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김인숙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인숙이 보여주는 진짜 역전의 여왕의 수순에 시청자들의 열광이 늘어만 간다. 그러는 와중에 김인숙의 앞길을 막으려다가 오히려 뒷덜미를 잡혀서 결국 자기 지분의 30%나 스스로 내놓게 된 첫째 며느리이자 구성 프린세스인 임윤서는 졸지에 과거 K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인숙의 JK 사장 취임식에 만취 상태로 등장한 임윤서는 사람들 앞에서 주사를 부리다가 그만 공순호의 눈에 띄고 만다.

그런 추태를 그냥 보고 있을 공회장이 아니었는데 의외의 말이 그녀의 입에서 낮고 단호한 어조로 흘러나왔다. “저거 치워” 이 말은 한지훈이 검사직을 버리고 김인숙을 위해 JK로 잠입할 결정을 하게 한 결정적인 말이었다. 남편의 빈소를 지키지도 못하게 한 이 말은 김인숙 본인에게도 한이 되고도 남을 멸시와 천대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자기 인생의 최고의 날에 듣게 되니 그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김인숙과의 대결에서 지지리도 못나게 무너지는 첫째 며느리에 대한 분노가 담긴 공순호의 말은 처음과 달리 시청자의 환호를 받았다. 현재로서는 임윤서가 유일한 김인숙의 걸림돌인 탓이다.

이 지점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한지훈이 조현진에게 “저거 치워”의 충격을 말하자 그것이 김인숙에게만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자조적으로 말한 부분이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공순호는 패배자 임윤서를 매몰차게 대했다. 물론 다짜고짜 그랬다면 공순호의 카리스마가 잘 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전날 밤 임윤서는 역시 술에 취해 주사를 부린 바 있었고, 그때만 해도 공순호의 태도는 “저거 치워”까지는 아니었다. 철의 여인 공순호에게도 한 번의 용서는 있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공순호가 마지막 순간에 조언을 얻는 점술가마저도 김인숙의 손아귀에 들어가게 되어 이제는 명실공히 김인숙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된다면 로열패밀리는 지루하게 될 것이다. 김인숙이 JK그룹의 지주사의 사장에 오르는 그 날 의문의 인물 조니가 등장한 것이다. 스포일러의 우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동안 로열패밀리를 몰입해서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이 바로 김인숙과 조니의 관계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여자가 한지훈의 친모일 것이라는 추측은 누구나 할 것이다.

그러면 임윤서가 찾다가 포기한 과거 이태원에서 마리로 불렸던 김인숙과 조니의 관계 역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조니가 나타나서 18년 만에 세상의 밝은 빛을 본 김인숙의 행복은 끝나고 만다. 그러기에 조니를 기억해낸 김인숙이 혼비백산해서 엄집사에게 처리를 부탁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처리방법이다. 엄집사는 조니를 출국시켰다고 했지만 정작 취임식날 JK클럽에 조니가 나타난 것이다. 결국 조니를 결코 조용히 외국으로 내보낼 수 있는 상황이 못 되는 것이다.

이 조니에 대한 처리방법 때문에 애칭정도의 뜻으로 악녀라 불리었던 김인숙의 정체에 어떤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 예상하게 된다. 이제 절반을 달려온 로열패밀리의 나머지 이야기를 계속해서 김인숙이 착한 모습만으로 끌어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비록 임윤서에게 처음으로 독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게다가 한국 드라마의 불문율이라고 할 수 있는 되는 드라마 4회 연장법칙에 의해서 본래 16부작이었던 이 드라마가 20회로 연장된다면 더욱이 에피소드가 필요하기에 이쯤에서 김인숙의 과거를 덮고 있는 베일을 조금씩 벗겨낼 수밖에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김인숙이 구성 프린세스 임윤서를 무릎 꿀렸지만 처음부터 김인숙의 목포는 공순호이다. 일단 공순호는 재벌이다. 그것만으로도 선한 존재는 아니다. 적어도 한국 상황에서 재벌은 결코 선할 수 없다. 거기다가 남편의 빈소를 지키려는 불쌍한 과부에게 “저거 치워”라고 할 정도로 나쁜 존재이다. 그런데 김인숙이 성장하면서 보이는 섬뜩한 모습들 때문에 거꾸로 공순호의 악함이 희석되고 있음도 느낄 수 있다.

향후 어떤 사건을 계기로 과거사를 돌이켜 보게 될 것이며 그 과정을 통해 김인숙과 JK의 오랜 은원을 알게 되겠지만 복수의 과정을 통해서 김인숙 또한 선하다고는 할 수 없는 존재가 될 것도 예상케 된다. 그것은 홈페이지 인물 소개만 잘 읽어봐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며, 때마침 특수부에서 형사부로 좌천당한 한지훈의 절친 강충기 신이 다소 성기게 도입된 이유를 생각해보면 흐릿한 그림이 그려지기 마련이다.

또한 8회 엔딩 장면은 취임단상에 오른 김인숙과 한지훈 두 사람의 모습을 나란히 세웠다. 지금까지 선린관계였던 두 사람의 모습을 굳이 나란히 배치한 것에서 의미심장한 복선의 의미를 읽을 수 있고 그것은 다음 주 예고 대신으로 남겨놓은 힌트일 것이다. 이태원 마리 시절의 사건들은 분명 김인숙에게 치명적인 걸림돌이 될 것이며 그것이 김인숙과 한지훈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자극하는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모든 추리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덫일 수도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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