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개최되는 프로야구 30주년 사진전 '野生野寫(야생야사)'입니다.

서울광장 전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동쪽 일부만을 활용했기에 전시 규모는 크지 않았습니다.

MBC 청룡의 창단식. 1982년 시즌 개막 이후 실제 선수들이 착용했던 유니폼과는 디자인이 다릅니다.

1982년 원년 개막식. 컬러 사진으로 보니 청룡, 삼성, OB의 마스코트가 의외로 세련되고 귀엽습니다. 이 개막식이 끝난 후 청룡은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10회말 이종도의 끝내기 만루 홈런으로 승리하게 됩니다.

야구 외적으로도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재일교포 투수 삼미의 장명부. 2005년 자신이 운영하는 일본 와카야마의 도박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1983년 해태와의 한국 시리즈 2차전에서 홈에서 횡사한 청룡 이해창. 후기 리그 우승으로 해태와 자웅을 겨룬 청룡은 1무 4패로 패퇴하며 준우승에 그쳤습니다. 당시 보너스 지급 문제로 인한 선수들의 태업설이 나돌았습니다.

1985년 시즌 도중 삼미 슈퍼스타즈를 인수한 청보 핀토스. 당시 라면과 청바지 등을 생산하던 청보는 권력층이 소유한 기업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목발을 짚고도 심판에 항의하는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 1983년 청룡을 한국 시리즈에 올려놓은 바 있으며 괄괄하고 쇼맨십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사진 설명은 1989년이라고 명시하고 있으나 1989년에는 배성서 감독이 청룡의 지휘봉을 잡았으니 설명이 틀렸습니다. 아마도 청룡에서 두 번째 감독 생활을 이어간 1985년부터 1987년 사이에 촬영한 사진인 듯합니다. 김동엽은 SBS에서 해설자로 활동하다 1997년 외롭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1990년 청룡을 인수한 LG 트윈스의 창단식. 왼쪽에서 두 번째 등번호 24번이 좌완 김기범, 세 번째 등번호 43번이 언더핸드 문병권이고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 해에 각성한 에이스 김태원, 세 번째가 좌완 이국성입니다.

1990년 한국 시리즈에서 삼성에 4연승하며 우승한 LG 백인천 감독의 헹가레. LG는 두 번 우승했지만 모두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바람에 홈인 잠실야구장에서 헹가레를 한 적은 없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시구. 김영삼 대통령은 1994년 한국시리즈 LG와 태평양의 1차전을 시구했지만 경기 도중 퇴장하는 바람에 11회말 LG 김선진의 끝내기 홈런은 관전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투구 자세는 롯데의 에이스 최동원을 연상시킵니다.

1970년대 장미희와 함께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유지인과 정윤희. 정윤희는 시구 장면이지만 유지인은 시구를 연습하는 장면으로 보입니다.

1991년 쌍방울 선수들의 모습. 오른쪽이 현 LG 2군 감독 김기태,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쌍방울의 마무리였던 '전주 특급' 조규제입니다.

1992년 롯데의 두 번째 우승 당시 포수 김선일과 포옹하는 '슈퍼 베이비' 박동희.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 신인 염종석 등과 함께 롯데를 우승으로 이끈 박동희는 안타깝게도 2007년 교통 사고로 사망했습니다. 1992년 롯데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가 패권을 거머쥐었지만 이후 한국 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994년 시리즈 MVP 김용수와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의 활약으로 한국 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LG 이광환 감독. 등번호의 이름들이 낯익습니다. 서효인과 차동철 사이에서 '당'자만 보이는 것은 포수 당신상인 듯.

1995년 골든포토상을 수상한 20승 투수 이상훈. 하지만 그해 LG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패퇴하며 한국 시리즈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LG 팬들에게 '이상훈' 이름 석자는 안타까움 그 자체입니다.

1997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리며 환호하는 서용빈. 당시 서용빈은 좌투수 성준에 맞서 우타자를 대타로 기용하려는 천보성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고 타석에 들어서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가 처음 도입되면서 트라이아웃을 통해 지명된 선수들. LG에 입단한 앤더슨은 매우 불안한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1983년 골든글러브 수상자.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박종훈 LG 감독, 네 번째가 김재박 전 감독입니다.

1990년 골든글러브 수상자. 왼쪽에서 두 번째가 LG 김동수, 세 번째가 LG 김상훈입니다. LG는 시즌 최종전인 OB전에서 신인 김동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승리하며 페넌트 레이스 우승과 한국 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바 있습니다. '미스터 LG' 김상훈은 홈에서 슬라이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즌 중에 2군에 내려간 적도 있습니다.

1994년 골든글러브 수상자. 오른쪽 상단에 김재현과 서용빈의 모습이 보입니다.

1998년 골든글러브 수상자. 김재현과 함께 하얀 이를 드러낸 유지현이 인상적입니다.

2010년 제2회 WBC 일본전에서 포효하는 봉중근.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한 LG의 21세기이지만 에이스 봉중근은 희망을 상징합니다.

뒤에서 바라본 전시장의 모습.

규모는 작지만 내용적으로는 상당히 알찬 사진전이었습니다. 특히 1980년대와 1990년대의 향수 어린 사진들을 보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MBC 청룡과 LG 트윈스 30년을 통틀어 단 한 명의 레전드를 선택하라면 아시아 유일의 100승 200세이브 투수인 불세출의 마무리 김용수를 당연히 꼽을 텐데 그의 사진이 단 한 점도 없어 아쉬웠습니다. 극적인 순간의 사진 위주라 하위권 팀들의 사진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옥에 티였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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