.

동녀가 자신을 아래적이라고 밝힌 것은 복수에 실패할 것을 짐작해볼 수 있다. 복수에 성공한다면 굳이 자신의 신분을 속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때마침 강포수의 뒤를 캐기 시작한 귀동에게 그런 사실이 전해지면서 귀동 대 아래적의 추격이 좀 더 긴박한 행보를 하게 될 동기는 제공하게 될 것이다. 결국 동녀가 아래적을 사칭한 것은 아래적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복선이 존재할 것이다. 주연들을 좀 더 주제로 끌어들이기 위한 발단을 마련하기 위한 아래적 압박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천둥은 비록 뒤바뀐 운명이지만 거지로 자라났고, 동녀는 탐관오리들에 의해 아비를 잃은 원한을 갖고 있다. 그래서 천둥이 의적이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큰 상단의 주인이 된 동녀는 그 뒷배경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아래적의 재출현이 내수사에서 빼난 공물을 빼앗아 자금을 마련하는 것부터 시작됐다는 것도 동녀가 어떻게든 아래적과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동녀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원한과 주변 인물들의 영향에 의해 동녀 역시도 천둥의 변화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면 동녀가 주연 4인방이어야 할 이유가 없고, 성초시가 죽었어야 할 이유 또한 없다. 그러나 귀동에 대해 연심을 갖고 있어 아래적을 지원하면서도 편치 않은 고뇌를 가진 인물이 되어갈 것이다. 거기다가 짝패 천둥과 귀동의 비밀까지 겹쳐지면서 동녀의 역할은 지금까지 한복태만 자랑하던 역할에서 많은 내면이 격랑을 표현해야 할 중요한 인물로의 변화도 기대하게 된다.

물론 이런 예측이 모두 빗나갈 수도 있다. 다만의 기대일 뿐이다. 여전히 불만스러운 구석이 많지만 그래도 짝패는 볼 만한 드라마고, 생각도 필요하다. 그리고 큰년이의 눈물, 개떡 같은 편지를 찰떡 같이 읽어내는 천둥이 등등 자잘한 재미가 50분을 지루할 틈을 주지 않은 것은 이 드라마의 빼놓을 수 없는 미덕인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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