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 논란에 의외로 빠른 수습에 나선다고 나선 MBC 임원진이 제대로 헛발질을 했다. 물론 일부 과격한 사람들에게는 이조차 미온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가수에 대한 애정을 전제로 비판을 한 사람들은 결코 누굴 물러나게 하거나, 프로그램을 없애자는 뜻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단히 허망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김영희 PD의 경질은 시청자가 원한 방법도 아니거니와 현 나가수 논란을 해결할 묘수 또한 될 수 없다.
아주 간단히 이번 논란의 해결점을 말하자면 사과와 원상회복이다. 그러나 MBC의 경솔한 수습은 집을 고치라고 했더니 홀랑 허물어버린 격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결자해지라고 현재의 식을 줄 모르는 논란을 만든 장본인이 김영희 PD인 만큼 그 해결과 수습도 그에게 맡겨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PD를 경질시킨 것은 뜨거운 논란에도 바꾼 룰대로 그냥 가겠다고 했던 김영희 PD의 잘못된 판단을 더 잘못된 방법으로 덮어버린 것이다. 김PD 경질은 책임을 지게 한 것이 아니라 책임을 박탈한 것에 불과하다. MBC 임원진에게 결자해지의 누군가 뜻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PD 경질은 아직 틀도 잡지 못한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가수들에게 당장에 민감하고 불편을 줄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을 만들던 PD가 전격 경질된 마당이니 당시 김건모의 재도전을 기꺼이 지지했던 여섯 명의 가수들은 입장이 매우 곤란해졌다. 특히 이소라, 김제동에게는 외부의 논란이 아닌 프로그램 제작 현장에서 피부에 와 닿는 불편함까지 떠넘긴 형국이다.
결국 윤도현은 나가수 중도 하차를 의미하는 발언을 하게 되고, 그것은 다른 가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의리를 중시한다. 그런 사회에서 진두지휘하던 PD가 경질된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 출연할 연예인도 없을 것이다. 하물며 오직 노래에만 집중해서 무대를 만들어야 할 가수들이라면 이보다 더 큰 불안요소는 없을 것이다. 김영희 PD의 경질은 이들에게 말없는 하차 종용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중이 그런 것과는 조금 성격이 다르겠지만 나가수 제작진 사이에서도 이번 논란에 대한 말들이 오갈 것이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수습 방안에 대한 논의도 그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지휘관 격의 김PD 경질은 이들 스태프들도 아닌 밤중에 봉변을 당한 기분일 것이다. 이미 짜놓은 골격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큰 것부터 작은 것까지 사람이 하는 일인 이상 이런 갑작스런 폭탄인사는 전 스태프들의 손을 놓게 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나가수에 쏟아졌던 비난의 홍수 속에는 수많은 의견과 감정이 뒤섞여 있다. 아직도 그 격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어떤 단 하나의 방법이 해결의 묘수가 될 수는 없다. 만일 그런 해법을 찾는다면 그것은 홍수로 범람한 강물에다가 낚싯대를 던지는 짓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최선이 아닐 수는 있겠지만 유일한 방법은 이 논란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될 것이다. 일본을 덮친 쓰나미보다 더 강력한 논란이 벌어진 지점에서 그 한 가지만 원칙으로 되돌리면 되는 것이었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던 어떤 상품광고의 카피처럼 김영희 PD는 김건모가 탈락하는 그 순간의 선택을 잘못한 것이고, 다만 그것만 고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당사자인 김건모에게 대단히 미안한 일이 되겠지만 이 상태로 다음 주 일밤에 김건모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노래하는 어색한 상황을 맞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진심을 다해 시청자에게 그리고 5백 명의 청중평가단에게 사과하는 일 딱 두 가지면 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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