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신인 걸 그룹의 쇼케이스가 있다고 해서 광진구 나루아트센터를 찾았다. 카라의 DSP에서 데뷔를 준비하다가 스윙클로 옮겨 리더를 맡은 장지수를 비롯해서 다섯 명으로 구성됐다. 의외로 쇼 케이스 시작은 코리안타임의 적용 없이 거의 정확한 시간에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소속사가 신설된 회사라 그런지 전체적인 진행은 매끄러운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진행이야 산으로 가더라도 걸 그룹 쇼케이스의 핵심은 걸그룹 멤버들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것은 아니지만 티비에 나오면 그런 대로 무난하리라 짐작할 수 있었다.

소속사의 과도한 의욕이었던지 아니면 언론사의 과잉 친절이었던지 이들이 카라를 대신할 것이라는 말이 퍼져 데뷔도 하기 전에 백만 안티를 모을 상황도 잠깐 있었지만 아직은 존재감 작은 신인 걸 그룹에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이즈는 크게 일지 않았다. 어쨌거나 조만간 데뷔 일을 맞게 될 스윙클을 처음 대한 소감은 아쉽게도 대단히 강렬한 무엇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느낌에는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남자들 가슴에 적어도 하나쯤은 존재할 기존 걸 그룹의 인상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요즘처럼 가수 데뷔가 다양해진 때도 없을 것이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을 통한 가장 화려한 데뷔도 있을 것이며 티아라처럼 예능에서 데뷔하는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데뷔하고도 티비에 얼굴 한번 내비치지 못하고 사라지는 가수나 그룹들도 대중의 관심 밖에서 자주 벌어지는 비극이다. 그러나 소속사 캔트엔터테인먼트는 공중파 3사 음악프로에 스윙클을 꾸준히 세울 수 있다고 하니 나름 화려한 데뷔가 아닐 수 없다.

쇼 케이스를 통해 본 스윙클의 최대 강점은 아마도 친근감이 아닐까 싶다. 익숙하지 않은 신인 걸 그룹의 쇼 케이스를 보면서 멤버들에게 친숙감을 느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스윙클 멤버들의 생김새가 눈에 띄게 예쁘거나 혹은 대단히 뛰어난 가창력을 가졌다고는 할 수 없지만 왠지 모르게 친밀감을 주었다. 그런 면들이 스윙클이 카라를 롤모델로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는 대목일 것이다. 물론 구하라 같이 미친 외모를 가진 멤버는 없다.

스윙클의 쇼 케이스 한번 보고 이들의 성공 여부를 성급하게 예상하기란 힘들다. 쇼케이스 무대가 신인 걸 그룹에 집중하기에는 공간적으로 너무 컸으며, 그러다보니 걸 그룹의 핵심이라 할 퍼포먼스 전달이 아주 효과적이진 않았다. 그런 점들을 감안해서 다시 생각해보아도 스윙클의 데뷔는 다소 미뤄지는 것이 좋을 듯 했다. 소속사가 들으면 펄쩍 뛸 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스윙클이 아직 덜 다듬어졌다는 느낌도 들고 현재의 분위기가 신인 걸 그룹이 데뷔하기에는 다소 위험도가 큰 탓이다.

물론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다. 원더걸스는 진작에 미국에 활동의 터전을 잡았고, 소녀시대와 카라 역시 일본에 전력하다시피 하니 현재 한국 무대는 풍요 속 빈곤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스윙클에 앞서 달샤벳이 나름 큰 무리 없이 데뷔를 했으니 앞으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대박 운세는 점쳐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니 스윙클로서는 욕심도 내볼 시점이기도 하다. 물론 그럴라면 반드시 쇼 케이스에서 보여준 것 이상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대중의 분위기에 반 아이돌 정서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세시봉에 이어 나가수로 이어지는 반 아이돌 가수들의 입지가 21세기 들어 가장 높아진 상황에서 신인 걸 그룹의 데뷔에 시선이 모아지기는 전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신인 아이돌 그룹이 자체발광하기는 어렵다. 누군가의 후광을 얻거나 혹은 붐업의 혜택을 좀 봐야 한다. 소녀시대와 2NE1 그리고 브아걸과 카라로 이어지는 걸 그룹 대세 속에서 신인 그룹이었던 티아라와 시크릿이 적지 않은 힘을 받은 것처럼 스윙클도 현시점에서 단독으로 치고나가기보다는 대형 그룹의 컴백을 기다리는 편이 좋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