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은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한 한판이었습니다. 상대가 약하기는 했지만 조광래 감독이 기본적으로 제시한 '미드필더의 짧은 패스를 통한 중원 장악'을 선수들이 제대로 발휘하면서 경기를 지배하고 결국 4-0 완승이라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아시안컵을 통해 새로운 스타일의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던 가운데 한 단계 더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서 여러 가지 의미와 성과를 남기고는 무사히 평가전을 마쳤습니다.

한국 축구가 이전에 비해 확실히 달라진 축구를 구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미드필더가 풍성해졌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기술이 좋은 미드필더들이 많아진데다 변화무쌍한 전략에 대한 선수들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이전에 비해 뭔가 시원시원하고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미드필더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국 축구 최고의 황금기를 맞게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하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한국 축구는 측면 크로스를 통한 단순한 공격 패턴으로 국제 대회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던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기존 스타일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은 감독 탓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량을 갖춘 중앙 미드필더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유상철, 이을용, 김남일 등이 부각되기는 했지만 기술보다는 파이터적인 스타일이 강했던 선수들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측면의 빠른 돌파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용한 공격 패턴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 기성용과 김정우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어깨를 부딪치는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기성용, 김정우, 구자철, 윤빛가람 등 성실하면서도 기술적으로 재능이 있는 미드필더들이 하나둘씩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축구도 기술 축구를 구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한두 가지 포지션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포지션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장점을 갖추면서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습니다.

온두라스전에서도 기존에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기성용과 김정우가 서로 역할을 바꿔 경기를 소화해냈는데요. 최근의 경기력을 바탕으로 서로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주다보니 원하는 플레이가 나올 수 있었고 결국 대승을 거두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이외에도 수비형 미드필더였지만 아시안컵에서 공격형 섀도우 스트라이커로 활약하며 득점왕에 올랐던 구자철의 활약도 눈길을 끈 바 있으며, 윤빛가람, 이용래 등도 떠오르는 미드필더로 각광받고 있는 중원 자원입니다.

확실한 것은 이들의 활약 덕분에 한국 축구 스타일이 확 바뀌었으며, 변화무쌍한 팀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해 전술을 구사한 조광래 감독의 덕도 있지만 감독의 의도대로 제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줄 아는 이들의 능력이 경기에 잘 드러나면서 어느 정도 원하는 경기도 펼칠 수 있었습니다. 각 급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통해 이들은 보다 활력 넘치고 수준 있는 축구를 구사하는 능력을 보여줬고, 확실히 화끈해진 스타일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도 흐뭇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으로도 기대되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자원들이 20대 초중반이라는 점입니다. 적어도 큰 부상만 없다면 10년 이상 뛸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있다 보니 다양한 경험과 성장통을 통해 보다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대한 것 이상의 성과도 가능해 보입니다. 물론 그런 만큼 공격수, 수비수들의 역량도 더욱 강화해 균형잡힌 팀의 면모를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지만 이들이 성장한다면 그만큼 다른 자원들의 발전도 끌어내는데 큰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을 갖고 지켜볼 일이지만 한국 축구의 전체적인 스타일까지 바꾸는 데 미드필더 자원들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리가 강해야 건강하다는 말이 있듯이 미드필더 라인의 성장은 한국 축구를 더욱 튼실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흔들림 없는 성장이 유럽 축구 못지않은 힘을 갖춘 한국 축구로 발전하는 계기로 반드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