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놀러와>는 "위대한 멘토" 편이 이어졌습니다. 멘토들이 요즘 밴드가 힘들다면서 이야기를 꺼냈고, 신승훈은 "사실 태원 형님도 예능을 출연해서 음악을 알리셨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태원도 그 점에 대해서 동의하는 모습이었고요. 그 모습을 보니 문득 지난주 라디오스타가 생각났습니다.

지난주 라디오스타에서 박완규가 윤종신에게 못마땅해 하며 윤종신의 노래를 좋아했는데 예능에서 활동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물론 그 뒤에 인사를 받지 않아 기분 나빠서 그랬다고 덧붙이긴 했지만요.

그러면서 박완규는 김태원과의 에피소드를 공개하였습니다. 김태원과 함께 술자리를 갖던 중 김태원에게 "형님 어디까지 가실 겁니까?"하고 물었다고 하더군요. 아마 자신이 존경하는 선배 김태원이 예능에 나와 "국민 할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못마땅했나봅니다.

그러자 김태원은 이렇게 비유해서 설명했다고 합니다.
"완규야.... 너도 애가 있지...?"
"이름도 지어주기 전에 아이를 잃어버리는 심정을 알겠니?"라고요.

부활이 앨범을 내지만 홍보도 제대로 못해보고 자식 같은 곡들이 사장되는 게 김태원은 견딜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김태원은 "부활을 지키기 위해서" 예능에서 망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번 주 놀러와에서도 김태원은 예능 출연과 관련해 이하늘과 장난스러운 말다툼을 했습니다. 이하늘이 "형님 언제까지 하실 거에요?"라고 질문했고 김태원은 자연스럽게 "니가 그만두면"이라고 이야기하자 이하늘은 "저 두 개 밖에 없어요"라고 투덜댔습니다. 김태원은 예능에 출연하는 것을 전혀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말을 듣고 김태원이 더 좋아졌습니다. 김태원이 겸손하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그렇다고 예능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거만하고 나쁜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에요.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저마다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능에 나오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는 행동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태원과 관련해서 조금 더 생각해보면, 부활의 곡 몇 개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김태원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도 못했고 "그냥 노래가 참 좋고 보컬이 노래를 참 잘하더라"라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그 이상 더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김태원이 예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다시 부활의 노래를 찾아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예능 출연이 부활의 명곡들을 다시 찾게 만들어준 기회를 준 것이지요. 또한 부활의 그 아름다운 곡들의 작곡가가 누군지 다시 한번 살피게 된 기회가 되었습니다.

또한 김태원은 예능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밝아졌고, <남자의 자격>을 통해서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서 건강체크까지 해보고 수술을 해서 건강도 챙길 수 있는 기회를 가졌지요. 결국 김태원의 노래를 오래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게 예능입니다. 또한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 음악적으로도 대단한 면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고마운 예능을 김태원이 미워할 수가 있을까요? 김태원은 예능 없이도 훌륭한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이지만, 예능과 함께해서 더 좋은 결과를 나은 스타입니다.

예능을 통해 인기도 누리면서 실력도 재인정 받은 또 다른 케이스가 있기는 합니다. 아이유는 나름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었고 실력도 인정받았었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건 "잔소리" 후 출연한 <영웅호걸>에서였습니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아이유였지만, 본격적으로 더 큰 사랑을 받게 되고 지금의 "대세"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예능이었어요. 만약 <영웅호걸>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아이유도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가능합니다. "뜰 사람은 뜬다"라고 하지만 사실 사람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예능이 가수들에게 주는 유익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런 가수들에게 예능출연은 독이 되는 게 아니라 도움이 되는 케이스였지요.

많은 가수들에게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예능출연 = "무명이나 인기 없는 사람이 인기 좀 얻어 보려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한쪽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위 "예능에 나오는 것은 가수로서 창피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는 견해요. 사실 이게 가수에게만 존재하는 건 아니고 많은 연예인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예능은 무명이나 혹은 개그맨이 나가서 즐기는 것이고 체면 지키려면 예능 따위는 출연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예능도 대중에게 다가가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물론 좋은 음악과 실력으로 승부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람들이 음악 방송을 다 챙겨보는 것도 아니고, 또한 아이돌이외 가수들은 더더욱 설 무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런 저런 방법으로 TV에 나와 자신의 곡을 알리고 들어볼 기회를 주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요.

부활이나 김태원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했던 10대들도 김태원의 예능활동으로 인해서, 부활의 팬층도 더 넓어질 수 있겠지요.

물론 예능에 나오지 않는 가수들이 다 거만하고 난 척하는 가수들은 아닙니다. 실제로 예능 자체에 끼가 없어서 부끄러워서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을 테고 조용히 음반 활동만 하고 싶어 TV 출연을 꺼리는 가수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TV 출연이 대중에게 좋은 음악을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최소한 예능에 나오는 가수들을 업신여기거나, 직접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예능에서 고정이나 활동하는 가수들을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누구나 큰 소속사에서 지원해줘서 예능 안 하고도 음반을 몇 십만 장씩 팔면 좋으련만 그렇게 될 수 없는 게 현실이긴 하니까요. 그런 가수들에게는 예능은 젊은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능을 하면서도 좋은 곡들을 만들 수 있고 예능을 하면서도 좋은 음악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전설적인 김태원을 최근 3년간 예능에서 보면서 참 정감이 들어서 좋습니다. 김태원의 수많은 결정 중에 정말 탁월했던 선택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김태원의 이유 있는 예능사랑이 공감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요.

체리블로거의 나만의 생각, 나만의 리뷰! ( http://kmc10314.tistory.com/ )
해외 거주자의 입장으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세상으로 사물을 바라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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