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나는 가수다에 대한 논란이 끝을 모르게 이어지고 있다. 모독이나 비하 논란이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정리가 되는 와중에 이번에는 가요 제작자들로부터 가요 죽이기란 트집이 잡혔다. 방송만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노래를 음원 사이트에 공개하고, 그중 MBC 수익 전부를 가요발전에 사용하겠다는데 박수는 치지 못할망정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나가수 음원이 공개될 경우 오랫동안 준비해온 다른 가수들의 신곡이 묻힐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이는 나가수 외의 가수들의 밥줄을 끊는 행위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가수가 방영된 이후로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가 발표 7년 만에 뮤직뱅크 차트에 진입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방영된 뮤직뱅크에서 <바람이 분다>는 20권에 재진입했고 엠넷, 멜론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도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금방 내놓은 음원도 몇 주 순위에 올랐다 사라지기 일쑤인 요즘 가요의 단명을 생각한다면 이는 가히 혁명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애써 내놓은 신곡이 7년 전 노래에 뒤처지는 것을 보면서 괜히 배 아픈 사람도 없지는 않을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가수 음원 공개에 생트집을 잡고 나선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참 못나고 옹졸한 인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먼저 나가수가 음원을 공개하기로 한 데는 두 가지 노림수가 있을 것이다. 1,2회에 걸쳐 출연가수들이 보인 초공감의 감동을 중간 중간 인터뷰를 넣으면서 시청자의 불만을 샀던 바, 그렇게 편집에 의해서 훼손되지 않은 원곡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사후 서비스라도 하겠다는 의도가 먼저 읽힌다. 그리고 해 났을 때 빨래 넌다고 거의 기적이라 할 수 있는 나가수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가속화하기 위한 당연한 후속조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요계 일부의 반응에 나가수 담당 김유곤PD가 “일개 프로그램에 하나에 가요계가 흔들린다면 슬픈 일”이라고 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아닌 게 아니라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7년 묵은 노래를 감당하지 못하고 두려울 만큼 자신감 없는 노래를 찍어내고 있다는 현실이다. 물론 명곡의 가치가 햇수로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리 명곡이라 할지라도 언제라도 신곡이 우선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새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옛 곡의 리메이크가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일도 종종 있는 일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곡이 가장 왕성하게 가요계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나가수의 음원 공개에 몸서리를 치는 사람은 좀 더 비약한다면 히트곡을 번번이 내는 가수에게 더 이상 신곡을 내지 말라는 말과 다를 것도 없는 일이다. 어차피 신곡이건 구곡이건 가요계에서의 경쟁은 누구의 간섭 없이 이뤄진다. 몇몇 대형기획사들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 자사 아이돌그룹들의 활동시기를 조절할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이 어떤 노래를 하건 곡 선택의 자유는 협상 외의 항목일 것이다.

그러니까 어차피 음원 시장이 대형 기획사들에 의해서 좌우되는 마당에 케케묵은 노래까지 경쟁선상에 서는 것에 불만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가수가 마치 가요계에 못할 짓이라도 하는 것 마냥 논란에 도매금으로 얹으려는 시도는 대단히 치졸한 것이다. 분명 나가수는 불안한 요소가 존재한다. 서바이벌이라는 형식이 주는 가학성이 갖는 위험성이다. 현재로서는 아직 시작이고 논란을 비롯해서 가수들이 주는 감동이 워낙 커서 특별한 붐업장치가 필요 없을 정도지만 논란과 감동이 점차 익숙해질 때면 제작진으로서는 더 강력한 조치에 대한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가학성의 발전은 기우에 그칠 수도 있다. 또한 논란이 이미 나가수가 잘못할 가능성에 대한 사전 경고를 준 부분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슈퍼스타K, 놀러와 세시봉 신드롬에 이어 노래가 듣는 감동이라는 새삼스러운 본질을 방송이 되찾고 있다는 가치를 추켜세우는 일이 더 중요할 것이다. 슈퍼스타K와 위대한 탄생이 새로운 인물을 찾는 것에 반해 나가수가 중견가수들의 존재감을 북돋는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의도치 않은 효과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아주 좁은 소견과 치졸한 계산으로 나가수의 행보에 딴죽을 건다면 그것 자체가 가요계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나가수는 분명 위험하다. 그렇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할 만큼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돌 독점의 가요계에 비로소 균형의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트렌드에 맞춰 찍어내듯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명곡의 가치가 인정받는 정상적인 현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에 나가수가 역할을 하고 있다면 좀 더 건강한 생각으로 고쳐먹어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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