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7일 일요일 잠실야구장에는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만 8천여 팬들이 LG와 두산의 시범경기 마지막 경기를 관전하고 있었습니다. 덕 아웃 라이벌답게 양 팀은 2:2로 팽팽히 맞선 채 9회말에 돌입했습니다. 두산 정재훈의 2구에 LG 선두 타자 김태완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자 타구는 경쾌하게 좌측 담장을 향해 쭉쭉 뻗었습니다. 좌익수 김현수가 담장에 매달렸지만 타구는 그의 머리 위로 넘어가 외야석 교체 공사 중인 텅 빈 관중석에 직격했습니다. 끝내기 홈런을 확신한 김태완은 힘차게 베이스를 돌았고 LG 선수단은 모두 1루 덕 아웃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1루 관중석은 승리의 열광으로, 3루 관중석은 패배의 탄식으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두산의 어필을 받아들인 권영철 3루심은 김태완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지 않았다고 판정, 김태완을 2루에 머물게 했습니다.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LG 코칭스태프가 강력히 항의했지만 4심 합의를 거치고도 2루타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습니다. 승부치기 끝에 LG의 패배로 경기가 종료된 뒤 인터넷의 야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권영철 심판의 오심에 대해 격론이 벌어졌지만 3루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전한 두산 팬들 중에서도 김태완의 타구가 홈런이라고 증언하는 이가 적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잠실 경기는 TV 중계가 없어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해 권영철 3루심의 오심은 ‘물증’이 남지 않았습니다.

주심에 비해 부담이 적지만 3루심이 해야 할 일 또한 적지 않습니다. 좌타자의 체크 스윙 여부와 좌익선상 타구의 페어 및 파울 판단 여부는 기본입니다. 주자가 1루 혹은 2루에 있는 상황은 물론, 주자가 없는 경우에도 타자 주자가 외야를 가르는 타구나 실책 등으로 인해 3루를 파고드는 급박한 상황에는 아웃 및 세이프 판정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의 홈런, 인정 2루타, 파울 판단 또한 좌익선심이 배치되지 않는 시범경기와 페넌트 레이스에서 3루심이 수행해야 할 책무입니다.

권영철 심판의 오심은 3루심으로서의 책무를 게을리 한 결과입니다. 심판은 점수와 볼 카운트에 상응하는 무수한 돌발 상황을 가정한 상태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신속하고도 정확한 판정을 내려야 하지만 권영철 3루심은 2:2로 맞선 9회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홈런이 자신의 머리 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가정을 전혀 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체크 스윙 여부의 판정에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끝내기 상황에 대한 오심이기에 치명적입니다. TV 중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경기 내내 숙지하고 더욱 집중했어야 할 3루심이 직무유기한 것입니다.

문제는 권영철 심판의 판정 논란이 불거진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작년 5월 22일 LG와 두산의 잠실 경기 6회초 정성훈 타석에서 박종훈 감독은 스트라이크 판정에 격렬히 항의하다 권영철 주심에 퇴장 당했고 LG는 이날 5:2로 패했습니다. 5월 24일 KBO의 상벌위원회는 박종훈 감독에 5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했습니다. 당시 박종훈 감독을 밀친 최규순 2루심에게도 50만원의 제재금이 부과되었지만 판정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권영철 주심에게는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박종훈 감독의 항의가 부당하고 권영철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로부터 열흘 후인 6월 1일 KBO가 심판조를 시즌 중에 갑자기 변경한 것은 권영철 심판의 판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습니다. 권영철 심판은 특정 팀에 대해 또 다른 특정 팀과의 경기에서 불리한 판정을 2년 연속 반복한 것입니다.

심판의 나이가 판정의 정확성을 대변하는 것이라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시즌부터 1군에 처음 투입된, KBO의 심판들 중에서는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올해 34살의 권영철 심판이 2군에서 보다 많은 경기 경험을 쌓았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경험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면 결정적인 순간에 오심이 반복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심판도 사람이다’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KBO의 심판이 MLB나 NPB에 비해 정확한 판정을 내린다는 항변도 무의미합니다. 심판 판정의 정확성은 다른 심판과의 상대적인 비교에서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 상황에 대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절대적인 기준에 근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KBO는 4월 2일 개막을 앞둔 2011 시즌 관중 목표를 2010 시즌의 592만 8626명보다 약 12% 증가한 663만 명으로 책정했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구단이 팬 서비스를 개선시켜도 ‘그라운드의 판관’인 심판 판정에 오심이 반복 자행된다면 리그의 수준을 저하시켜 관중 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야구장에서 관중을 내쫓는 일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야구의 인기가 높아져 관중석과 TV, 컴퓨터, DMB 등을 통해 보는 눈이 더욱 많아졌음을 KBO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성적이 저조한 선수들은 퇴출되는 것이 냉정한 프로야구인데 왜 오심을 자행하는 심판은 퇴출되지 않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사진] 3월 27일 LG:두산 시범경기 - 오심이 날린 끝내기 홈런, LG 패배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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