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오늘(25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북중미 강호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갖습니다. 지난 1994년 이후 17년 만에 온두라스와 대결을 펼치는 대표팀은 아시안컵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될 세대교체 첫 발을 내딛고 끊임없이 진행해 온 조직적인 공격 축구 정착을 위해 인상적인 경기 내용으로 선전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친선경기이자 평가전이기는 해도 내용 있는 경기로 새로운 가능성을 살려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전 경기와 다르게 이번 경기가 좀 더 색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는 바로 조광래 감독이 경기 전날에 갑자기 선발 명단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국제 대회에서는 물론이고 평가전, 친선 경기조차 선발 명단 제출 시한(경기 시작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깨고 조광래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평가전에 출전할 베스트11을 발표했고 이를 그대로 내보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 직전에 선발 명단이 발표되는 설렘이 없어진 것은 아쉽지만 미리 어떻게 경기하겠다는 것을 다 밝히고 경기하는 것이 과연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파격적으로 공개한 것 나름대로 색다른 볼거리, 재미가 생긴 것은 이번 경기를 흥미롭게 보는 가장 큰 관전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 25일 열리는 축구국가대표팀의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24일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국가대표팀 훈련에서 조광래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조광래 감독이 경기 전날에 미리 베스트11을 발표한 것은 이번 경기를 승패 의미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위해 실험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직 월드컵 예선까지 시간이 남아 있고,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들어온 마당에 굳이 전력을 숨기기보다 미리 공개하면서 선수 기용, 전략 면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자신이 추구하는 축구를 한 번 지켜봐달라는 의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조 감독은 평소 승패보다 훈련 때 연습했던 것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거나 경기 내용이 나빴을 때 많이 아쉬워하는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 만큼 본 시합과 평가전의 성격을 확실하게 구분하고 경기를 치르는 스타일을 갖고 있습니다. 평가전에서 최대한 약점을 찾아낸 뒤 이를 바탕으로 본 시합에서 보완해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조광래 감독 입장에서는 브라질월드컵을 목표로 새 출발하는 자리인 온두라스전을 새로운 판을 짜는 첫 경기로 여기고 경기를 펼치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리 전력을 드러내는 파격을 보이면서 자신의 전술 축구에 대한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이를 즐겨보라는 뜻도 담아냈습니다.

이번 경기의 핵심 포인트는 공격 축구, 그리고 수비 안정화입니다. 아시안컵을 통해 확인했던 공격 축구 가능성을 이번 온두라스전을 통해 다시 한 번 살려보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약점으로 드러난 수비 안정화 해법을 찾아 역습 상황에서 쉽게 기회를 내줬던 것을 보완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비교적 안정적인 선수 기용을 하면서 중앙 수비 자원인 김영권, 측면 공격수인 조영철을 좌우 풀백 자원으로 선발 출장시키는 모험도 감행했습니다. 아시안컵 엔트리 탈락으로 잊혀질 뻔한 이 두 선수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면서 실험도 해보고 경쟁력도 확인해보려 하는 의도가 담겨 있는 기용이었습니다. 또 공격수로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친 김정우와 아시안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용래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시키는 등 미드필드진의 적절한 조화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조광래호의 파격적인 실험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이번 경기와 내일(26일) 열리는 대구FC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조광래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3차 예선에 뛸 멤버를 적당히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리 패를 내놓고 경기를 벌이는 조광래 감독의 '상식을 깨는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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