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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처 폐지, 현실적인 과제들[토론회]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김혜인 기자 | 승인 2019.12.10 10:21

[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국 보도 사태’ 이후 기자들의 취재 관행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며 ‘출입처 기자단 폐지’가 개선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도국장 임명동의투표를 앞두고 출입처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엄경철 KBS보도국장과 신문, 언론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출입처 폐지에 따른 현실적인 대안 마련과 우려점을 짚었다.

9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취재 관행 개혁을 위한 방안 모색-출입처 폐지 논쟁을 중심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기자, 엄경철 KBS보도국장,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박영흠 협성대 초빙교수,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 이정훈 신한대 교수 (사진=미디어스)

발제를 맡은 박영흠 협성대 미디어영상광고학과 초빙교수는 “출입처 제도는 기자들을 기존 뉴스 생산 방식에 갇히게 만드는 관행”이라며 “새로운 기획보다는 피상적으로 단순히 정보를 받아쓰는데 매몰될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출입처를 뛰쳐나와 새로운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출입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면서도 제도 개선에 앞서 우려되는 지점들을 짚었다. 기존에는 출입처 기자단 차원에서 ‘응답 책임성’이 부족한 관료들을 브리핑룸에 앉혀 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출입처-기자단 제도가 사라지면 구조적으로 질의응답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전문성이 필요한 출입처 관련 보도에서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출입처 폐지는 과정일 뿐이지 우리의 목표는 좋은 저널리즘 추구”라며 “출입처의 낡은 관행에 얽매여서도 안 되고 수단에 매몰돼서도 안 된다. 출입처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되 어느 선까지 논의할 건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출입처 중심의 사고방식과 기사 획일화 강화시켜

보도국 내 ‘출입처 폐지’ 방안을 마련 중인 엄경철 KBS보도국장은 “출입처에서 자유로운 기자들을 만들고, 출입처 중심이 아닌 사고를 갖게 하자는 두 가지 이유에서 출입처 폐지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타다 논쟁’을 예로 들었다. 다양한 층위의 논쟁점이 있지만 국토부 출입기자가 ‘타다 논쟁’을 보도로 다루게 되면 제도의 찬반으로만 사안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엄 국장은 “출입처 구조 내에서는 논쟁의 다양성을 추적하기 어렵다”며 “문제 제기가 광범위하게 가지 않고, 매일 9시 뉴스에 기사가 나가야 해 찬반 논쟁으로만 뉴스가 다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국장은 기사의 획일화를 탈피하기 위해서라도 현재 출입처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구조를 탈피하려면 영역과 무관하게 사안 하나를 깊게 오래 취재하는 기자와 매일 발생 기사를 보도하는 기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 국장은 "어느 언론사에서도 출입처 폐지가 시행되지 않았기에 점진적으로 구성원들을 설득해나가고 대안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4일 구성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부장급 워크샵을 가졌으며 내년 초에는 각 부서의 20~30% 인원을 출입처로부터 독립시켜 이슈를 취재하는 부서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실적인 논의 과제는 

하지만 일부 부서에서 이슈 중심의 취재팀을 운영한 결과, 현실적인 어려움이 나타나고 있다. KBS 사회부에는 이미 출입처가 없는 ‘이슈팀’이 있고 이달 초부터 정치부도 ‘정치기획팀’을 만들었지만 기사 작성까지 기간이 오래 걸리고 품이 많이 드는 대신, 기사가 단발성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커 생산성이 낮다는 문제가 있다고 엄 국장은 토로했다.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도 같은 부분을 우려했다. 문 실장은 “탐사 보도는 3~7개월 시간이 걸린 기사인데 하루에 소비되고 사라져버려 (기사)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과거에는 일간지가 1보로 기사를 쓰면 주간지나 월간지가 이를 받아 일주일 단위로 기사를 유통시켰지만 지금은 기사 유통 통로가 ‘포털’ 하나이기 때문에 품이 드는 기사가 존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한국 관료의 ‘응답 책임성’을 고려해야 한다. 입사 초기에는 고위 관료들과 전화 통화하는 것조차 어려워 답변을 듣기가 쉽지 않았지만 현장을 13년 뛰고 나니 지금은 출입처를 가지 않아도 취재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저야 네트워크가 생겼기에 상관 없지만 출입처를 없애게 되면 2, 3년차 젊은 기자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상규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는 “저는 오마이뉴스에서 10년 일하고 나왔는데 다른 2, 3년차 기자들에게 저처럼 2년 동안 재심사건만 취재하라고 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저는 모든 사건 기록을 갖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재심전문변호사)를 만나서 법조를 출입할 필요가 없었지만 만약 이런 조건 없이 데스크가 취재할 시간만 더 준다고 해서 깊이 있는 보도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했다.

방송과 달리 신문은 출입처 도움을 받지 않으면 기사면을 메울 수 없는 현실적인 고민도 나왔다. 문 실장을 “세월호 사태가 발생했을 때 당시 2주 동안 주요 방송사 보도를 분석했더니 특집기획으로 한 시간 정도 뉴스를 방송해도 30꼭지가 넘지 않은 반면, 신문은 300꼭지를 썼다”며 “기사의 절대량에서도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문 실장은 대안으로 출입처 제도 폐지가 아닌 ‘1기자 1출입처’를 제시했다. 부장의 지휘 아래 이슈별로 각 출입처 기자들을 묶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폐쇄형 출입처에서 개방형으로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이사는 2001년부터 도청 출입 기자단이 폐지된 경상남도의 사례를 들었다. 김 이사는 “2001년도에 공무원 노조가 결성되면서 언론개혁 국민행동운동본부가 한 일 중 하나가 기자실 폐쇄였다. 폐쇄형 기자실을 개방해 1인 미디어도, 시민도 출입할 수 있게 합의했다”며 “경남도청의 경우 처음에는 일명 사이비 언론 기자들이 어슬렁거리더니 나중에는 안 오더라. 자연스럽게 걸러진다”고 말했다. “출입 기자단은 언론의 자유 및 평등을 보장하는 헌법 제21조 1항을 위반하는 행위”라며 기자단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김 이사는 “출입처는 회사의 필요에 의해 출입처에 따라 기자들에게 업무를 분담시키는 것”이라며 “그런데 어느 순간 가장 큰 출입처인 경남도청 출입 기자가 자신의 권리구역이라고 생각해 2010년 편집국장을 맡은 뒤 출입처를 배타적인 구역으로 생각하지 말라고 기자들에게 주의를 주며 개선해 나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언론 현업인들이 플로어에 앉아 함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을 고민했다. 한 KBS기자는 신속한 정보제공을 목표로 한 보도에서 깊이 있는 보도를 하고자 할 때 해설기사가 필요한지 탐사보도가 필요한지 물었고, 문 실장은 “스트레이트 속보성 기사는 통신매체인 연합뉴스를 활용하고 우리는 심층 보도를 늘리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겨레 기자는 엄경철 국장에게 “출입 기자단을 혁파한 다음에 그리는 편집국의 모습이 궁금하다”고 물었고 엄 국장은 “지금 95%의 취재기자들이 출입처를 가지고 있다. 출입처를 모아서 데일리 발생 전담 기자, 위클리 발생 전담 기자, 출입처를 안 나가는 기자들을 부서별로 만들고 시행하는 방안은 각 부장단에 요구했고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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